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생태계 서비스] 생태계서비스의 개념과 최근 연구동향

주우영 국립생태원 생태계서비스팀 팀장
라펜트l주우영 팀장l기사입력2019-12-27

생태계서비스의 개념과 최근 연구동향



_주우영 국립생태원 생태계서비스팀 팀장




나무는 안간힘을 다해서 굽은 몸뚱이를 펴면서 말했습니다.
"자, 앉아서 쉬기에는 늙은 나무 밑둥이가 그만이야.
얘야, 이리로 와선 앉으렴. 앉아서 쉬도록 해".
소년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생태계서비스를 소개할 때 위 소설 내용보다 더 나은 설명은 없을 것이다. 나무는 소년에게 사과를 주고, 놀이터가 되어 주고, 집과 배의 목재를 제공하며, 결국 쉼터도 마련해 준다. 소설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가 소년에게 주는 선물이라면,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선물 즉 혜택을 말한다. 자연은 우리의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식량, 물질, 에너지 등과 같은 자원과 함께 홍수, 폭풍우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해 주며 대기질, 수질의 악화를 막아준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 또는 편익(benefits), 그래서 삶의 질에 직·간접적으로 기여(contributions)하는 것을 생태계서비스라고 한다(UNEP-WCMC, 2014).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생태계서비스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대기, 수질 등을 중심으로 환경서비스라는 표현이 나타나고(Wilson and Matthews 1970), 1980년대 중반 '생태계서비스'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Ehrlich and Mooney 1983). 이후 Costanza et al.(1997)가 Daily(1997)는 생태계가 주는 편익을 경제적 가치로 추정하면서 생태계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2005년 유엔의 '새천년생태계평가' 보고서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 보고서가 (TEEB, 2010) 발간되면서 생태계서비스는 학문적 용어로만 머무르지 않고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12년 파나마에서 국제기구인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정부간 플랫폼’(이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 IPBES)의 설립 결정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가치를 이해하고 보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겠다는 구체적인 전지구적 정책 행동으로 나타났다.

새천년생태계평가 보고서(MA 2005)에 따르면 생태계서비스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인간에게 식량, 담수, 목재 등 유형적 생산물, 자원, 에너지 등을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온실가스 흡수와 미세먼지 등 대기질 저감, 수질을 정화하고 재해방지, 수분(pollination) 등 조절서비스, 아름답고 쾌적한 경관, 생태관광과 여가, 휴양 생태체험과 교육 등 문화서비스, 그리고 생물종의 서식지 조성, 토양형성, 물질순환 등 자연을 유지하여 공급, 조절, 문화서비스를 지탱해 주는 지지서비스를 포함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서비스의 범위를 인간에게 제공하는 직접적인 혜택과 편익만을 포함하고, 가치 추정시 이중계산(double counting) 등을 피하기 위해 중간서비스 성격인 지지서비스를 제외한 공급, 조절, 문화서비스로만 구분하고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CICES, 2019).


생태계서비스의 구분과 인간사회의 관계(출처: 새천년생태계보고서, 2005, 국립생태원, 2017)

최근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7차 총회(’19.5.4)에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전지구 평가 보고서를 승인하였다. 이번 보고서는 새천년생태계보고서(2005) 이후 104개 국가가 승인한 최초 생태계서비스 평가 보고서다. 50개국 약 500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2년 2개월 동안(’17.3월~’19.5월) 1,500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 인용된 문헌만 15,000개 이상이다. 최근 50년 동안의 전지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경향 및 직·간접적 변화 원인을 파악하고 미래 영향을 예측하여 인위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지금 전세계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는 매우 심각한 응급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과거 50년 동안 식량, 목재, 에너지 등 자연이 주는 물질적 혜택은 증가하였지만, 온실가스 저감, 수질 정화, 자연 체험 등 77%의 생태계서비스 지표가 전세계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0년 이후로 전세계 산림의 매년 6백 50만 헥타르(약 우리나라 산림면적)이 사라지고 있으며, 습지는 1700년대와 비교하여 현재 13%만 존재하고 있다. 전세계 8백만종의 생물 중에서 1백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1870년 이래로 산호초 면적은 절반 이상 감소하였으며, 이러한 종의 멸종 속도는 과거 천만년 동안의 평균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토지이용, 남획, 기후변화, 오염, 침입외래종의 증가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원인은 인구 증가 뿐만 아니라 과다한 생산과 소비, 무역과 기술의 발전, 지역에서 전지구에 이르는 거버넌스 형태에 기인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전지구 평가보고서(2019)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당사국들의 합의를 통해 도출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신력 있는 증거 기반의 평가 결과와 전문가 합의를 통한 평가 체계를 전세계에 제공하고,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정책 수립 향후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수립의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생태계서비스를 국가단위에서 평가하고, 자연환경 정책에 적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태계서비스 관련 연구가 초기 단계이며, 정책에 활용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국내 생태계서비스 평가를 위해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전국·지역 단위의 평가로 구분하여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국립생태원, 2016, 2017). 생태계서비스의 정책 활용을 위해 국가 생태계서비스전략 수립(2017) 및 생태계서비스지불제 (PES, Payment for Ecosystem Services) 등 정책수단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생태계서비스의 정의, 평가, 계획, 사업, 지불제 등을 담은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기존의 자연환경 보전 및 행위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생태계의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 등 복잡한 관계와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하고 통합적 개념틀을 제시하고 있다. 조경학이야말로 생태계서비스적 사고와 매우 일치한다. 좁은 공간 스케일에서 벗어나, 광역 스케일인 자연 생태계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서비스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한 소년만 나무의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인류와 미래세대에게도 풍족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시급한 책임과 의무이다.
_ 주우영 팀장  ·  국립생태원 생태계서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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