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조경교육의 지향점을 찾다] 미국의 조경학과 커리큘럼과 인증제도

글_김준현 미시건주립대학교 조경학과 학과장/부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6-18

미국의 조경학과 커리큘럼과 인증제도



_김준현 미시건주립대학교 조경학과 학과장/부교수



미국 조경학과의 커리큘럼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의 대다수 조경학과 커리큘럼과 마찬가지로 조경설계수업을 중심으로 조경시공학, 수목학, 생태학, 조경사 등의 관련 수업 이수를 통해 전문조경가가 되기 위한 통합적인 지식의 축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조경학 커리큘럼의 가장 큰 차이라면, 미국의 조경학과 커리큘럼은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ures(ASLA) 산하 인증 기구인 Landscape Architecture Accreditation Board(LAAB)의 인증기준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고등교육 인증제 (Accreditation)는 조경학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과에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대학내 인증을 받은 학과의 숫자가 해당 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LAAB의 커리큘럼 기준은 미국에서 전문조경가 (Registered Landscape Architect 혹은 Professional Landscape Architect)가 되기 위한 조경가 자격증 시험(Landscape Architect Registration Examination (L.A.R.E.))을 주관하는 Council of Landscape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s(CLARB)과도 연계되어 학부 혹은 대학원 과정에 상관없이 조경학과 졸업생이 전문조경가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에 목표를 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미국에는 70개의 대학에 소속된 96개의 조경학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았으며, 그 중 44개는 학부과정, 52개 프로그램은 대학원 석사과정이다. 인증된 조경 프로그램의 졸업생들은 주에 따라 2년 혹은 3년의 실무과정을 거친 후 LARE 시험을 통해 전문조경가가 될 수 있으나, 인증되지 않은 조경프로그램을 졸업 할 경우 주별로 LARE 시험 응시 자격이 제한되거나 7년 이상 장기적인 실무과정을 요구하는 등 많은 제약이 따른다.



조경학 프로그램 인증심사는 학과 단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학위 과정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부와 대학원 과정이 모두 있는 학과의 경우 각각의 학위 과정에 대한 개별적인 인증심사를 받아야 한다. 인증과정은 서류심사와 Roster of Visiting Evaluators(ROVE)라고 불리우는 업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외부 심사위원 3인의 프로그램 방문심사로 이루어진다. 서류심사의 경우 7가지 Standard로 구성된 Self-Evaluation Report(SER)를 제출하게 되어있으며, 각 Standard마다 십여 가지의 세부 평가항목을 포함하고 있기에 최종적으로 100여장에 육박하는 보고서가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7 가지 Standard로 평가하는 부분은 해당 프로그램의 1) 미션 및 교육 목표, 2) 행정구조 및 의사결정구조, 3) 커리큘럼 및 평가방법, 4) 재학생의 양적, 질적 평가와 결과물, 5) 교수진, 6) 산학연 협동 상황과 community outreach 등 커리큘럼외의 학생 활동 현황, 취업 상황 및 졸업생과의 관계, 7) 시설 및 장비 현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커리큘럼은 평가는 해당 학과가 LAAB에서 조경 커리큘럼에 권고하는 9개의 대주제와 43개의 소주제를 통해 재학생들이 졸업 후 전문조경가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지 평가하며, 9가지 대주제는 다음과 같다: 1) History, theory, philosophy, principles, and values, 2) Design processes and methodology, 3) Systems and processes – natural and cultural (related to design, planning, and management), 4) Communication and documentation, 5) Implementation, 6) Computer applications and advanced technologies, 7) Assessment and evaluation, 8) Professional practice, 9) Research and scholarly methods (대학원 과정의 경우). 최종 보고서인 SER을 LAAB에 제출할 때 최근 몇 년 동안 해당 프로그램의 모든 조경 전공 수업에서 사용한 수업계획서, 해당 수업의 과제 혹은 시험에 대한 자료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제출한 최종 설계 작품 혹은 과제 제출품 및 교수들의 채점 내용을 수업 별로 5개 정도 모아 디지털 화일로 제출해야 한다. 서류심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외부 심사위원의 프로그램 방문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의 교육환경과 학과 운영 현황 및 해당 학과의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이 양질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뿐 만 아니라, 각 학과의 교육내용이 업계와 학계에서 요구되어지는 새로운 수요 및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절차 거친다. 두 단계의 심사과정을 통해서 작성된 심사위원들의 최종보고서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 인증의 가부 혹은 연장 여부가 결정되고, 인증이 허가 혹은 연장되더라도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거나 해당 학과의 교육 제반환경에서 인증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3년 인증을 결정한 후에 재심사를 요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6년 인증을 결정한다. 해당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인증을 받으면, 매년 여름에 LAAB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온라인 형태로 되어 있는 이 보고서는 프로그램의 행정적 혹은 커리큘럼 주요 변화, 재학생에 대한 인구통계적인 데이터, 졸업생 현황과 취업 현황, 교수진 현황 및 학과 예산, 그리고 최근 인증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계획 및 성과 요약 등을 요구한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있는 미시건 주립대 조경학과도 2018년에 성공적으로 인증심사를 통과하여 2024년까지 6년 인증을 연장했다.



미국의 조경학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한 LAAB의 심사를 통해 인증을 받지만, LAAB의 기준은 양질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권고하는 것으로, 인증 조건을 충족한다면 각 프로그램 별로 제공하는 독창적이고 세부적인 교육방법 및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LAAB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기준은 1) 해당 프로그램의 명칭에 ‘조경’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2) 학부는 4년 이상, 대학원은 3년 이상(비전공자 조경석사 과정의 의무화)의 학위과정을 제공하여야 하고, 3) 해당 학과 교수진의 FTE(Full Time Equivalent: 인력 규모): 최소 교원 비율은 단일 프로그램의 경우 5 명 이상, 석사와 학사 과정이 모두 있는 경우 7명 이상이어야 하고, 4)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교육부 혹은 고등교육 인증제의 허가를 받은 대학에 설치되어야 하며, 5) 학과장 등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관리인이 있어야 하고, 6) 프로그램의 현황 및 성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제공해야 하며, 7) 인증 유지를 위해 LAAB에 연회비를 납부하며 인증을 위한 각종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수집 및 관리한다는 것이다. 인증을 위한 최소 기준을 통과하면 앞서 언급한 SER이 요구하는 7 가지 Standard와 그에 따른 세부 사항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평가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 외에는 각 프로그램 별로 자율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일례로 현재 미국에 있는 44개의 학부과정은 학과의 특성에 맞춰 5년제(35%) 혹은 4년제(65%)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LAAB의 평가항목은 프로그램의 총 이수 학점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4년제 학부과정이라 하더라도 대학별 커리큘럼에 따라 재학생이 이수해야하는 학점은 120에서 130학점까지 다양하게 요구되고 있다.



조경 프로그램 인증제와 함께, 미국의 많은 조경학과에서 운영하는 제도 중의 하나가 해당 학과의 졸업생들과 지역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그램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 제도이다. 미국내 모든 조경학과가 운영하도록 요구되어는 제도는 아니지만, 필자가 재직했던 캘리포니아주립대, 텍사스 A&M 대학 뿐만 아니라 현재 재직 중인 미시건주립대 등 대다수의 조경학과가 학과 운영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제도이다. 프로그램 별로 차이가 있지만 위원회의 일반적인 구성은 조경 및 건설사 등 조경 관련분야 실무에서 활동하는 졸업생 뿐만 아니라 중앙 혹은 지방정부 공무원,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5~20인으로 이루어졌으며, 자문위원들은 매 학기 학과를 방문하여 재학생들과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하고 장학금 지원, 인턴 및 취업정보 공유, 설계 수업을 위한 프로젝트 소개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졸업생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이기에, 학과 활동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려 노력하며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자문위원회 등을 통한 졸업생 및 전문가와의 파트너십 유무는 조경 프로그램 인증을 위한 SER의 Standard 6에서 확인하는 사항이기도 한데, 단순한 졸업생들과 프로그램간의 정기적인 모임 혹은 장학금 지원 차원을 넘어서 실무에서 요구되어지는 다양한 도전과 이에 부합하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당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보다 높은 교육의 질을 제공하는 것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인증제와 자문위원회와 함께, 미국의 대다수 조경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인턴학점으로, 재학생들에게 재학 중 인턴과정을 이수하도록 요구하며, 학생들은 조경 및 관련 분야에서 방학 혹은 학기 중에 실무경험을 쌓아야 졸업을 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조경학과에서 Study Abroad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재학생들에게 유럽 및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물리적, 역사/문화적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인증제도가 조경자격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양질의 조경가를 배출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선순환 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바도 크다. 미국에서도 각 주마다 자격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미국에 존재하는 무수한 자격증 중 조경자격증은 미국 전체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인정하는 60여개의 자격증 중 하나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그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자격증 유지 및 강화를 위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행중인 프로그램 인증제가 한국에서 적합한지, 혹은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도 인증제에 대한 비슷한 논의가 있어, 몇 군데의 중국 조경학과에서 필자에게 유사한 질문을 한 경우도 있으며, 한 중국 대학은 학장과 조경 학과장이 작년에 직접 미시건을 방문하여 미국 LAAB기준에 맞춰 자체적으로 준비한 해당 학과의 SER을 바탕으로 해당 학과의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조경 프로그램 인증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은 ASLA, LAAB와 CLARB, 그리고 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 (CELA)등 조경 관련 단체들간의 긴밀한 협의와 전문조경가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 ASLA와 조경인들이 중앙 및 지방정부에 들이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학술 및 전문 단체처럼 ASLA, LAAB, CLARB, CELA 등도 해당 조직의 장기적인 계획 수립 및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선출직 회장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직의 책임자(Director)를 따로 고용하고 있다. 미국 조경 단체들의 Director는 매해 새롭게 선출되는 회장단과 함께 해당 조직을 대표하여 조경 학계 및 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중/장기 계획 수립 및 이행에 유리한 조직 구조와 각 단체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인증제도를 조경 교육에 요구되어지는 새로운 수요, 도전 및 기회에 대응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개선하고, 이를 통해 조경자격증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주요사업의 진행 동력을 꾸준히 확보하려는 미국 조경계의 접근 방법은 한국의 조경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_ 김준현 학과장  ·  미시건주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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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hkim@ms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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