‘정원, 너도 할 수 있어!’ 예비 조경인을 위한 선배들의 조언

조경가, 혹은 정원사들의 이야기
라펜트l서민정l기사입력2019-08-01


조경가, 혹은 정원사로서의 가져야하는 태도나 능력, 시각들에 대해 선후배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정원, 너도 할 수 있어!’ 행사가 지난 28일 서울숲 동심원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경학과 학생들과 사회 초년 조경가들이 참여해 조경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선미 환경과조경 통신원은 “이 자리에 참여한 또래 친구들은 정원가를 꿈으로 생각하고 오기보다는 정원이란 무엇인지 내가 해도 괜찮을지 등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듣기 위해 왔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꿈과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원가 또는 정원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다 해결하고 갔으면 좋겠다”며 개회사를 전했다.

1부에서는 세 명의 연사가 조경가, 정원사로서 발제를 통해 조언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박상길 가천대 조경식물생태연구실 외래연구원은 “가드닝은 지구를 구하는 일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만이 조경인의 역할은 아니다. 200년 전 서양정원이 추구했던 보다 커다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며 200년 전 정원에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200년 전의 메시지는 건강한 정원, 지구를 구하는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생태식재, 자연주의식재의 시초가 되는 훔볼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연구하고 식물지리학을 발전시킨 훔볼트와 같이 식물과 식물이 자라는 환경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식물이 사는 환경, 서식처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정원이 생태식재이고 자연주의정원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메시지이고, 지속가능한 정원”이라며 자연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사에 대해 “가드닝은 물주기. 풀 뽑기, 죽은 식물 보식하기가 전부가 아니”라며 “정원사는 도시의 환경문제를 정원과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활동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확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유지관리전문가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교육프로그램의 전문화, 공공지원 서비스의 다변화를 통해 녹지의 질 향상, 곧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원사는 지구의 수호자로서 ‘제3의 경관(건강한 경관)’을 만들어야 한다. 생기어린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 그곳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식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태도와, 생태적 가치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

그는 조경가 또는 정원사로서의 태도에 대해 “과거의 것을 연구하면서 끊임없이 재발견해야 한다. 거기에서부터 조경관, 정원관, 가치관이 정립되는 것이다. 수용하기만 하려는 태도에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조경은 살아있는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며 생태와 원예 과학과 예술이자 정원식물은 지구의 식물”이라며 “조경은 인류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정원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식물에 대해 강조했다. “모든 생물의 형태는 서식처의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다. 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까지 알아야 식물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책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식물을 많이 접해봐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조경에서 지형은 경관의 골격이며 바탕”이라며 사람을 볼 때도 전체적인 윤곽을 보고 눈과 코와 입을 뜯어보는 것처럼 공간디자인을 할 때도 전체적인 형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형에 따라 식재 위치, 종류, 형태 등이 달라지기에 지형도 함께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조경디자인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더욱 아름답게 해야 한다. 정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정원을 만듦으로서 주변이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며 주변경관을 고려할 것과 특히 도시조경의 경우 ‘단순함’과 ‘여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디자인의 요소들을 자신의 경험과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대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조경가가 갖추어야 할 통합적 사고와 브랜딩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재화소비의 시대는 끝났다. 가치소비의 시대다. 성공하는 공간개발을 위한 전제로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불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식··정이 구체화된 통합 브랜드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

조경가라면 조경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건축, IoT, 인테리어, Ux design, 제품개발, FF/E, 운영, Signage 등에 대해 알고 이를 하나의 통합패키지로 두어서 ‘이것이 무엇이다’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언어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며, 여기에 조경, 경관, 식재 등을 녹여서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을 브랜드화 하는 것을 선행한다면 이후의 프로그램이나 과정들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강조된다. 그는 “디자인 또한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보다는 아티스트가 함께 콜라보한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조경은 가치가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가치를 모른다. 라이브스케이프의 생존전략은 ‘엉뚱한 곳에 식물이 있을 수 있도록 구현해내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자연이 좋은 건 알겠는데 자연 자체가 주지 못하는 것을 디자인에서도 서브를 해야 한다. 결과물은 가구가 될 수도 있고, 어메니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이 성숙기를 지난 지금, 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팀으로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실패든 성공이든 주저 말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는 되어 있다”며 청년들에게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2부는 가든 콘서트 형식으로 신준호 더가든 과장, 조원희 더가든 과장, 최재혁 오픈니스 대표가 자신의 인생 곡선을 통해 조경가로서의 삶을 소개하기도 하고, 포스트잇을 통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3부는 서울숲 공원 투어로 서울숲을 설계한 안계동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가 서울숲의 여러 장소들을 소개하면서 설계할 때 어떤 점에 중심을 두었나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를 맡은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는 “고민이 많은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이날 행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글·사진 _ 서민정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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