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사상과 철학이 도제식 교육으로 전수돼야″

오봉학당, ‘제1회 학술답사’ 다녀와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1-15

백운동 별서정원 / 오봉학당 제공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의 호를 따 만든 오봉학당(五峰學堂)이 ‘제1회 학술답사’를 10일(금)부터 12일(일)까지 다녀왔다.

오봉학당은 심우경 명예교수로부터 학부, 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이 오봉의 학문을 도제식으로 전수받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개최된 ‘한국전통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 참석 후 부여에서 1박을 하면서 마음이 모여 탄생했다.

이들 조직은 주로 여름, 겨울방학 중 2박3일 현지답사를 통해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조경가 전문 집단인 만큼 답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 관리되고 있는 점들을 주인이나 단체에게 바로 잡아 주는 자문도 실시하게 된다.

답사 첫날인 10일, 심우경 명예교수와 함께 조경경학 박사급 약 10명이 영암읍에 모였다. 이들은 영암(靈巖) 지명의 근거지인 국암(國巖)을 시작으로 삼국시대 국제항이었던 구림리 상대포를 답사했다. 백제시대 일본에 천자문을 가져가 일본글을 최초로 교육시킨 왕인(王仁)박사 사당에 들러 참배하고 왕인박사 석상, 책굴을 살펴봤다.

왕인박사 사당은 1975년 한국종합조경공사에서 설계, 시공했던 사적지로, 심우경 교수가 조경설계를 한 바 있다. 심우경 교수는 “당시 전문성 부족으로 잔디밭에 둥근향나무, 옥향 등을 식재해 한국식 정원문화를 변질시킨 사례이다. 1970년대 잘못됐던 정화사업 탓에 지금까지 전국 모든 사적지가 일본식에 가까운 조경이 관리되고 있어 한국전통정원문화의 복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영암 월인당(月印堂)에서는 황토구들장 집에서 월출산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 달맞이를 했다. 장작불에 고구마 구워 먹고 1박하며 심도 있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튿날에는 해남에 있는 윤선도 유적지를 찾았다. 고산 유언에 따라 안치한 묘소를 참배하고, 보길도 부용동 정원과 더불어 고산이 신선을 꿈꾸며 조성해 놓은 이상향 금쇄동 유적지를 찾아보았다. 이후 연동마을을 찾아 고산 14대 종손인 윤형식 회장과 함께 보길도, 금쇄동, 연동마을 복원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심우경 교수는 “고산에 관한 많은 석박사 논문과 저서를 통해 일부 알려졌지만 고산은 한국전통정원문화의 비조(鼻祖)로 손색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국영문으로 저술해 2022년 광주에서 개최예정인 세계조경가대회 때 널리 홍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후에는 동백림 천연기념물이 있는 백련사를 거쳐 다산초당에 들려 초당 복원의 잘 못을 알아보고, 초당 입구에 자리 잡은 다산명가에서 1박을 했다. 이들은 집 주인이자 전 강진군수를 역임한 다산연구의 대표적 재야학자인 윤동환 씨와 밤새도록 다산에 관한 토론과 다산초당 복원에 관해 논의했다.

12일은 일찍 출발해 월출산기슭에 위치한 백운도 별서정원을 찾았다. 이 정원은 심우경 교수가 2004년 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 위원장으로 일 할 때 발굴한 명소로, 작년에 명승 제115호로 지정받은 한국 대표적 명원이다. 백운동정원에는 유불도(儒佛道) 문화를 다 갖추고 있어 최치원이 난랑비서에 우리나라 정체성은 유불도 3교가 합쳐진 풍류(風流)라고 천명했던 바 있다. 심우경 교수는 주인장과 2022년 세계조경가대회 때 ‘세계명원(名苑)학술대회’ 개최를 추진해 백운동 별서정원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원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기로 협의했다. 자세한 내용은 주최측과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장성 필암서원을 거쳐 나주시내 1,500평가량의 남파고택 종가를 방문하고, 최종 목적지 소쇄원에 들려 양산보 15대 손인 양재혁 종손 안내로 소쇄원 복원의 문제점을 설명 듣고 본채 복원 계획을 논의했다.

답사에 참여한 송석호(고려대학교 조경학 박사과정) 씨는 "선조들이 자연의 좋은 기운을 모아 편안한 환경을 가꾸려는 노력[裨補厭勝]들을 도제교육을 통해 눈과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안팍으로 묻어나는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며, 비록 육신은 죽고 없어도 혼을 모시며 시공간을 함께하는 정신세계가 한국정원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정수임을 깨닫는 답사였다"고 전했다.

온형근(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조경 박사과정) 씨는 "뛰어난 인물은 성소를 알고 이상향을 구현한다. 특히 고산윤선도는 이를 발견하고 조성하며 실천과 수양을 일상에서 향유한다. 그의 문학과 삶이 그가 만들고 향유한 조경 공간에서 잉태되고 실천되는 것이다. 사유와 행위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었기에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행위가 조경 행위로 순순하게 발현된 것이다. 크고 깊은 공간을 해석하고 거기에 조경 공간을 슬쩍 흘리듯 놓는다. 고산의 정원은 뜰과 들과 뫼를 모두 아우른다. 그는 뜰들뫼를 구상하고 조성하며 향유하는 기본과 전형을 남겼다. 그것을 후인들이 찾아내어 사유와 행위의 지점을 드러내야 한다. 자연과 선인들의 공간에서 후학들이 숱하게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 이유"라며 오늘날의 한국조경이 격조 높게 다가서야 할 그 지점을 톺아볼 수 있었던 답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봉학당 여름방학 때는 이태 월연정 후손 이성문씨 초청으로 밀양지역을 탐방하기로 했다.


국암사. 왼쪽으로 영암지명의 근거지 국사암이 있다. / 오봉학당 제공


상대정과 국암 / 오봉학당 제공


왕인박사의 책굴  / 오봉학당 제공


고산 윤선도 묘 / 오봉학당 제공


고산 윤선도 고택의 비자림에서 / 오봉학당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차 상표인 백운옥판차 / 오봉학당 제공


소쇄원 / 오봉학당 제공


고산 윤선도의 14대 종손 윤형식씨(좌)와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우) / 오봉학당 제공


오봉학당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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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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