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이 담고 있는 기억 ‘DMZ 景, 철원’

세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철원의 경관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5-03


DMZ는 국토의 깊은 상처이다. 오랜 분단의 상흔은 DMZ 곳곳에 스며있고, 분단은 우리의 삶과 의식을 규정한다.

이번 전시는 DMZ 접경지역 ‘철원’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한으로 나누어진 철원은 DMZ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경계부의 약 1/3을 북한과 접하고 있다. 경원선이 지나가는 남북 교통의 중심이며, 옛 태봉국의 읍성 터가 DMZ 내 존재한다. 지형적으로 남쪽에는 철원평야, 북쪽에는 평강고원이 있으며 남북을 이어주는 한탄강이 있다. 넓은 평야와 풍부한 수원을 지닌 자연환경을 통해 겨울 철원은 철새가 찾아드는 고장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철원을 세 가지 관점에서 조망한다고 말한다.

첫째, 철원의 모습을 부감경 혹은 미시경관으로 들여다본다. 중요한 조망 지점을 중심으로 풍경적 혹은 문화경관적 관점으로 기록하고 해석한다. 둘째, 현재의 일상 공간에 주목한다. 민북마을은 60년대 말부터 철원에 다양한 형태로 조성된 마을이다. 도시건축적 관점과 이야기 경관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삶의 특징을 기록하고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전쟁이 한 도시의 모습과 기반 시설을 어떻게 소멸시켰는가에 주목한다. ‘금강산전기철도’의 흔적을 찾고 과거 장소 기억을 소환하는 고고학적 발굴의 결과물이다.

조경진 교수는 “전시를 통해 소소하거나 평범한 혹은 생경하거나 이질적인 철원의 풍경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보이는 풍경 너머에는 상처와 모순이 숨겨있으며, 이를 응시하다보면 내면을 성찰하는 시선으로 돌아온다”고 전했다.


<<응시>>
철원 토포스
기획연구 : 박한솔 윤승용 / 디자인 : 권오은 김기영 조형찬



철이 많이 생산되는 이라 철원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대로 일컬어질 만큼 군사적 요충지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군사분계선으로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철원이 존재한다. 태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산과 넓게 펼쳐진 평야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강과 계곡이 발달한 다채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한탄강으로 하나의 철원을 느낄 수 있다.



<<시선의 정치학>>

국가경관 : 전망대
정원준



금강산 육로여행 길목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북한을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동서로 15개가 분포돼 있으며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사적 요충지에 지어져 관광지로 운영되는 이 특수한 공간은 통일 염원과 긴장 상황이라는 상반된 상황을 반영한다.


이미지 프로파간다
이창민



대남방송 소리가 들리는 지역들(철원, 포천, 파주, 고성, 강화 등)을 돌아다니며 만나게 되는 상황이나 마을의 풍경을 담은 작업이다. 평범한 마을의 풍경부터 긴장감이 느껴지는 군사지역의 풍경까지 이곳의 풍경은 다른 지역들과 달리 군사적 긴장감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이산, 조망의 공간>>

상상하는 시선
조신형



격전지였으며 분단 이후 벙거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던 곳, 그 나지막한 산의 정상에 오래된 헬기 이착륙장을 딛고 서면 지척의 민통선 너머로 멀리 북녘의 울퉁불퉁한 지평선을 응시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응시하는 시선의 여정은 철원을 들어서며 시작된다. 논길 끝에 야트막하게 솟은 능선을 따라 걸으면 조용한 풍경 속에서 경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DMZpace
Hybrid Space Lab



삼각형의 인공 구조물과 지형은 하나의 인지 촉진제로서 소이산의 파노라믹한 조망을 제공한다. 소이산은 DMZ와 가까운 민간통제구역에 위치한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은 빛의 신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던 봉수대였으나 한국전장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전략적 입지를 이유로 미군기지로 활용되던 소이산의 복잡한 지층을 드러내고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DMZpace라는 파빌리온을 제안한다.


<<민북마을, 모노토피아>>

통제된 공동체
박한솔 윤승용





한국전쟁 이후 냉전 분위기 속 선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을공동체인 민북마을. 규칙적 공간구조와 획일적인 건축양식은 개인의 자류보다는 국가가 통제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곳에 살던 사람들이 낯선 곳에 이주했고 약 70년이 지났다. 민북마을 중 이길리와 유곡리의 정치적 경관을 공간과 시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시간이 멈춘 유곡리 ‘7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길리 ‘33호’의 충돌은 민북마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민북마을 연구
정근식 김영광



한국전쟁 이후 약 20년 만에 재건된 철원 양지리는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는 ‘두루미 마을’로 유명하지만 2012년 민통선이 북상한 이후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양지리 사례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전략촌 사업의 유형을 구분하고 양지리를 영농중심형 재건촌의 대표적인 사례로 위치지우면서 이 마을이 생태마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조건들을 탐색함으로써 두루미를 상징으로 하는 생태마을이 공동체적 노력과 협력의 산물이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양지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 위기와 마을의 대응을 검토하고 과제과 전망을 논의한다.

<<철도, 폐허, 상상>>

금강산 가던 철길
서영애 주신하





금강선전기철도는 총 현장 11.6㎞로 철원에서 금강산 내금강까지 잇는 철도다. 1931년 전 구간이 개통된 한국 최초의 관광 사철은 한국전쟁 이후 폐선됐다. 철도노선과 항공지도를 바탕으로 추적한 철길의 흔적을 담고 있다. 철길을 모티브로 한 6개 채널의 디지털 이미지는 금강산 가던 철길을 재구성한다. 계절의 변화와 경관을 담은 이미지는 적층된 시간성을 재현한다. 금강산을 향해 달리던 선은 이어지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집합기억을 소환한다.

철길은 옥수수밭이든 둑이든 수로든 산허리가 꺾여있든 어떠한 형태로든 흔적이 남아있다. 다리와 디리의 흔적을 연결하고 지역주민의 증언을 들으며 철로를 찾았다. 철길엔 지금 길에도 전신주가 남아있다.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은 “항공지도가 우리를 안내했다. 폐선 이후 70년이 지나는 동안 흔적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계절별로 그곳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전했다.


<< DMZ 景, 확장 >>

아리랑 예술단
이동근



북한의 춤과 노래를 공연하는 탈북민 공연단을 7여 년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북한체제에서 발전시킨 민속품과 악기 연구, 노래 공연을 선보이며 주로 지방의 축제 부대에서 활동해 남한테 정착해왔다.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남한틔 공동체로 편입되지 못한 탈북예술인들의 타자성에 주목하며 이들이 거쳐온 여정을 중국과 북한의 경계인 두만강 유역의 장소성에서 찾는다.

백령도, 시선의 공유지
신이도



남한 서해의 최북단 섬이라는 백령도의 지리성 상징성을 차용해 시선의 공유지를 상징하는 전망의 오브제이다. 이 공간은 나와 타인을 나누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나를 무한히 확장시켜 좁혀지지 않은 이 두 축의 거리를 좁혀나가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백령도 실향민 서사는 철원과 분단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DMZ 경관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DMZ 景, 철원’ 전시가 5월 2일(토)부터 10일(일)까지 연남장 지하갤러리에서 열린다.

미니인터뷰
조경진 전시기획

지난해 문화역서울284에서의 전시도 그렇고 DMZ에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는 DMZ문화예술프로젝트로 시작한 경관연구의 일환으로 경관과 예술, 철원이라는 지점을 만나게 해보자는 맥락에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는 아버님이 실향민이었다. DNA에도 무언가 있는 것 같다. 대학원 졸업 후 화천에서 군 생활을 한 뒤부터 DMZ지역에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2010년 ‘철새평화타운’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을 하면서 철원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오간다. 2016년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과 함께 Real DMZ Project를 통해 지역연구와 예술의 접점이 생겨나면서 이후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님도 쓰신 논문을 통해 DMZ에 관한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극이 됐다. 그렇게 하나 둘 하다보니 관심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3월 파리의 큰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의 주제가 DMZ였고 DMZ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연기돼 12월 정도 열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사우스아프리카의 공원에 DMZ 정원을 다른 버전으로 만들려고 한다. 조혜령, 최윤석 정원작가와의 협업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추후 DMZ 연구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임진강을 염두해두고 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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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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