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조경특화 과열경쟁 공감···미래를 위한 전략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2019 에버스케이프 포럼’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12-04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아파트 조경의 트렌드와 미래 전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2019 에버스케이프 포럼’을 ‘아파트 조경,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지난 3일(화)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개최했다.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 총 주택수의 60%를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주거공간의 기능만 요구됐다면 최근 인구감소, 세대구성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대응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이날 각 건설사는 90년대 후반부터 치열해진 아파트조경의 특화전쟁에 대해 비판적 시각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전재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사업팀 디자인그룹장은 발제를 통해 ▲대형화, 고급화, 과대한 조형요소 등 아파트 조경의 과잉설계 ▲언어적 수사에 치중한 특화설계 ▲주거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시장논리에 편승한다는 아파트 조경의 비판을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화의 본질인 고객 니즈와 소비자층에 대한 세분화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조경에 대한 눈높이는 향상돼 갈수록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으며 요구에 대한 정확안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조경요소별 만족도 조사 결과 산책로 및 보행로와 실외 휴게공간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경공간과 환경 조형물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이를 반영한 설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언어적 수사에서 벗어나 환경적으로 작동하는 설계, 포스트모더니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 등 조경담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호 현대건설 조경팀장은 “공공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커뮤니티와 조경 두 가지 뿐이기에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건설은 설계안이 언어에서 벗어나 실체화되도록 하는 엔지니어의 자세를 갖추려고 하며, 최소 50년 정도는 최초의 의도했던 목적, 사용 용도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특히 기능이 수반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이 명소화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에는 인스타 인덱스에 현대건설 아파트의 카페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조영철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장은 “GS건설은 입주 후 모니터링을 통해 다음 설계에 반영하고 있으며, 공간에 공동체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려고 한다. 또한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연주 우리엔디자인펌 대표는 “경쟁적으로 만들어온 결과물들은 아파트 조경을 끌어오기도 했으나 과열된 측면도 있다”며 “공간의 생산과 소비하는 사람들, 구성하는 것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주 대표는 발제를 통해 현재의 아파트 조경 추세을 짚어보고 남겨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아파트 조경을 시설특화, 공간특화 등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일상공간으로의 아파트 조경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의 활동과 참여를 독려하는 소프트웨어적 수단을 마련하려는 추세이다.

현재 아파트 조경은 외부공간이 늘어났음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10% 내외이기에 공간 활용이 가능한 녹의 공간이 요구되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 특정 시간 이용 몰림 현상, 1인 가구나 여성가구, 노년층, 골드족 등의 특성 반영, 스마트기기의 활용이나 캠핑, SNS등 감성적이고 유니크한 조경명소의 구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개별 단지의 특수성과 지역 차원의 계획 모두를 존중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작가정원이나 가든팜 등 자연을 일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현 시대의 조경양상이다.

강연주 대표는 “아파트 조경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사, 작가, 설계자, 시공자, 입주자의 간극을 줄이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으로 조경을 선도해야 하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유연한 법과 규제, 유지관리사, 조경감리자 등의 새로운 업역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재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사업팀 디자인그룹장, 박준호 현대건설 조경팀장, 조영철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장, 강연주 우리엔디자인펌 대표, 박해천 동양대 디자인학부 교수, 정현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전공 교수

4.19 세대가 20년 후 주택시장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됐듯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주거문화의 비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박해천 동양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대부분은 집을 못 갖게 될 것이다. 방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다양한 문화적 활력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의 분양가 상한제는 소비자의 소득수준을 고려했기에 집이 중요했고, 주거공간이 획일적이었던 것은 1인 생계부양, 핵가족, 4인을 정상가족으로 상정했던 제도상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정현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전공 교수 또한 “앞으로는 정상가족 모델을 상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공동체’를 강요하기보단 잘 조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팀장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끊임없이 모니터링 되고 있다. 아파트가 제공할 수 있는 외부 공용공간이나 조경은 결국은 의도되는 부분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편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박준호 부장은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직접 체험하는 오프라인이 더 강화될 것이라 예측하고, 먼 미래는 주거가 서비스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컨테이너 하우스처럼 주거가 고정되지 않고 플러그처럼 꽂아서 옮길 수 있는 형태의 주거를 생각하고 있다.

한편 건설사의 아파트 조경전략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2002년 9월 브랜드 런칭한 GS건설의 자이는 ‘eXtra intelligent’의 약자로 ‘특별한 지성’을 의미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창조를 강조하고 있다. 설계차별화를 위해 ▲자이만의 일관성 있는 조경스타일 ▲참여, 경험하는 조경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태조경을 차별화 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특히 자이 조경스타일은 숲과 팽나무, 제주풍경으로 대표되는 엘리시안가든은 곶자왈을 떠오르게 하는 2.0 버전을 준비중에 있으며, 자이펀그라운드와 정원의 연계, 사적 커뮤니티를 위한 녹음공간 리빙가든, 바라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석가산 등 신상품을 대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Modern Scape’를 주요 전략으로 직선을 사용한 ‘조직화된 평면’과 아름다운 수형의 수목, 지피초화류를 활용해 강한 비스타경관을 형성하는 ‘레이어드된 양질의 자연소재’로 절제되고 세련된 공간을 추구한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미니멀하도록 식재와 시설물을 표준화하기도 했다. ‘모던 스케이프 2.0’은 트렌디한 경관, 차별화된 이용프로그램, 선도적 신기술을 적용해 업그레이드된 조경으로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THE H는 모던 스케이프에 예술작품을 얹은 ‘현대미술관’을 콘셉트로 한다.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설치하고 가드닝 서비스로 유지관리한다. 작품은 예술가의 작품이거나 수목, 시설물 등이 될 수 있다. 작품마다 큐레이션도 마련한다.



이날 포럼의 기조강연으로는 디자인적, 인류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아파트문화에 대한 발제가 마련됐다.

박해천 교수는 ‘아파트문화의 세대론’ 강연을 통해 1960년대 이후 아파트가 한국에 도입되고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거시적으로 짚어봤다.

1970년대 조국 근대화의 일환인 산업화, 도시화, 국민화의 물결 속에서 1962년 처음 등장한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1970년 한강외인아파트, 1972년 현대아파트 등은 새롭게 탄생한 중산층의 주택형태의 대안으로 대두됐으며, 1977년에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상한제의 기준은 ‘월급쟁이가 7-8년 정도 벌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으로 규정해 중산층의 각광을 받게 됐다.

이 시기는 4.19 세대가 상위 10%로 도약하면서 화이트칼라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던 시기로,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면 싼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국가는 잠실 주공아파트나 반포 주공아파트 등 30평형대 미만의 국민주택을 싼 가격에 공급했다.

4.19 세대들이 40-44세가 된 1985년에는,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서민수준의 아파트 공급이 강남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대부분이 강남에 살게 됐고, 이는 ㅅ곧 강남개발로 이어진다. 공부-취업-결혼-출산-내집마련으로 이어지는 인생 설계 과정들이 아파트를 매개로 강남이라는 공간을 통해 프로그래밍 된 것이다.

국가는 이 모델을 계속 확대 재상산을 하게 되고, 유신세대와 4.19 세대 일부는 목동·과천·상계, 386세대와 유신세대 일부는 수도권 5개 신도시로 몰리면서, 설계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도시화과정 및 경제성장과정과 맞물리면서 지가가 상승하고, 이게 부동산의 자산을 증식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년 분양가 상한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아파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용인 수지 LG빌리지 분양, 1999년 대치동 타워팰리스 분양, 2000년 삼성 래미안 브랜드 런칭, 2008년 잠실 엘츠, 잠실 리센츠, 반포 자이 재건축 입주, 2009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재건축 입주 등으로 이어졌다.

박해천 교수는 2000년대 특히 강남 아파트가 조경에 신경을 이유에 대해 “분당 탄천이나 일산 호수공원과 달리 강남은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없고, 재건축을 하면서 고층아파트가 주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조경을 공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 진단했다. 이후 꽃무늬 가전이 유행을 타면서 내부 인테리어 또한 자연물을 담는 추세로 흐르고, 아파트는 또 다시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며 변화가 새롭게 갱신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헌목 교수는 ‘아파트 공간의 사회적 생산과 구성: 고립과 공생 사이에서’라는 제목으로 90년대 도시 공공공간의 장소성의 연구를 통해 사회적 행위자로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상징, 행위를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 설명했다.

공간 설계자의 원래 의도와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겪는 경험 사이의 불일치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재건축 이전에는 입주예정자들이 단지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경, 부대시설, 주변교통 연계 등 물질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넣는 ‘사회적 생산’ 활동을 했다면, 재건축 이후에는 단지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입주민 자생단체가 출현하고 조경수목 점검이나 CCTV위치 지정, 휴게시설 살리기 등 설계상의 구조와 주민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며 공간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회적 구성’활동을 하는 양상이다.

정헌목 교수는 “철거를 앞둔 아파트는 고향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으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집단 활동으로, 건설될 아파트는 단지내 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시도로 다양한 상징과 행위를 보인다”며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다양한 삶의 스펙스럼 속에서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배정한 교수는 “60%의 인구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다르다. 부자와 극빈층, 50년된 아파트와 최첨단의 아파트. 아파트라고 불리지만 다양한 형식이 주거가 있듯 특수하게 미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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