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푸른 조경으로] 폭염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바람길 활용

엄정희 경북대학교 산림과학·조경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라펜트l엄정희 교수l기사입력2020-02-07

폭염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바람길 활용



_엄정희 경북대학교 산림과학·조경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최근 도시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중 폭염,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람길이다. 바람길은 도시에서 흐르는 바람의 길을 일컫는 말로써, 특히 도시 외곽의 산림에서 생성되는 차고 신선한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공기순환을 촉진함으로써 폭염과 미세먼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계획요소로 알려져 있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이러한 바람길을 활용하는 도시 바람길숲 17개소를 전국에 조성할 계획이며, 올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평택, 천안, 전주, 나주, 구미, 양산 등 11개 도시에서 바람길숲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바람길을 도시 및 환경계획에 고려하기 시작한 곳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이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이 위치한 북쪽이 평지인 반면, 알프스 산맥이 인접해있는 독일 남쪽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 지형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인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약한 풍속으로 인해 대기정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한 1970년대부터 바람길을 도시계획 단계에서 고려하기 시작했다.

바람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고 신선한 공기, 즉 찬공기(Kaltluft)가 생성되는 지역을 파악하고 이를 보전하는 것이다. 찬공기는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에 의해 상층보다 낮은 온도의 공기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구름이 없는 맑은 야간 시간, 즉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발생한다. 보통 나지, 목초지와 같이 일교차가 큰 지표면에서 찬공기가 가장 많이 생성되며 교목림 등의 산림지역에서는 일교차가 크지 않아 그 생성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산림지역은 생성된 찬공기가 경사면을 따라 이동하기에 유리한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사지에 위치한 산림은 바람길 계획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산림지역이 국토면적의 약 63%을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지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바람길 계획을 통해 도시 열환경을 개선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바람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2000년 부터이다. 그 사이, 친환경 도시조성에 관한 다양한 지침과 계획에서 바람길 도입을 명시해 왔지만,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이는 유동적인 바람의 특성상 식물이나 토양처럼 공간에 명확한 구역을 설정하거나 이를 토대로 법적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했지만, 바람길 계획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다시 바람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바람길 자체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어떻게’ 바람길을 구체적으로 조성할 지에 집중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바람길은 폭염과 미세먼지 문제의 절대적인 해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의 바람길 평균 풍속은 1m/s 이하로써 결코 강력한 바람이 아니다. 하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않는 날, 숲에서 생성된 차고 신선한 바람은 미약하지만 정체된 도시의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소중한 바람일 것이다. 100년을 지속하는 친환경 도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이 미약한 자연의 바람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주지역의 바람길 / 엄정희, 2016 
_ 엄정희 교수  ·  경북대학교 산림과학·조경학부 조경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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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j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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