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노후 도시공원 재생 전략 설명서

안승홍 논설위원(한경대 교수)
라펜트l안승홍 교수l기사입력2020-04-19
노후 도시공원 재생 전략 설명서




_안승홍(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등 개인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여 확산을 제한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 4월 4일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세계 131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수준을 정리한 ‘공동체 이동 보고서(Community Mobility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국에서는 장소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한국인들은 공원 방문이 크게 늘어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1월 3일부터 2월 6일까지의 평균치보다 약 51% 증가했다. 식당과 영화관, 도서관 등을 찾은 비율은 감소했지만 공원 등 개방시설의 비율은 늘었는데 밀폐된 공간은 피하고 개방된 공원에서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심리적 요인과 장기간 출입제한에 따른 스트레스 가중,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원의 이용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매년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 가을에서 봄까지 미세먼지, 지진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매스컴을 통해 논의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같은 질병과 의료적 대책에 따른 사회적·심리적 문제에서도 도시의 해방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 인류가 겪게될 새로운 문제는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맘그렌(Pipa Malmgren)은 저서 ‘시그널(Signals)’에서 “수정구를 보듯이 투명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되며 어떤 미래가 다가오든 준비를 단단히 다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심각한 문제의 대안으로서 공원은 어떤 모습을 준비하여야 할까? 과거 공원의 발생에서 현재의 모습 그리고 예견되는 미래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공원의 역사

앵겔스(Friedrich Engels)는 1840년대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의 모습을 “(구도시에서) 도로는 상태가 좋은 편이어도 좁고, 구부러져 있으며 집은 더럽고, 낡고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골목길의 상태는 엉망이었다.”라고 묘사하였다. 산업혁명에 따른 인구 집중과 도시의 외연적 확장에 비해 취약한 기반시설은 도시위생을 열악하게 만들었고 도시민의 여가생활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도시공원은 당시 도시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초의 시민을 위한 도시공원은 1847년 영국 리버풀에 개장한 버컨헤드 공원(Birkenhead Park)을 꼽는다. 도시공원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뉴욕 맨하튼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는 1876년 완공되었다. 설계가인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 최초 도시공원은 인천 자유공원으로 인천항 개항 뒤 1888년 조성되어 외국인 거류민단(居留民團)에서 관리 운영하였다. 각국공원(各國公園)으로 명명되었다가 해방 이후에는 만국공원(萬國公園) 개칭되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탑골공원은 1897년 영국인 고문 J.M.브라운이 설계하였으며 탑공원·탑동공원·파고다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1991년 10월 25일 사적 제354호 지정되었으며 원각사지 십층석탑(국보 2)·대원각사비(보물 3) 등 다수의 문화재가 있다.
도시공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시가지 계획령을 시작으로 해방 이후에는 1962년 도시계획법과 1967년 공원법의 제정, 1980년 도시공원법과 자연공원법의 분리, 2005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되며 마련되었다. 2018년 우리나라 도시공원은 15,978개소 조성되었다.


노화, 노후 그리고 재생의 순환

모든 생명체는 노화의 과정을 거친다. 우스갯소리로 노화를 오래된 배터리에 비유하며 “방전은 빨리 되고 충전은 더디 된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물은 오래되면 낡아서 성능은 떨어지고 기능은 제 역할을 못 한다. 시간이 흐르며 생활방식이 달라지고 신기술이 개발되며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여 소위 ‘신상’이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기존 제품은 구시대 유물이 되고 새로운 환경에는 맞지 않아 골동품이나 폐기물로 처리된다. 버스 안내양이 사라진 자리에 안내방송과 하차벨이 대신하고 공중전화는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주판이 전자계산기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제는 엑셀이 수학을 도와주는 도구로 등장하였다.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신하지만 한편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하며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떠한가? 곳곳의 공터에 새로운 용도의 건물이 생기고 도로를 대체하는 도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낡은 건물을 수선하고 도시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낡고 방치된 창고건물을 새롭게 재단장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한다. 2002 월드컵 이후 서울시청 앞 교통광장은 서울광장으로 새로 만들어졌고 2009년 7월에 완공된 광화문광장이 10년 만에 새로 설계공모전을 치르기도 했다. 가변적 기능을 위해 비워놓은 도시광장이 목적에 따라 새로운 빈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전후 70년의 세월이 흐르며 우리 도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탈바꿈해 왔다. 최근 본격적인 도시재생 시대를 맞이하며 전국은 노후된 도시공간을 새롭게 바꾸느라 한창이다.


노후 도시공원 재생과 관련 사업

건축법 제2조에 따르면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리모델링(Remodeling)으로 정의하고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는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도시공원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로서 도시지역 안에서 도시자연경관의 보호와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공원을 말한다.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는 리모델링이나 재생 등 관련 내용이 없다.

재생이란 시설의 노후화 혹은 기능 향상의 이유로 증축, 개축 또는 대수선한다는 건축법상의 내용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리노베이션의 회복, 수리하여 새로운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생태나 환경가치 구현, 기념성과 상징성 강화, 수익성과 기능성 개선 등의 이유로 개조하는 노후 도시공원 재생은 도시계획시설로서 도시재생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도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 가장 대중적이고 자유롭고, 공정하고 공공성 높은 공간이 도시공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국토해양부(2011)는 리모델링 대상공원의 선정기준으로 시간적 경과, 공간적 기능 저하, 시대적 요구, 생태적 건강성을 제시하였다(미래지향적 저탄소 녹색성장형 도시공원 리모델링 연구). 특히 노후도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 시간적 경과는 공원 시설의 노후화 정도, 시설 노후에 따른 위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수원시정연구원(2020)은 조성년도 20년 이상의 도시공원을 평가 대상으로 전제하고, 생태와 시설물의 노후도를 평가하는 기능성 평가와 민원 등을 체계화한 만족도 평가, 주변 인구와 타 시설 여부 등에 따른 공원 서비스 평가까지 제안하여 의미있는 연구결과(수원시 노후도시공원 재생방안 연구)를 제시하였다.

인천 자유공원 이래 우리의 도시공원은 오랜 세월 동안 조성, 관리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노후 도시공원 재생 대표 사례로 장안 제6어린이공원, 와우어린이공원이 어린이공원 현대화사업(1994)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후 2008-2011년에는 상상어린이공원 304개소가 서울시 민선4기 정책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2006-2010년에는 한강공원 특화사업으로 반포권역과 여의도권역 등 7개 권역에서 진행되었다. 2013년부터는 마을마당 재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단위사업으로 북서울꿈의 숲 등이 추진되었다.


7가지 재생 전략 설명서

우리의 도시공원은 130여 년 동안 만들어졌으며 인구성장과 신도시 시대를 거치며 급격한 양적 성장시대를 지나왔다. 법적 기반과 공공 시스템, 투자와 설계·시공·관리의 체계적인 전문 기술력 등을 자양분으로 탄생되었다. 한편 반성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설계자 위주의 계획, 법규적 디자인, 공원의 위계적 규모 및 균등적 배치기준의 문제, 일률적 형태로 인한 몰개성, 과정적 가치의 부재로 인한 주민참여 부재 등은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공원은 미술관의 전시품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재로서 변화된 사회적 요구와 계층별 이용자의 수요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었다.

2030년을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의 시대로 접어든다고 한다. 이제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조성된 노후공원은 계속해서 재생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재생의 시대를 맞이하는 노후 도시공원을 위한 7가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기후변화와 녹색 인프라의 역할 강화

회색 인프라의 총합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정체성은 녹색 인프라로 그 폐해가 완화되어왔으며 기후변화 시대에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계속 변화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에 적응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한편 대규모 재난 이후 사회생태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한 회복탄력적 도시공원(Resilient Park)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여름철 폭염과 폭우는 인류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혹독한 시련을 동반하고 생활환경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폭염이 지나면 가을부터 봄까지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일상적이고 고질적인 환경문제로 대두되므로 식재 수종이나 기능별 식재 유형을 도입하여 도시공원을 통한 문제해결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도시공원은 수목과 초화 등 자연재료로 경관을 조성하는 대표적인 도시인프라이므로 시간이 경과되면 시설물의 노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공원은 준공 시점이 가장 초라한 모습이며 세월이 흐를수록 수목 생장이 풍성해지는 이상적 경관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건축물이나 교량 등 회색 인프라의 노후와는 반대의 길을 가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인공재료는 노후되지만 자연재료는 그와 반대가 된다. 하지만 일상적 년간 유지관리와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의 변화, 다층구조식재, 녹음용 보완 식재, 병충해 예방 등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식생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원계획시 식재계획과 이용자 민원 등을 분석하여 현실적인 적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2. 시민을 위한 사회·문화적 역할 강화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집약적인 토지이용을 효율적으로 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들의 활동을 효과적이고 유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도시공간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를 보자. 문을 나서면 자동차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안심하고 걸고 쉴만한 곳이 공원 외에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원은 행정 편의 중심의 도시공원 운영으로 시설의 유지관리에만 집중해 왔다.

2013년 서울시와 수원시는 “서울이 공원이며, 시민이 공원 주인이다”라는 푸른도시 선언과 “시민이 녹색도시의 주인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수원그린 포럼 2013’에서 수원시 공원녹지에 관한 비전을 발표하였다. 서울, 수원, 부산 등에서는 그린 트러스트(Green Trust)의 시민 중심의 조직적 참여와 서울 경의선 숲지기, 광주 푸른길, 청주 원흥이두꺼비생태공원 등 도시공원 관리단체 중심의 시민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생태환경, 문화예술, 건강체육, 도시농업 측면에서 활성화하여 공원의 효율성과 이용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은 잘 지은 극장이 아니라 좋은 영화가 부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된 공원들이 도로나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계획시설로서 조성되어 지역 정체성과 특색이 없는 점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의 인물, 사건 그리고 현 주민들의 문화활동, 생활사, 공원 조성 기록, 설계자와 시공자, 유지관리, 시민참여와 운영관리 등 지역 역사와 문화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여 장소인문학의 보고 역할을 확충해야 한다.

자유공원 이래 130년 역사의 도시공원은 문화재로서의 가치 발굴과 평가 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재 지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1853)는 국가기념물이자 국가사적지이며 일본의 리쓰린공원(1930)은 국가지정 특별명승이다. 탑골공원이 사적으로 지정되었듯이 명승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명승 문화재는 담양 소쇄원, 강진 백운동원림 등 113개 지정되어 있다.

3.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용성 높이기

전국에 16,000개 조성된 도시공원은 사회·경제적 잠재가치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운영방식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초고령화 사회에 실버계층의 자아실현과 자원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뉴욕의 경우 민간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공원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다양한 활동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은 뉴욕시 기업인과 자선가로 구성된 38명 이사회를 구성하고 150명의 정규직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BPC(Bryant Park Corporation)는 브라이언트 공원을 리모델링하여 혁신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민간 경영회사이다.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Central Park Conservancy)는 1980년 시민들이 구성한 위원회 차원의 조직으로 시작되어 1993년 파트너십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1998년 공식적인 공원 관리 단체가 되었는데 연간 운영 예산 중 8천 5백만달러(약 1,000억원) 중 85% 이상을 모금활동과 투자수익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유지 보수 및 운영 직원의 90%가 관리위원회에 의해 고용되어 있으며, 뉴욕시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과는 유지 보수 및 집행 관련 보수에 대한 연간 예산과 뉴욕시 정책을 유지하고 공원 사용자 허가와 행사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현장 직원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조원회사들이나 다양한 민간업체들이 참여하도록한 지정관리자제도, 공공기관이 수익시설을 설치하고 민간업체가 10년간 운영허가를 받는 설치관리허가제, 2018년 도입된 민간사업자가 수익시설을 설치하고 20년 이상 시설운영 등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Park-PFI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4. 도시 기능과의 융합과 입체화

도시공원은 흔히 주변 도시와 고립된 녹지로 둘러싸인 녹색섬이으로 불리기도 한다. 근대 도시계획이 면적 토지이용을 주도했다면 현대 도시계획에서는 토지이용의 효율성과 도시 외연 확장의 한계에 대응하는 입체화로 도시 이용의 복합화를 추구하고 있다. 도시공원도 도시를 이루는 일부분으로 도시 패러다임의 흐름과 결을 같이 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요코하마의 입체도시공원제도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특히 공원 경계부는 주변 도시용도와 상호보완되는 기능으로 활발한 도시민들의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 ‘북서울꿈의 숲’에 있는 전망대 중식 레스토랑 메이린이나 카페 TWO 등은 접근성과 편의성으로 이용율이 좋은 사례이다. 또한 공원에서의 카페나 키즈카페는 통유리 창문으로 자연 채광과 자연 풍경을 즐기고 어린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할 수 있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백공간이 될 수 있다. 공원의 토지이용은 도시별 상황과 공원 정책, 공원의 변화 요구 등을 감안하면 된다.

5. 주변 토지이용이나 교통시설과의 연계성 확충

도시는 맥락(context)이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어 거대한 도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 주변의 토지이용과 대중교통체계의 연계성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공원의 진출입 동선은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등과 주변 주거지역의 연계 동선과 체계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대개 기존 공원들은 오래된 기성 시가지에서는 작은 규모의 어린이공원이나 소공원들이 많이 조성되고 근린공원 등과 같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은 택지개발 사업을 통해 많이 공급되었다. 택지공급 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필지를 분할하여 건설사 등에 토지를 매각하게 된다. 매각된 필지에 아파트나 단독주거 등 거주민이 입주 전에 공원은 도시계획시설로서 도로, 광장 등의 도시기반 시설로 조성된다. 이처럼 일련의 계획과정에서 공원과 교통시설, 주변 주거단지 등의 동선계획이 체계화되지 못하여 유기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공원의 공간구조나 동선계획, 주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공원의 담장을 없애는 작업을 병행하면 공공공간으로서 주변 도시와 물리적·경관적 제약에 개방성을 확보하고 공간구성이 수월해질 수 있다.

6. 스마트 기술과의 도입과 융합

인류의 끊임없는 효율성 추구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을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정보 분석과 판단 행위의 주체가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스마트(Smart)는 일상적 단어로 자주 접하는데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AI를 기반으로 하며 '지능화'와 '초연결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특정 공간에 붙여져 스마트시티, 스마트하우스,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그리고 스마트파크 등이 등장하였다.

중국 최초의 5G 및 자율주행 테마 스마트공원이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하이뎬공원(2018. 11)과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시 '페이펑산스마트공원’(飛鳳山智能公園, 2019. 4)에 개장하였다. 바이두 아폴로 기반의 무인셔틀버스를 운영하기 위해 인터넷기업 바이두(百度) 자율주행 플랫폼과 진룽(金龍) 버스가 합작하여 세계 첫 레벨4(정해진 구역에서 운전자 없이 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운행 중이다. 스마트 보행로는 출발 지점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이용자의 얼굴 사진, 신장, 나이, 키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860m 보행로의 출발점과 중간지점, 도착점에 1대씩 있는 얼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운동 상황을 체크하고 자주 오는 이용자의 경우 주 단위, 월 단위 누적 기록도 표시한다.

대구 국채보상공원의 ‘IoT-See Park’는 스마트 가로등, 대화형 비상벨, 인공지능 CCTV 등 핵심기술을 공원에 접목하여 9개 서비스를 구축하고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AR 동물원은 증강현실(AR)을 이용하여 앱(Jump AR)으로 '자이언트 캣' 등 다양한 증강현실을 구현하여 '동물 없는 동물원'을 만들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을 활용하여 공원계획, 설계, 시공, 운영관리와 철거에 이르기까지 각 설계요소들의 물리적 형상정보와 함께 자재별 가격과 특성, 건설공정, 시설물의 유지관리,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 등에 대한 다양한 속성정보를 기반으로 공원 건설과 관리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7. 지속가능한 공원인증 및 평가제도의 도입

2020년 7월이면 공원일몰제가 시행된다. 도시공원은 법적으로 조성과 관리주체가 지자체장으로 되어 있어 국가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모든 책임을 지자체의 관심과 투자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도시공원이 공원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국가적 수준에서의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영국의 경우, 녹색깃발상(Green Flag Award)은 공원녹지에 대한 국가적 기준을 설정하고 4개 부문으로 나누어 우수 공간에 대해 시상하는 제도로서 8개 평가기준과 31개 세부 평가항목을 바탕으로 선정하고 있다. 미국의 도시공원 통계서비스(City Parks Facts)는 각 주(州)별 통계자료 구축을 통해 조경인프라 분포, 접근성, 1인당 조경인프라 면적 등을 파악하고 인구밀도, 저소득, 아동 비만율 등의 지표와 연계해 조경서비스 필요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또한 공원 평가 순위(Parks Score Rankings)는 미국에서 가장 큰 100개 도시의 공원 이용 및 품질에 대한 종합평가로서 면적, 투자, 쾌적성, 접근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대에 따라 생활이 변하고 변화된 생활에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그 환경에 맞춰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며 끊임없이 변한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이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物極必反)고 한다. 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변화를 도모하는 방향과 좌표를 가름하고 과정을 설정하여 흐름을 만든다면 변화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이제 조경분야의 주된 관심인 노후 도시공원 재생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와 방향 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성장 시대의 터널 끝에서 새롭게 변화된 환경을 맞이하는 우리는 도시공원에 대해 어떤 태도와 계획이 필요할까? 그 고민의 시작이 앞서 맘그렌(Pipa Malmgren)이 얘기한 미래의 준비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아닐까?
_ 안승홍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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