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콘서트] 화가 모네를 ‘물과 빛의 정원사’로 안내한 정원사 라투르 말리악

글_송명준 오피니언리더(님프Nymph 대표)
라펜트l송명준 대표l기사입력2020-01-31
[정원콘서트] 정원과 사람 1


화가 모네를 ‘물과 빛의 정원사’로 안내한
정원사 라투르 말리악 (Joint Bory Latour-Marliac)




_송명준 오피니언리더(님프Nymph 대표,
전북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콘서트의 사전적 정의는 두 사람이 이상이 음악을 연주하여 청중에게 들려주는 모임입니다. 이곳은 거창하지만 독자에게 정원과 식물, 정원과 사람, 정원과 문화, 식물원에 대한 단상,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 미국 동부의 식물원, 호주 4대도시 정원, 기타 등 8가지 주제로 연주되는 정원콘서트입니다. 다음 회는 2월 14일 [식물원에 대한 단상 1 : Tim Smit 과 Eden Project]이며 격주로 연재됩니다.
   
2020년, 모네의 수련 전시회

간혹 외신을 통해 화가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작품 거래 소식을 듣는다. 2008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련연못(1919년작)]이 8,030만 달러(한화 818억), 2014년 6월 23일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수련연못(1906년작)]은 5,400만 달러(한화 550억)에 거래되었다.


모네의 수련 우표

모네는 지베르니(Gibverny)의 자신의 정원에서 59세부터 81세까지 22년간 250여점의 수련(les Nymphéas) 연작들을 그렸다. 특히 1914년부터 언론인이자 총리를 역임한 그의 친구인 조르주 클레망소(Georges Clemenceau) 권유로 관람자를 감쌀 만큼 거대한 화폭을 수련으로 뒤덮을 대작 8점을 그리기 시작했다. 1926년 12월 모네가 죽은 뒤인 1927년에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이 완공되었고, 미술관 타원형 벽에 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맞춰 제작한 화폭 2m, 길이 2m에서 6m까지의 수련 대작들이 공개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은 1852년 루브르 박물관 앞의 튈르리정원(Jardin des Tuileries)의 오렌지 나무 월동을 위한 온실로 시작된 이후 1914년 모네가 수련 작품들을 기중하면서 공간설계 등 1921년 미술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이후 여러 번의 개보수를 통해 2006년 1층 둥근 원형 벽을 수련 대작 [아침], [해질녘], [아침의 버드나무들], [초록 그림자], [구름], [나무 그림자], [버드나무 두 그루],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맑은 아침] 등 8개의 수련 대작을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국내의 경우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빛의 화가-모네]전은 프랑스 이외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60여점이 전시되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수련 연작’은 20점이 전시되었던 그의 국내 첫 회고전이었다. 또한 2015년 12월~2016년 4월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모네, 빛을 그리다 展]은 1차원적인 그림에서 첨단 디지털기술로 예술, 기술, 오감체험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인 ‘컨버전스 아트’ 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2020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1월 17일~4월 19일)에서 '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으로 그의 전시는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뉴욕식물원 [모네의 정원] 프로젝트

2012년 미국 뉴욕식물원(The New York Botanical Garden)는 지베르니(Gibverny)의 모네 정원을 식물원 내 Enid A. Haupt Consevatory에 세 가지 유형으로 재현하였다. 아치가 있는 Flower Garden과 일본식 다리를 재현한 Water Garden, 그리고 모네의 수련 작품에 있는 수련(Nymphaea)들의 Hardy Pool이 그것이다. 모네가 1894년 Latour Marliac 종묘원에서 구입한 수련 Nymphaea 'Laydekeri Rosea'(Latour-Marliac, 1892) 등 수생식물 30종, 1904년에 Nymphaea 'Atropurpurea'(Latour-Marliac) 등 수련 4품종, 1908년에 처녀고사리(Thelypteris palustris Schott) 등 식물 영수증 목록을 찾아내 주요 소재로 사용하였다.

[모네의 정원] 카탈로그

2012년 재현된 뉴욕식물원 [모네의 정원]


1893년, 모네의 수생정원 

1893년부터 지베르니 연못에 하나둘씩 심기 시작한 수련은 이후 대표적인 모네의 정원의 주인으로 자리 잡았다. 모네는 수면위에 떠올라 자신에게 새로운 미적 영감을 제공한 수련에게 예술적 위상을 높게 만들어주었다.

모네는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지베르니 연못에 수련을 심은 것은 아니었다. 정원사로써의 모네가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심었던 수련과 연못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음에도 그것들을 이해하고 화폭으로 옮긴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지베르니의 수련은 그 후 모네의 주제가 되었고 화가와 정원사로써 수련을 통해 예술적 영감의 근원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남서쪽에 있는 또 다른 강 근처에 살고 있는 모네의 동지인 라투르 말리악(Joint Bory Latour-Marliac, 이하 ‘말리악’)은 새롭고 다양한 색깔의 수련을 꿈꾸는 중이었다. 그는 육종을 통한 그 모든 과정 역시 중요한 예술인지를, 그 결과물이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주고 예술가로 하여금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모네의 정원 수련들은 유럽 전반에 걸쳐 자생하는 두터운 주근(主根)이 수평으로 뻗는 Marliac형의 근경을 지닌 Nymphaea alba Nymphaea candida로 내한성 수련 중에서도 꽃을 가장 많이 피는 기본종으로 시작하였다. 특히 Nymphaea alba는 말리악이 육종과 연구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한 수련이며, 오늘날 좋은 내한성 수련 중에는 그가 모종인 경우가 많다.


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에서 모네와 말리악의 만남!!




1889년 프랑스는 마르스 광장에서 에펠탑과 프랑스의 업적을 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파리 만국박람회 Exposition Universelle de Paris]를 개최하였다. 이곳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전시에 참여한 모네와 말리악의 운명적인 만남이 트로카데로(Trocadero) 정원이 있는 작은 강 주변에서 시작되었다.

말리악은 1830년 식물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탕플 쉬르 로트(Temle sur Lot)의 수십 개의 연못이 있고 물이 풍부한 작은 집에서 자랐다. 개연꽃과 Nymphaea albaNymphaea candida 등 꽃꽂이로 사용된 수련에 매료된 말리악은 1875년 자신의 종묘원을 설립하고 인맥을 총동원하여 전 세계로부터 내한성은 물론 열대성 수련 종들의 씨앗과 괴경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Nymphaea 'Marliacea Carnea(1879)', Nymphaea 'Marliacea Ignea(1880)' 그리고 Nymphaea 'Marliacea Chromatella(1893)'을 선보였고, 모네는 그의 수련들의 색깔과 꽃잎, 잎의 다양함에 빠져들었다. 모네는 1893년 지베르니에 오랫동안 그가 생각해 왔고 키워온 꿈의 현실인 연못을 만들 때 말리악의 15개 품종을 식재하는 등 아열대지방의 이국적인 많은 수생식물들을 주문하였다. 

1895년부터 모네는 그의 정원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였고, 1896년 그의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나는 내 인생을 전부 다 쓸 꽃 들을 그리는 중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1897년 여름에 그의 첫 번째 수련을 세상에 활짝 피게 하였다.

1900년 5월 파리 박람회가 열리면서 또다시 모네의 작품과 말리악의 다양한 보물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1901년 기존의 연못이 너무 작아 3만6천 평의 땅을 매입하여 다음해에 30여종의 말리악의 신품종을 가지고 아름다운 연못을 만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여러 우여곡절 속에 48개의 수련 작품들이 1909년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리악의 내한성 수련들과 그의 마지막 꿈은...


라투르 말리악이 수련 육종하는 모습을 그리는 모네 (그림. 화가 이창범)

1875년 종묘원을 설립하고 1877년 육종을 시작한 말리악은 1878년 Nymphaea 'Odorata Exquisita'을 발표하였다. 1년 후 Nymphaea 'Helvola'와 Nymphaea 'Marliacea Carnea' 등 1911년 죽을 때까지 82개의 품종을 발표하였고, 사후 5년간 15점, 최근까지 32점의 품종들이 그의 후예들을 통해 말리악의 이름으로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내한성 수련은 뿌리형태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그의 수련인 Marliac형은 두터운 주근(主根)이 수평으로 뻗는다. 보통 근경은 두께가 5cm 정도로 양분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내한성 수련 중 꽃을 가장 화려하게 피운다.

말리악은 수련 육종과 재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뛰어난 과학자이며, 과학의 입구에서 모든 것에 의심을 품고 새로움에 도전한 개척자라는 사실에, 수련에 미쳐있는 한 사람으로 왜소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말리악의 수련들은 전부 내한성 수련이다. 그는 1915년까지(1911년 타계) 총 100여종의 수련과 연꽃을 육종하였으며, 이중 연꽃 3종, 수련은 90여종이다. 1915년 이후에 그의 이름과 종묘원의 이름으로 30여종이 더 발표되었다. 1915년까지의 품종 중에 꽃의 색깔은 White 11종, Yellow 6종, Red 24종, Pink 46종, Changeable 8종이고, 나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연꽃 육종 역사에서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정확한 연도는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기록상으로는 1900년 이전에 최초로 노란색 연꽃(Nelumbo lutea)를 이용하여 Nelumbo 'Flavescens'를 육종하였다. 최초의 재배 연꽃인 Nelumbo 'Flavescens'은 모종 Nelumbo lutea 보다는 꽃이 작으며, 잎은 중앙부에 눈에 띄는 붉은 점이 있어 화판 기부의 붉은 점과 조화를 이룬다. 꽃을 많이 피우지 않고 그보다 좋은 연노랑색 재배품종들이 나와 있으므로 조경용으로는 인기는 없으나 수집가들에게는 의미가 있어 그럭저럭 유통되고 있는 연꽃이다. 이후 그는 두 가지 품종인 Nelumbo 'Pulchra'(1899)과 Nelumbo 'Osiris'(1900)을 더 선보였다.

말리악은 그 색의 화려함에 반해 전 세계 지인을 통해 열대성 수련을 수집하고 그가 상상했던 품종을 만들기 위해 육종 연구를 하였다. 유럽 원종인 Nymphaea alba, 북아시아 원종인 Nymphaea pygmaea alba, 북아메리카 원종인 Nymphaea odorata albaNymphaea odorata rosea를 엄마 역할로 사용하였고, 인도의 Nymphaea rubra, Nymphaea devoniensis, 멕시코의 Nymphaea mexicana의 열대성 지역의 근원을 둔 품종의 수분을 사용하였다.

그는 파란색의 내한성 수련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실패하였다. 파란색 내한성 수련은 육종의 100년 역사 속에서 2003년에 실험을 시작하여 태국의 페이랫 송파니치(Pairat Songpanich)에 의해 2007년에, 미국의 마이크 게일즈(Mike Giles)에 의해 2010년에, 사이프러스의 안드레스 프로토파파스(Andreas Protopapas)에 2014년에 결실을 맺었다. 1911년 세상을 뒤로한 그는 자신의 무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할 뿐이다.
글·사진 _ 송명준 대표  ·  님프Ny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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