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꽃옷도시’로 화사하게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5-12
‘꽃옷도시’로 화사하게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거대한 우주에서 지구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장소이다. 나사(NASA)의 과학자들이나 엘론 머스크(Elon Reeve Musk)와 같은 기업인들이 인간을 위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전까지, 도시는 인간이 거주할 마지막 안식처이자 살아갈 터전이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공포스러운 존재이지만 지구에게는 백신이자 치료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최근의 발표들은 매우 흥미롭다. 실제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감소하면서 탄소발생량은 25%가 감소하였고, 세계적인 관광지인 베네치아에는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운하가 맑아져 고기가 살기 시작했다. 뉴델리는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가 57% 감소하였으며 심지어는 시리아, 예멘에서는 전쟁까지 멈추게 하였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희생생명보다도 대기질 개선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마냥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BC(Before Corona) 원년을 맞이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활 주변과 자연과 관련된 장소를 중심으로 이용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원방문객은 51%가 증가하였고 마트나 약국은 11%, 주거지 인근은 6%, 북한산국립공원은 전년도에 비하여 42% 증가하였다. 도시 인근의 산이나 자연휴양림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힐링과 치유의 장소가 될뿐만 아니라 코로나 해외입국자들의 자가 격리시설로 제공되었다는 사실은 자연의 가치뿐 아니라 생활권 녹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점을 달하던 무렵이기는 하지만 일부 도시 공원녹지과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하여 공원 이용을 자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한 것을 보고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공원녹지의 존재는 시민들의 항우울제이고 휴식처이면서 재난시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회복 기능을 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보면, 수목원을 이용 후 평화로움, 평안함, 고요함을 느낀다고 한다. 뇌의 알파파는 녹색이나 물이 많을수록 높은 이완상태를 나타낸다고 하며, 생활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자연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비만이 증가하고 감각의 둔화, 육체적 질병 발병율의 증가는 물론 우울증 발생하는 ‘자연결핍장애’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영국 엑시터 의대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아름다운 경치, 깨끗한 물과 공기, 넓은 잔디밭은 보는 것만으로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에 일주일에 2시간의 자연복용량이 인간의 건강 및 행복지수를 높여준다고 하였다.

녹지가 풍부하고 맑은 하천이 흐르고 그 사이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답다고 하는 도시들을 방문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녹지 면적이 굉장히 높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름답고 녹지가 풍부하다고 느낄까? 일상생활 속에 녹지가 풍부하고 정원형, 특히 화사한 꽃이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거시적으로 비대면 언택트(untact)시대에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정책’과 더불어 도시재생사업에 시민들의 최소한의 외부활동을 보장하는 생활권 녹지공간과 도심 내 완충공간을 위한 공간계획시 조경의 역할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소공원, 어린이공원 및 근린공원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녹지들을 많이 조성한다면 코로나, 미세먼지와 폭염시대에 피난처나 재난 방지 기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와 같은 선적인 녹지의 식재·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행동반경에 한계가 발생하는 현대인에게 동네 소규모 자투리 공간의 정원화와 더불어 직장이나 가정의 실내외 옥상, 베란다, 벽면, 창문, 출입구의 녹화와 내 화분 갖기 등은 당장 실천가능한 일들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의 해소와 실내공기정화의 기능을 주는 반려식물키우기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자연스러운 시민참여로 이어지는 ‘우리 동네 골목정원’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실제 대구 서구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 마산 창동 예술촌 골목길, 부산 유엔문화마을 등은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우리의 도시는 늘 어수선하고 우중충한 회색도시이다. 이러한 회색도시를 꽃과 나무로 옷을 입혀 ‘꽃옷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현관 입구에서 창문, 베란다, 난간, 도로, 다리, 가로등, 빈터 등 개인가정, 상가,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꽃이 있는 작은 화분을 설치하거나 빈터에는 정원을 조성하여 꽃으로 물들이면 좋겠다.

아름다운 소규모 녹지공간은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시대 인간에게 최후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인 안식처가 될 것이다. 조경이 정원이 도시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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