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조경교육의 지향점을 찾다] 인구감소와 조경학 교육

박진욱 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
라펜트l박진욱 조교수l기사입력2020-05-24

인구감소와 조경학 교육



_박진욱 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3개월 연속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자연감소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2028년으로 예상됐던 인구감소가 앞당겨져 올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대학도 인구감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과 학과의 존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슬프게도 ‘벚꽃 피는 순서대로 폐교’라는 제목의 뉴스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생존을 위해 경쟁률, 충원율, 취업률 등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의 항목을 기준으로 학과를 평가하고,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학과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와 대학 스스로가 교육의 본질적 측면보다는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단편적 모습일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인구대비 대학수, 진학률, 수도권 집중 현상 등 보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 대학의 순수한 학문적 기능이 변질되어져 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본고에서 인구감소 시대에 조경학과의 교육과 사회적 역할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대학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수요의 감소이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과를 경영할 것인가? 즉, 조경학과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어떠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소비자는 물건을 구입할 때 기능, 가격 등 많은 점을 고려한다. 상품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좋은 품질과 가격에 시장에 내놓아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학과 입시생들의 관계에서 입시생들은 소비자 입장이 되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대학선택은 성적과 관련성이 높을 수 있지만 학과 선택은 다르다. 입시생들은 학과를 선택함에 있어서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학과를 평가하고 선택을 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과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진지한 고민해야만 한다. 수많은 학과들 중에서 조경학과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조경학과만의 매력을 사회에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학문적 매력,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 가능성, 관련 산업의 확장성 등이 입시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아직 조경학과는 입시생들에게 생소한 학과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과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할 과제이다. 건축, 도시계획, 원예 등과 비교하여 조경학의 사회적 역할, 미래성 그리고 조경가의 활약은 우리들만 울타리 안에서 머물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과 산업 현장의 관계에서는 산업 현장이 구매자가 될 수 있다. 대학은 취업률이라는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대학은 학생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대학교육 사이에서는 괴리가 발생했다.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제도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학이 취업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단기적 관점에서의 취업에 필요한 능력만을 가르칠 수는 없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졸업생이 사회적 변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지속적인 성장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산업계의 수요와 더불어 학생의 미래와 학문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자사만의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각 대학의 조경학과는 차별화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차별화된 교육과정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학도 있으나, 학사제도 및 국가자격증 등과 관련되어 있어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조경학과 취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국가자격증인 조경기사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학과에서 개설할 수 있는 전공과목은 제한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과목을 유지하면서 산업 및 사회적 수요에 대응한 새로운 과목을 추가하여 교육과정을 변경하고 차별화된 교육과정 구성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특히, 자격증 제도에 관해서는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본고는 인구감소와 조경학 교육이라는 화두에 대하여 해답보다는 접근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조경학과와 인구감소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리는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현실 속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수요자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입시생과 산업계는 모두 수요자이다. 입시생이 원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하며, 산업계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해야만 한다. 학생들은 어떤 학과를 선택하고 싶어하는가? 우리는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가? 산업계의 변화와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 교육서비스의 수요자 입장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대학교육이라는 본질적 입장에서 미래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대학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매력적인 연극은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린 관객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질 것이며, 감독들은 훌륭한 배우를 찾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우리는 관객에게 사랑받는 무대를 준비해야 하며, 멋진 공연을 위해 준비하는 배우들이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_ 박진욱 조교수  ·  대구가톨릭대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