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북한의 전통조경 1

이원호 논설위원(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라펜트l이원호l기사입력2019-08-11
북한의 전통조경 1
- 북한학자가 본 한·중·일 전통정원의 특징 -




_이원호(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 담당 학예연구사)

 

한반도의 통일 분위기가 국제정세와 맞물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만큼은 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서점에 나가보면 북한 관련 서적들이 이전보다 상당수 늘었고 방송에서도 연일 북한관련 기사를 빼놓지 않고 내보낸다.

조경 분야에서도 얼마 전 이선 교수가 평양에 관한 저술인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을 발간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각종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의 전통조경에 관한 자료를 접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반갑게도 『조선건축』에 실린 《조선, 중국, 일본고전 원림의 특성》이란 한·중·일 전통정원에 대한 글을 만나게 되어 평소 견해를 곁들여 살펴볼까 한다.

우리가 흔히 생활하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지칭하는 주변환경인 경관은 인간의 인격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전통경관은 그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단일민족으로 조선말까지 함께 했던 남과 북이기에 전통조경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비교하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북한사회는 공산화 이후 주체사상을 공식 통치이념으로 취급했다. 국민들에게 주체사상을 함양시키기 위한 중요수단은 역사와 민족을 내세우는 것이다. 반만년의 오랜 과정을 거쳐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역사는 그 기간에 창조된 문화유산을 통하여 전해지고 있다고 김일성은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국가차원에서 유적지나 자연환경 보호에 특히 신경을 쓰는 흔적들이 눈에 띤다.
 
무엇보다 분단 이후 전통정원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무척 궁금하다. 북한에서 우리와 인접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전통정원 중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정원문화의 상호비교차원에서, 또 동북아 삼국 정원의 경쟁력 강화에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북한의 김선기 교수는 『조선건축』에서 일본의 문헌자료에서 일본정원형식은 중국정원 성격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전하면서 중국과 일본은 이처럼 가까운데 이상하게도 한국에는 비슷한 정원이 전혀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바로 남북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한국 정원의 독창성이다. 일반적 문화교류 현상에서 보이는 문화유사성의 정도를 보면 가까이 있고 직접 전파될수록 유사성은 커지고 중간 매개체 수가 거듭될수록 차이점이 커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한국은 한자문화권의 영향관계 속에서 지정학적으로 한중ㆍ일 문화교류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원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원문화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본다면 중국과 한국의 정원스타일이 비슷하고 독립된 섬나라 일본이 이에 비해 차이가 나는 것이 걸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정원이 축경식으로 형식이 비슷하고 한국의 정원은 수식이 거의 없는 자연풍경식에 가깝다. 그러면서 집 주변을 바라보기 위해 인공적으로 정원을 만든 것이 드물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둘러싸고 펼쳐져 있는 자연, 그것이 바로 정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정원양식을 수용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발달한 수준 높은 정원술이라 할 수 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의 민족문화가 선조들의 민족문화를 계승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김정일 또한 원림 분야에서 선조들이 이룩한 원림의 형식을 계승, 발전한 것임을 밝혔으며, 특히 공원, 유원지의 조성에 있어 ‘조선식’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일반적인 현대공원이나 유원지, 현대 원림과의 차별성을 둔 것으로 보인다. 

공원과 유원지는 조선식으로 꾸려야 합니다. 조선식 공원과 유원지에는 우리나라 강산의 아름다운 풍치와 우리 인민의 고유한 문화정서생활감정이 반영되여야 합니다.”
조선식 공원, 유원지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수풍치와 우리인민의 고유한 문화정서생활감정이 잘 반영되여 있다. 그러므로 공원, 유원지를 조선식으로 특색있게 꾸려야 우리의 강산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고 인민들의 문화휴식과 사회주의애국교양에 더 잘 이바지할 수 있다.
김선기, 리철헌(1994) 조선건축 1994년 4호, p.63-64

우리나라의 정원구성 방식은 옛 관동팔경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물과 산 그리고 누정으로 구성된 형식이 대표적이라고 김선기 교수는 말한다.

한·중·일의 정원을 비교할 때 남한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최소한의 인공미라 꼽고 있다. 전통정원 정책의 선두에 섰던 古 정재훈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석좌교수는 자연의 순리가 조원의 기본질서라고 했다. 이 연유는 한국에서는 인공적 조영물을 속된 것으로 생각하여 모든 것을 자연에 잘 동화시키고자 한 것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 터를 잡는 것을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이다.

북한 학자들은 한·중·일 원림형성에서 집에 정원을 조성한 것이 삼국의 공통적인 조경특성으로 보았다. 차이점은 한반도는 산수에 누정을 더한 산수누정의 풍치로서 누정이 주요경관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중국은 산수에 건축군을 더한 산수원식의 풍치로서 건축군이 주요경관을 이루고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건축이 주가 되는 건축 위주의 경관으로까지 취급된다고 했다. 일본은 산수축경식으로서 자연산수풍경을 상징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 특징적이라 밝히고 있다.

삼국의 전통조경 특성에 대해서 먼저, 한국은 후원이 발달했고 중국은 안뜰이, 일본은 안뜰정원이 많다고 했다. 한국의 살림집은 배산임수의 원칙에 따라 안채와 사랑채로, 채는 다시 실로 나누어져있기 때문에 앞뜰과 안뜰, 후원이 생기고 후원은 또 층단식으로 형성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원을 후원식, 층단식으로 꾸린 것은 한국에만 있는 고유한 형식으로 보았다. 뒤로 산을 등지고 있는 입지로 경사지를 잘 활용한 층단식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한국정원의 ‘화계’이다. 화계는 계단식 화단을 일컫는 것으로 굴뚝, 괴석 등 각종 조경구조물과 화목류를 식재한 후원의 대표적 지형처리 시설이다.

북한에서는 한··일 삼국의 원림기법에 나타난 공통점으로 자연산수차경기법과 산수재현기법을 사용한 것이며 기법적용에서는 각기 일정한 차이점을 지닌다고 했다. 전자는 자연산수를 바라보게 만든 것이고 후자는 자연산수를 인공으로 재현한 것이다.

산수차경기법으로 한국은 자연산수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누정이나 집을 짓고 주변풍치를 그대로 정원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집을 지으면 정원을 조성하고 정원 밖에 있는 자연풍경 중에서 멋있는 것은 끌어들여 정원풍치의 연장처럼 보이게 하고 볼품없는 풍경은 울타리나 수목으로서 가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산수재현기법 적용에서 우리나라는 자연산수에 대해 모방이나 축경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실에 근접하게 재현함으로써 인공미, 자연미가 나도록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중국원림은 산수재현기법에서 두 가지 방법이 적용되었다. 하나는 산수를 실경크기로 재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축소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한나라 때에 조성된 상림원은 자연을 실경 그대로 재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나라 때에 건설된 북경의 만수산과 북해, 중남해와 같이 진산, 진수처럼 자연산수를 축소 재현한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인간이 만들었지만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김교수는 밝히고 있다.

일본정원은 산수의 실경을 재현하기 보다는 축경으로 재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연산수를 기계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성의도에 맞는 가장 아름다운 산수풍경요소를 취사선택하고 그것을 이상화하여 재현하였다고 한다.

정원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산수를 재현한 조원기법은 세 나라가 공통적으로 다 써왔으나 그 형성수법에서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정원의 공통적 구성요소는 돌, 물, 나무이지만 예술적 처리는 나라마다 차이가 확연하다. 한국은 돌을 석함으로 세워두고 중국은 태호석을 받침돌에 끼워 넣으며 심산유곡을 상징하도록 쌓는다. 일본은 돌을 쌓지 않고 땅 속에 세워 심는다. 또 한국의 연못은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네모난 형태에 둥근 섬을 조성하는 것이 전통적인 형식으로 되어왔다. 그러나 통일신라의 동궁월지와 같이 두 변이 직선이고 나머지 두 변은 자연형인 혼합식도 있다.

중국의 고대 연못형식은 상징주의적인 ‘1지 3산’형식인데 그 유형이 많고 다양하여 일관성을 찾아낼 수 없으나 못의 윤곽이 자연형으로 된 것이 기본 특징이라 하겠다. 일본의 전통적인 연못 형식은 자연형으로 일관된 것이 기본 특징이라고 했다. 못을 바다의 상징으로, 자연형으로 만든 것은 중국과 일본이 같다.

한국에서는 누정을 조원공간의 주요경관으로 삼고 주로 하나의 누정만을 배치했다면 중국에서는 누정을 좌우에 대칭되게 5개씩 배치하거나 평지 또는 수중에 전후와 좌우에 대칭되도록 5개씩 배치한 것도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는 많고 중국보다는 적게 누정을 배치했다.

한중일 삼국이 동일하게 즐겨 심고 가꾼 수목은 소나무, 대나무, 버드나무, 매화나무이고, 화훼는 난초, 국화, 연꽃 등이다. 일본에서는 나무를 전정하거나 인위적인 변형을 주어 그 관상미를 돋구는 기술을 애호했다. 

조경시설도 나라마다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정원에는 화계나 괴석함, 석련지, 굴뚝장식 등이 있고 중국에는 랑하, 탑, 동굴, 정원대문, 벽면에 낸 각종 화창 등이 있다. 일본정원에는 석등과 츠쿠바이(다정에서 손 씻는 도구), 시루달린 물통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조경시설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해당 나라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 보아도 어느 나라 정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북한과는 분단으로 단절된 세월이라는 경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 삼국의 정원 특성에 대한 견해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정원의 우수성은 남북 모두 공히 인정하는 사안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정원의 고유한 특징들을 변천된 현실과 현대미감에 맞게 원림형성에 창조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조선식 정원의 특색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라 말한 김선기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힘을 합하면 한반도에 남은 전통정원을 복원하고 보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평양민속공원 입구 전경. 2012년 준공된 평양민속공원은 200만㎡ 부지면적에 역사종합교양구, 역사유적전시구, 현대구, 민속촌구, 민속놀이구, 백두산 및 금강산공원구역 등으로 구성돼 역사적 창조물 700여개를 1:1의 크기로 재현하고 있다.


평양민속공원 조경


평양민속공원 주체탑 주변전경


평양민속공원 한반도 연못조경


평양민속공원내 건조물


평양민속공원내 석물


평양민속공원내 조경시설물


평양민속공원전경


평양수변전경


평양의 조경


평양의 조경


평양민속공원 금강산 부분


평양민속공원 금강산 부분


북한 전통주택 조경


※참고문헌
김선기·리문섭(1995), 조선, 중국, 일본 고전원림의 특성, 조선건축 1995년 4월호(p.61-63)_민족건축
김선기·리철헌(1994) 조선건축 1994년 4호, p.63-64

글·사진 _ 이원호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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