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조경의 새로운 역할

김태한 논설위원(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태한 교수l기사입력2020-03-10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조경의 새로운 역할



_김태한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지난달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세계적 가능성을 널리 알린 기생충과 마지막까지 주요 수상부문에서 경합했던 “1917”을 관람하게 되었다. 대전 종반 서부전선의 알베리히 작전(Operation Alberich)을 배경으로, 샘 멘데스 감독의 롱테이크 기법에 당시의 참호전 참상이 고스란히 재현된 전쟁영화 수작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나 세계는 이듬해 대전보다 더욱 참혹한 재난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미국 시카고에서 발병한 “스페인 독감”의 판데믹(pandemic)이었다. 불과 1년여의 대유행으로 1차 대전의 2~5배인 2,500만~5,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되면서, 역사적 감염병 참사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높은 치명률은 H1 바이러스의 내성이 없던 1880~1900년생 젊은이들에게 조류독감 바이러스 유전자와 결합된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0여 년간 인류에게 크게 유행한 전염병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하고, 여기서 약 70%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수의 학자들은 2004~2007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의 신종플루와 이번 코로나 19(COVID-19)와 같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인 2002~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3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를 새, 돼지, 박쥐, 낙타와 같은 가축 또는 야생동물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스 그리고, 사상 최악의 치명률로 집계된 에볼라의 중간 숙주(reservoir)로 박쥐가 지목되고 있는데, 산림 난개발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서식지를 이탈한 박쥐가 가축과 인간에게 바이러스 전이를 촉진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최근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 수의학 저널(Veterinary Science) 등을 인용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바이러스의 생존환경 조성 및 중간 숙주의 확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온에 적응하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생태 환경적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인류의 생존과 사회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에 기여하고, 확산시키는 범세계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12월 10일 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2020이 공개되었다. 한국은 최근 재생에너지의 확대 전략에도 불구하고, 전체 61개국 중 58번째 기후변화 대응지수로 최하위권을 기록하였다.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량 퇴출 로드맵의 조속한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농도의 감축(mitigation)과 자연‧인위적 시스템을 통해 폭염, 내‧외수피해 등 기후변화 파급영향을 저감하는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녹화, 가로수 조성, 투수성 포장과 같은 그린인프라 조성행위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의 다면적 대응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하여, 중요 대기오염원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암모니아(NH3),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의 2차 미세먼지 생성 전구물질의 저감요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적인 대기오염에 대한 그린인프라의 새로운 역할모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 19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논의되는 상황이다. 유전자 재조합 능력이 뛰어난 RNA 바이러스가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의학적 가설은 인류의 또 다른 위협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시설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조경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사회‧경제 구조에서 차별화된 산업적 경쟁력을 요구받고 있다. 사회, 산업적 측면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다양한 형태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위협하는 변화의 시점에서 학계, 산업계가 기존 조경을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이 공존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린인프라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논의가 폭넓게 공유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_ 김태한 교수  ·  상명대학교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