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끼는 어린이 정원”

[인터뷰] 2020 청주 가드닝 페스티벌 대상수상자 장정은·서경선 작가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5-13
발끝을 스치는 허브식물의 향기, 자작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교과서에서 봤던 나무, 온 몸을 던질 수 있는 편백나무 칩, 그리고 지붕 위에 피어난 알록달록한 정원. 2020 청주 가드닝 페스티벌 모델정원의 대상작인 ‘어딜가든... 걸음걸음’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이 정원’이 주제였던 만큼 어린이 놀이터와는 다른 흥밋거리를 정원에서 찾길 바랐다는 두 작가는 식재수종 선정을 위해 아이들 교과서를 보기도 하고, 키즈카페의 볼 풀을 떠올리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반녹화 선도업체 ㈜랜드아키생태조경의 실장과 차장으로 만나 정원 내 퍼걸러 지붕 위에 옥상녹화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 또한 주목받고 있다.

서경선, 장정은 작가


모델정원 8작품 중 대상에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장정은 작가(이하 장) : ‘어린이 정원’은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했고, 이렇게 대상까지 받게 되어 많이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해주셔서 현장에서 직접 일할 수 있었습니다. 식재, 데크, 시공팀 직원분들 또한 저희의 좋은 취지를 이해해주시고 동참해주셔서 완성도를 높여주셨습니다. 저만의 수상이 아니라 조성에 참여하고 후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서경선 작가(이하 서) : 조경설계를 10여 년간 해왔지만 업무이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현장 여건이 우선되는데, 작가정원이라는 공간에는 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고 애정을 담아 작품에 임했는데 좋은 상까지 받게 되어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파트너 장정은 작가님과 전반적인 자문을 해주신 김진수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정원의 완성도를 높여주신 시공팀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과 호흡이 잘 맞았기에 저희의 완성도 있는 정원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정원 ‘어딜가든... 걸음걸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가드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청주시의 심볼은 ‘새싹’과 정원의 주제인 ‘어린이’, 그리고 ‘정원’은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주시와 어린이가 어딜 가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원을 구상했습니다.

 : 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아이를 키우면서 부러웠던 점은 아이들이 광활한 대자연의 혜택을 생활 속에서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이번 정원박람회의 주제도 ‘어린이 정원’이어서 60㎡의 한정된 공간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식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플라워숍을 운영하며 활동한 경험과 대학원에서 원예치료를 공부하면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으면서 교육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어린이 정원이란 공간은, 안전한 곳에서 맘껏 뛰어놀며, 자연 속에서, 오감을 통해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흥미로운(재미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원에 ‘안전’, ‘자연’, ‘감각적 경험’, ‘힐링’, ‘흥미’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녹여냈습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다닐 수 있는 친환경 데크를 따라가다 보면 저희 작품의 가장 대표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씨앗모양의 ’풍덩풍덩’을 만날 수 있습니다. 편백나무칩 풀에서 몸을 담그기도 하고 맨발로 놀 수 있는 휴게겸 놀이공간입니다. 오늘날 도시지역 출생 아동 3명 중 1명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편백나무칩 pool에서 조금이라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pool 주변에는 동그란 공 모양의 토피어리 식물로 시각적 흥미를 끌고, 발끝이 지나는 곳에서는 향기나는 허브식물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퍼걸러 지붕에 옥상녹화를 하여 옥상에도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유리를 통해서 식물을 보는 즐거움을 더하였습니다.

‘쪼작쪼작’은 느리게 아장아장 걷는 모습의 의태어입니다. 자작나무 기둥 사이를 뛰어다니며 바람 소리를 느낄 수 있고, 나무 형상의 철제조형물을 통해 나무와 어린이 본인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식물과 햇빛 등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따돔따돔’은 아장아장의 충청도 사투리로 아이들의 발걸음을 나타냅니다. 인간과 식물, 곤충이 서로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곤충호텔과 장작더미로 생물서식공간을 조성하고, 강화유리를 통해 식물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찰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적 공간입니다.

정원에서는 꽃향기를 맡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잎 소리를 듣고, 퍼걸러 위나 유리 속 안의 식물들을 들여다보며 즐거웠던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길 바랍니다.


정원에 인공지반녹화가 도입된 것이 독특합니다. 이밖에도 정원에 독특한 요소가 있다면?

 : 정원 자체가 존치되는 곳이다 보니 퍼걸러 지붕의 하부기반 조성이 중요했습니다. 여기에는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특별히 관수를 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식물의 생육이 가능한 독일 Zinco사의 옥상녹화 시스템을 도입해 저관리형으로 조성했습니다. 또한 하중을 고려해 토심이 얕아도 생육이 가능한 세덤류를 선정해 식재했습니다. 세덤류는 건조와 햇빛에도 강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 ‘어린이’가 주제인 만큼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들을 정원수종으로 선택했습니다. 생물교과뿐만 아니라 시나 그림에 나오는 식물들 중 병아리꽃나무, 할미꽃, 국수나무, 매화헐떡이풀 등은 재미있는 이름만으로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정원식재는 색감, 질감, 초장 등을 고려해서 배치하지만 이번 정원만큼은 원예치료지식을 접목해 새로운 것을 시도를 함으로써, 동선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식물 그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정원이 존치되는 만큼 유지관리계획도 궁금합니다.

 : 작가들은 각 정원마다 유지관리 메뉴얼을 제출하기도 하는데, 존치되는 정원인 만큼 설계 자체도 퍼걸러 옥상녹화와 마찬가지로 관리가 용이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잡초 발생 억제 및 수분유지를 위한 바크 포설이나 새싹모양 플랜터 식재된 식물이 고사했을 경우 갈변으로 인한 삭막함을 방지하기 위해 색 자갈로 멀칭하는 등 최대한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조성했습니다.
 
 : 정원 조성이 끝난 이후 심사 전까지 청주시 주무관님이 출근 전에 정원을 방문하셔서 스프링쿨러를 돌리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정원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 있으신 것을 봐왔기에 정원이 잘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후에도 식물 교체나 보수를 하실 때 작가에게 상의를 해주신다면 원래 의도와 달라지지 않도록 관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민정원사나 도시농업관리사 분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고, 정원 안에서의 활동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한다면 정원문화를 확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두 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정원 공모전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옥상녹화였습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키즈카페에서 많이 활용되는 ‘발도장매트’는 실내와 다르게 야외에 적용할 경우 파손으로 인한 안전에 대한 우려점들이 있어 과감히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정원조성의 과정들은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에서 나아가 시공가능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작업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보다 더 똑똑하게 의도한 것들은 담은 정원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현업에서도 옥상녹화 이외에 다양한 녹지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어린이가 대상이기에 어린이에 대한 리서치도 하고 재료를 많이 찾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있어야 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예뻐야 하기 때문에 정원에 대해 보다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설계와 현장 여건이 다른 경우 이를 극복해나가는 방법들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더 많은 정원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어딜 가든... 걸음걸음’ 정원을 찾을 어린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한 바퀴 휙 돌고 나오는 정원이 아니라 정원 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특히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식물들을 오감으로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발끝에 스치는 허브식물의 향기도 맡고, 자작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도 들으면서 식물을 만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같이 설계했으니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편백나무 큐브칩을 만지고 냄새도 맡아보고, 지붕에도 정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머물수록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정원이니까 정원에 머물면서 힐링하고 위안을 받았으면 합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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