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논단] 그린인프라와 저영향개발,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지?

우효섭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1-21

그린인프라와 저영향개발,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지?



_우효섭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우리 사회에 그린인프라(GI)와 저영향개발(LID)라는 말이 관련전문가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LID라는 말이 먼저 들어와 쓰이기 시작하였고, GI는 시기적으로 조금 늦게 소개되었다. 실제 LID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부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서, 당시 환경부는 비점오염물질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였다(환경부/환정연 2009).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개발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한 국토교통부의 LID 연구단으로서(국토교통부/부산대 2012∼2018), 특히 도시와 개발지역에서 호우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후 GI 개념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2016년에 환경부에서 별도의 연구단을 발족하여 도시지역에서 GI 적용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연구단 이름에는 '저영향개발'이 그대로 들어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LID 개념이 먼저 들어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보급되는 중간에 GI 개념이 들어오면서 둘이 혼용, 중복되어 사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 두 개념은 국제적으로 시작은 서로 달랐지만 지금은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본고에서는 두 개념의 역사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간단히 소개함으로써 이용자들의 혼돈을 줄이고자 한다.

LID는 개발사업 등에서 호우유출수를 가능한 발생원 가까이(begin-of-pipe)에서 자연적으로(또는 자연현상을 흉내 내어) 처리함으로써 개발 전 그 지역의 수문순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또는 기술) 이다. 이는 1990년대 말 미국 메릴랜드 주의 Prince George's County에서 저류지 등 기존의 BMP(best management practice)만 가지고 개발사업으로 인해 증가한 호우유출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작된 기술이다(Maryland 1999). LID의 2대 원칙은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전, 재현하고, 호우유출수 처리를 위해 우수관거 시스템이 아닌 발생원에서 자연적인 현장배수를 촉진하기 위해 불투수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 후 미국환경처(USEPA)에서 당초 개발지역의 호우관리에서 출발한 LID를 빗물에 연행된 비점오염물질 관리까지 확대 적용하였다.

반면에 GI는 물, 토지, 식생의 통합체인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녹색' 사회기반시설로서, 전통적으로 콘크리트를 이용한 그레이 인프라(grey infra)에 대응하는 용어로 출발하였다. 이 개념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도시지역 호우로 인한 홍수, 토양침식, 지하수 대수층 충진 등 수량적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이른바 BMP에서 시작하였다. 1987년 개정된 '맑은 물법(Clean Water Act)'에 따라 도시화로 인한 비점오염물질의 공공수역 유입증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오염물질의 발생원에서부터 처리하는 방안으로 대두되었다(Woo 2017). 구체적으로, 동법 502조에서 그린인프라는 식생이나 토양, 투수성 포장, 빗물모으기와 재활용, 조경 등을 이용하여 우수가 하수관거나 지표수로 유입하는 것을 감소하는 대책이라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GI의 당초개념은 LID와 사실상 같으나, LID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였다. 현재 USEPA는 GI는 도시우수를 수질, 수량 모두의 측면에서 처리하기 위해 자연생태계 기능을 모방한 자연적, 기술적 시스템으로서 지역 수준에서 우수유출을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USEPA 2019). 미국EPA에서 제시된 전형적인 GI 사례로는 건물우수 직접낙수(우수관거와 단절), 빗물저장, 비 정원(rain garden), 식생저지대(bio-swale), 투수포장, 그린 가로 및 골목, 그린주차장, 옥상녹화, (자연상태의) 토지보전 등으로서, 맨 마지막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LID와 같다.

그 후 EU에서는 GI 개념을 도시의 우수처리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조성환경(built environment)과 주변 농경지/삼림 전체로 확대하여 이른바 blue-green infra 라 하여 도시지역의 물과 비점오염물질 문제는 물론 일반 토지의 물순환과정의 복원 및 생태축 보전·복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EU는 GI(표현은 그대로 GI라 하지만 사실 blue-green infra)의 기능을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생물다양성 향상, 휴양기능, 경관향상, 지역개발과 홍보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하였다(EU Commission 2009). 특히 EU의 종다양성 전략(Biodiversity Strategy 2011) 목표2에는 '2020년까지 (블루)그린인프라를 확립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최소15%까지 복원하여 유럽의 생태계 및 생태계 서비스를 유지하고 증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림 1은 이 같은 전략을 도식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나아가 EU (EU 2013)와 일본(MOE 2016)은 그린인프라 개념에 홍수와 쯔나미 같은 자연재해위험 저감을 위해 전통적인 제방, 댐과 같은 그레이인프라 정책과 더불어 해안역 복원, 홍수터 연결, 습지복원, 농업지역 저수지 조성, 도시지역의 함수능력 증대 등을 통해 자연의 함수능력을 복원·증대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즉 GI의 개념을 Eco-DRR(생태적 재해위험저감)까지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에서 이른바 '한국형 그린인프라'(환경부/고려대학교 2009)라 해서 특히 도시물순환체계에 초점을 맞추어서 '기후변화 적응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계획, 관리된 네트워크로서 도시 및 인접지역 생태계의 가치와 기능을 보전하고, 나아가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며 물순환과정을 이용하고 향상하기 위한 접근기반시설' 이라고 다소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정의하였다.

지금까지의 설명으로는 LID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USEPA식 GI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GI는 토지개발 지역이나 기존 도시지역 모두에 대하여 유역이나 지역의 토지보전 구상과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다양한 우수처리방안을 고려하는 반면에, LID는 토지개발 지역에서 그 지역의 여건에 맞는 개별적인 우수처리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두 방법 모두 생태계에 기반한 우수처리방안이라는 점만 고려하면 사실상 같다(Dickson 2013). 그러나 토지개발사업이든 기존 도시지역이든 자연상태의 토지보전 구상과 맞물려서 개별적인 생태계기반 우수처리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통합적이고 거시적이라면 그런 방안을 지향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 실무자들의 혼돈을 피하고 개념을 정확히 전파하기 위해서 지역여건 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LID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편 블루그린인프라는 상기 그린인프라 개념에 생태축 보전·복원은 물론 생태계에 기반한 재해위험저감(eco-DRR)을 포함한 것으로서, 상위 개념의 NbS(자연기반대책)이다. 이러한 블루그린인프라, 또는 자연기반대책은 기본적으로 생태와 기술 모두를 아우르는 분야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이 점에서 앞으로 조경전문가와 생태기술전문가들의 지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EU의 종다양성 전략에 제시된 (블루)그린인프라 예(EU 2009)


(참고자료)
국토교통부/부산대학교. 2012∼2018. 건전한 도시물순환인프라의 저영향개발(LID) 및 구축ㆍ운영 기술 연구
우효섭. 2017. 재해위험저감을 위한 그린인프라. 외국의 생태기술 적용사례 - 연재기사 11, 응용생태공학회 뉴스레터.
환경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환정연). 2009. LID 기법을 활용한 자연형 비점오염원 관리방안 마련.
환경부/고려대학교. 2009.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한국형그린인프라 구축방안 연구-도시 물 순환체계 중심으로.

Dickson, D. 2013. LID vs. Green Infrastructure. Center for Landuse Education and Research, UCONN.
European Commission (EU). 2009. Green Infrastructure: supporting connectivity, maintaining, and sustainability.
EU. 2013. Building a green infrastructure for Europe. Catalog.
Ministry of the Environment (MOE). 2016. Ecosystem-based natural disaster risk reduction in Japan. A handbook for practitioner. The Government of Japan.
Princes Georgy's County, Maryland. 1997. Low impact development design strategies – an integrated design approach.
USEPA. 2019. https://www.epa.gov/green-infrastructure/what-green-infrastructure. 2019-12-9에 접속
_ 우효섭 교수  ·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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