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황금물결

글_정정수 환경예술조경연구원 원장
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19-12-19
정정수의 자연예찬
황금물결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꽃을 가져간 다른 나라에서 그 꽃으로 농민의 주 수입원을 만들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꽃으로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원추리와 수수꽃다리가 6.25전쟁 틈 속에서 남의 나라로 유출돼 품종이 개량되어 역으로 우리가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인삼’은 ‘진생’으로 ‘김치’는 ‘기무치’로 이웃나라에서는 자기 것처럼 남의 가면을 쓰고 세계로 팔아먹으려는 기세다.

이러한 세계정세 속에서 제발 관계자들이 더 이상 눈뜨고 빼앗기지만 말고 조금 더 약았으면 하는 생각과 관계자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매년 봄이면 튤립으로 이루어진 넓은 꽃밭이 장관을 이루는 네덜란드를 세계가 주목한다. 세계꽃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튤립을 보면, 자연스럽게 네덜란드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은 원산지인 터키에서 유럽으로 16세기 말에 전해진 것을 네덜란드가 관심을 가지고 육종에 힘쓰면서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같이 남의 것을 가져다가 그대로 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이웃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튤립 꽃밭과 자연을 극복한 풍차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네덜란드로 몰려든다. 구근을 생산하기 위해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이 튤립꽃밭도 꽃이 피기 전까지는 초록색 풀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네덜란드의 튤립농사를 우리나라 벼농사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물을 담아놓은 평야에는 논두렁을 경계로 수많은 수공간이 만들어진다. 그 수면은 하늘과 구름을 담고, 매일 해질녘에는 항상 다른 빛깔의 노을을 또 다시 담아낸다.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면에 비치는 아름다운 모습은 논에 어린모가 심겨지면서 다른 모습을 담는다. 먼저 심고 늦게 심은 차이로 생겨나는 어린모의 연두색은 논두렁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파스텔 톤의 향연(?)을 펼친다. 이런 모습들 또한 보는 이들에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하는 욕망을 자극하고 그 결과물은 SNS에 올릴만한 사진을 만든다. 그뿐이 아니다. 이모작, 삼모작을 하는 동남아에서는 가을들판에 벼가 익어가는 황금물결의 모습은 볼 수도 없을뿐더러 꿈도 못 꾼다.

외국의 풍경을 우리나라의 농촌풍경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때마다 나는 꿈을 꾼다. 저 넓은 황금들판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러 옮겨 다니는 모습을 드론으로 담은 사진들이 SNS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꿈꾼다.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늘 잊고 산다. 네덜란드의 튤립꽃밭도 마찬가지다. 구근농사를 짓던 밭에 꽃이 피면 관광객들이 찾듯 봄에 볼 수 있는 수공간의 모습은 물론이고 화가가 그려 놓은 듯한 파스텔 톤의 어린 벼의 모습, 가을에는 황금들판과 논두렁에 더불어 자라는 은빛억새의 아름다운 모습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 상품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않은 것에 욕심을 갖는다.


황금물결 그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을여행으로 붐비는 날을 기대해 본다. 사람은 갖은 것에 소중함을 모르고 갖지 않은 남의 것에 욕심을 갖는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인들이 갖지 않은 풍경을 팔자. / 류제수 제공
_ 정정수 대표  ·  JJPLAN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