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비니 매스(Winny Mass)여, 한국 조경의 통수를 후려쳐라!

김영민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2-13
비니 매스(Winny Mass)여, 한국 조경의 통수를 후려쳐라!


_김영민(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비니 매스가 또 한 건을 터뜨렸다. 2019년 11월, 이름도 장황한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수변생태 여가문화 공간 조성 국제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나우동인 컨소시엄이 선정되었다. 자그마치 59억 원이라는 설계비가 걸려있는 대형 공원 공모전이었다. 비록 국내 대형 건축사가 공식적인 주관사였지만, 누가 보더라도 비니 매스가 이끄는 MVRDV가 디자인한 안이었다. 당선안은 공개되자마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격렬한 논쟁 끝에 이 안이 당선안으로 결정되자 어떤 심사위원들은, 이런 안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겠냐고 통탄을 했다고 한다. 공개된 당선안을 보면 왜 심사위원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것도 같다.

비니 매스의 안에는 그 어떠한 고상함도, 사려 깊은 진지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쉽게 말해 장난친 듯한 설계이다. 조감도의 첫인상은 딱 놀이공원이다. 온갖 종류의 꽃들로 사방이 알록달록하며, 얽힌 길은 자유로움의 경계를 넘어 혼란스러워 보인다. 하트 모양 화단과 물 위에 써 놓은 서울(Seoul)은 유치한 키치에 가깝다. 압권은 다리 구조물이다. 롤러코스터라고 착각할 정도로 과한 다발 다리(Bundle Bridge)와 이벤트 돔(Event Dome)은 과연 제대로 시공할 수 있을지 의심마저 든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태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의미도 찾기 힘들다. 설계의 개념으로 제시된 ‘엮기(Weaving)’는 학생 과제에서부터 아파트 단지 조경까지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될, 진부함의 끝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43개에 달하는 잡다한 공간과 프로그램들은 공간적으로 잘 엮여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기보다 시끄럽게 따로따로 진열되어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 안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유치하다. 장난 같다. 과도하다. 아무런 맥락도, 논리도 없다. 심지어 이 안이 만들어지면 서울의 수치가 될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서울로 7017 투상도 (출처: project.seoul.go.kr)


서울로 7017 조감도 (출처: project.seoul.go.kr)


서울로 7017 야경 (출처: archdaily.com @Ossip)


그럼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다. 

“그래서, 비니 매스의 안이 재미없는가?”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30년 전 88올림픽의 영광만이 남은 잠실 종합운동장은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지루한 장소가 되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이곳을 사람들이 북적거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이다. 이와 연계해서 자전거 타는 것 말고는 아무 할 것도 없는 탄천도 뜯어고치려는 것이 이 공모전의 핵심이다. 재미없는 장소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본질이다. 공모전의 다른 모든 안과 비교해볼 때 비니 매스의 안은 단연 독보적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요즘 말로 “저 세상 텐션이다.” 그렇다고 이 안이 자연성 회복, 치수의 안정성, 접근성의 개선 등 공모전의 지침이 요구한 모든 기능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를 강조하지 않았을 뿐이다. 비니 매스의 안에는 ‘재미’말고는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재미’와 무관한 다른 요소는 기본만을 충족시켰다. 오히려 본질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 안은 파격적이다. 비니 매스는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의 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비판자들은 이를 외설이라고 외치며 모욕감을 느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비니 매스의 안은 군더더기가 오히려 본질이라고 생각해온 이들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긴다. 
 
사실 비판자들이 느끼는 모욕감은 일종의 데자뷰이다. 이미 그들은 비니 매스에게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비니 매스의 안이 서울로의 당선안으로 선정되었을 때 매체에는 혹평만이 가득했다. 조경뿐 아니라 건축, 도시, 생태, 문화, 시민참여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모든 전문가가 당선안에 비판을 쏟아내었다. 물론 당선안을 향한 전방위적 분노는 단순히 설계 탓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진행의 절차, 공모의 방식, 정치적 함의 등 어느 하나를 분리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실망감의 결과였다. 다만, 당선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혹시라도 하이라인을 뛰어넘는 히트작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불만을 억눌렀다. 그래서 비니 매스의 당선안은 억지로 봉인한 불만들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동그라미로 뒤덮인 당선안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도시 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장소성에 대한 깊이 있는 재해석도, 하이라인에서 보았던 세련된 디테일과 숭고한 자연의 회복도 없었다. 그렇다고 비니 매스의 안에는 그럴듯한 개념도, 심지어는 어떤 설득을 위한 진지한 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개념은 수목원이었다. 서울로는 수많은 무작위의 동그라미로 뒤덮였고, 그 동그라미에는 가나다 순으로 나무들이 심어졌다. 왜 수목원인지, 왜 구성은 가나다 순으로 따르는지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서울에는 수목원이 없으니까, 그리고 가나다순이 제일 쉽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장난 같은 안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안이 당선된 것일까? 구구절절한 심사위원단의 당선평을 치우고, 핵심만 이야기하자면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서울로 7017 스카이가든 (출처: archdaily.com @Ossip)


SID 수변생태 여가문화 공간 당선안의 조감도 (출처: project.seoul.go.kr)


SID 수변생태 여가문화 공간 당선안의 이미지 (출처: project.seoul.go.kr)


“예쁘다. 그리고 새롭다.”

비니 매스의 안은 예뻤다. 물론 그래픽적 효과에 불과할지 몰라도 확실히 이 안이 예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 압도적인 예쁨은 거추장스럽게 설명하지 않아도 엑소노메트릭으로 표현된 일련의 이미지만으로도 명백히 드러났다. 그리고 새로웠다. 당선안은 프로젝트의 선례이자 가장 큰 리스크였던 하이라인과 전혀 닮은 데가 없었다. 동그라미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용했던 언어지만 최소한 조경에서 이런 느낌의 작품은 없었다. 솔직히 서울로 프로젝트는 이 두 가지면 끝이었다.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장소성? 갖다 붙이려면 얼마든지 붙이겠지만 이 구조물은 그냥 서울시가 수없이 철거한 그저 그런 고가 중 하나였을 뿐이다. 도시적 맥락? 그건 구조적 문제다. 어떤 디자인을 가져와도 도시와의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생태성? 저런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서 진지하게 생태성을 추구하려는 생각 자체가 생태적 파쇼다. 디테일의 완성도? 그런 걸 원했으면 피터 워커(Peter Walker)나 헤르족 드 므론(Herzog & de Meuron)을 초청했어야한다. 더치(Dutch) 디자인에서 그런 걸 기대한다면 현대 건축을 다시 공부해라. 오렌지색 혁명가들의 관심사는 애초부터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발 물러서서 그 비판들이 다 맞는다고 치자.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판자들이 우려했던 대로, 혹은 기대했던 대로 서울로 7017은 망했는가? 천만의 말씀. 시민들이 투표한 최근 서울의 명소 중 서울로는 4위를 기록했다. 서울로는 당선 때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매체에 계속 소개가 되고 있다. 세계의 건축, 조경 팬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대부분 말없이 엄지를 척하고 올린다. 반응과 관심도로만 볼 때 서울의 최근의 프로젝트 중 최고이다.

누가 뭐래도 비니 매스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이다. 물론 비니 매스의 디자인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조경에는 비니 매스의 디자인이 똘끼 충만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다양성이다. 이제는 선진국의 디자인과 별다른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자평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어디에서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한국 조경에 비니 매스는 일종의 각성제이다. 자꾸 뒤통수를 얻어맞아야만 모두가 앵무새처럼 장소성이니, 도시적 맥락의 연결이니, 커뮤니티의 회복 같은 꼰대 같은 소리만 반복하지 않게 된다. 모두가 비니 매스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처럼 감각과 뻔뻔함으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조경이 그것을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비니 매스여, 계속 통수를 후려쳐라. 그래서 조만간 한국 조경이 그대의 통수를 후려칠 수 있게 해달라.


SID 수변생태 여가문화 공간 당선안 이벤트 돔 (출처: project.seoul.go.kr)
_ 김영민 교수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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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ki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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