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도시를 삼킨 COVID19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0-03-05
도시를 삼킨 COVID19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2002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2005년 조류독감, 2009년 신종 플루,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新種coronavirus\covid 19)가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균학의 아버지인 파스퇴르가 광견병, 탄저병, 닭콜레라 백신을 만들기 이전까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전염병은 야생동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되고 농경사회라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전염병의 규모가 확대되었고 인류문명의 산실인 도시는, 독립적으로는 증식할 수 없고 변이속도가 빠른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를 만들기 어려운 바이러스의 숙주역할을 하는 번식처가 되었다.

수렵 채집 단계를 벗어나 농경사회로의 전환은 인류문명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지만 식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증가했는데, 일부 계층은 기아로 허덕인 반면 일부 상류층은 잉여식량으로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출현하게 되면서 정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또한 대형동물을 가축화 하였는데 경작과 운송의 생산성을 높였고, 가축화된 동물로부터 인간은 단백질을 공급받았지만 세균도 받아들였는데 결핵이나 천연두는 소에게서 왔고, 인플루엔자는 돼지로부터, 백일해는 개로부터 왔다고 한다. 일찍부터 가축을 길러 면역력을 길러왔던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가지고 간 치명적인 독약, 바이러스는 전염병을 퍼뜨려 원주민들을 전멸시켰던 것이다.

실제 1330년경 발생한 흑사병은 20년동안 7,500만명∼2억명 정도의 희생자를 발생시켰고,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무지한 시민들은 대규모 기도회를 하면서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비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1532년 스페인의 잉카문명을 정복할 당시 168명의 스페인 군인으로 8만명의 잉카 전사 중 단 하루만에 7,000명을 죽이고 전쟁에 승리하였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총소리와 기병대의 돌격에 놀란 잉카전사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전쟁 이전에 일부러 가지고 온 것은 아니지만 천연두균의 항체가 없었던 원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하였다. 1520년 스페인 함대가 멕시코에 도착할 당시 2,200만명의 인구가 그 해 12월 1,40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1580년에는 인구의 90%가 사망하여 200만명만이 생존하였다고 하는데 천연두 외에도 독감이나 홍역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20세기 대표적인 바이러스인 스페인 독감으로 5천만명∼1억명 정도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니 바이러스의 두려움은 실로 공포였다고 할 수 있다.

18세기 내륙에 살던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잡혀 배를 타고 끌려갈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다와 백인이었다. 특히 이상한 냄새가 나고 피부색도 이상했으며 옷도 기이하기 짝이 없었는데 무엇보다도 백인들이 마시는 포도주를 보고 자신들의 피를 마신다고 생각하여 극도의 공포에 빠져 바다에 뛰어들어 상어밥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으로 표현한 지구의  문명은 인간의 경쟁적 욕망 덕분에 삶의 질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진 도시를 만들었지만, 반면에 기후온난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직면하여 있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역병과의 전쟁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파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은 같은 인간을 두려워하고 멀리해야하는 존재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잠시멈춤’캠페인뿐만 아니라 도시를 폐쇄하고, 국가간의 이동을 통제·거부하는 판데믹의 우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광활한 우주 속의 ‘점’ 지구는 인류의 집이요 우리 자신이며 후손들의 미래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현재 도시라는 문명 속에 인류의 60%(대한민국은 95%)가 살고 있고 인구증가와 교통의 발달로 인해 전염병에 점점 더 취약해져 가고 있고, 지금 대한민국은 아프리카 흑인들처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제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친환경이 아니라 생존환경인 필환경 시대에 맞는 혁신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대이다. 작게는 나무심기, 대중교통이용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1회용품 안쓰기, 고기 적게 먹기 그리고 위험사회, 불평등 도시는 좀 더 넓고 낮게 만들고,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로의 인구분산 정책 그리고 재난의 피난처가 될 여지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를 한 칼 세이건의 지구공동체, 이타주의와 상호부조의 충고를 명심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생태적인 삶, 기후변화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다.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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