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조경설계, ‘포시즌가든’ 개념 도입할 시점”

정욱주 교수, ‘2020 공공주택조경 품질향상 세미나’서 특강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6-30


정욱주 서울대 교수


“공공주택의 기 조성된 수 십 가지의 특화공간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식재 수종의 질감, 색감, 형태에 의한 공간감을 고려하고 ‘Four Season Garden’의 개념이 함의된 식재 설계 방식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욱주 서울대 교수는 지난 25일 열린 ‘2020 공공주택조경 품질향상 세미나’ 특별강연으로 포시즌가든의 설계개념에 대해 소개하며, “식재디자인의 3요소인 수종, 조합, 시간적 변화 중 단기간 내에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있는 수종들간의 ‘조합’과 ‘시간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아파트 조경식재 설계 현황에 대해 “과거의 비해 수종이 다양화됐지만 여전히 전체 식재 수량의 대부분이 소수의 수종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조경 상품화를 위한 아이템으로써 전체 대상지보단 특정 공간에 대한 특화 설계 위주의 식재 설계가 강화되어 있으며, 초기 효과를 위해 과밀하게 식재하거나 유지관리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식재 경관이 획일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가 말하는 포시즌가든이란 계절을 사분하는 것이 아닌 스펙트럼과 같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으로 보고, 사계절을 넘어 세분화되고 확장된 계절의 경험을 추구하는 정원이다. 꽃 위주의 정원이 아닌, 열매, 잎, 가지, 꽃대, 실루엣 등 수목 고유의 다양한 선형과 질감을 함께 고려해 보다 세분화된 표현이 가능하다.


정 교수는 확장된 계절의 연속적 체험을 위해 자연과 환경의 구조를 모티브로 삼은 ‘Deep Forest - Woodland & Forest Edge – Meadow & Cultivated Landscape – Park – Garden’의 포시즌가든의 5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각각의 개념과 특성에 따른 적용공간을 공공주택공간과 결부한 사례를 들었다.


‘Deep Forest’은 자연상태의 숲 분위기와 유사하게 식재공간을 연출한 공간이다. 상층, 중층, 하층구조의 다층림을 형성해 그 효과를 낼 수 있다. 상층을 이루는 수목의 종류를 단일수림을 적용해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도 있고, 혼효림을 적용해 우리나라 산지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화려한 꽃이나 단풍을 보는 장소는 아니지만 차분한 공간감을 제공하며, 만약 경사지라면 자연석과 함께 조성하여 도심 내에서 볼 수 없는 극적인 자연적인 경관을 연출할 수 있으므로, 공간의 속성상 단지경계와 산책로 조성에 적합하다.


‘Woodland & Forest Edge’는 숲과 들판사이의 경계부 공간으로 양지와 음지가 동시에 제공되어 쾌적함과 개방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공간이다. 깊은 숲처럼 상층, 중층, 하층의 식재층을 형성하지만 경계부이기 때문에 충분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목과 소교목, 그리고 Filler 역할을 하는 관목이 큰 경관의 구조를 잡고 지피초화가 관상의 효과를 더한다. 시각적으로 닫힌 곳과 열린 곳이 공존하고, 닫힌 곳을 등지고 휴식하기에 유리하므로 단지 외곽의 정원으로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Meadow & Cultivated Landscape’는 들판과 경작지를 모티브로 하는 조경공간이다. 입체적인 수목재료보다는 시각적으로 약하게 부각될 수 있으나 전체 공간에 반드시 필요한 여유와 개방감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둔 공간을 뜻한다. 입체적인 수목들 없이 낮은 식생들이 넓게 퍼진 경관으로, 관람 및 산책의 기능을 주로 가진다. 개방감을 느낄 수 있고, 좁고 답답할 수 있는 공간에 시각적인 여유를 주기 때문에 단지 중심의 오픈스페이스에 적용할 수 있다.


‘Park’는 식재 연출이 자연생태적 관점보다는 인간의 활용 관점에 무게를 두고 구성된 공간을이며, 외부공간에서의 활동을 위한 적절한 그늘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 지하고가 높은 교목들이 만들어내는 ‘보스크(키 큰 나무가 우거진 곳, Bosque)’ 경관을 구성하는 공간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놀이공간과 부모들의 감독공간 등에서 필요로 하는 시각적 개방성, 심리적 안정성을 제공하는데 유리하다.


‘Garden’은 초화류의 관상가치가 중점이 되어 구성된 공간을 뜻한다. 원예적 볼거리를 통한 감상의 가치가 가장 높아서 식재의 전시 및 관람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정원의 본질이자 관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둘러싸인(enclosed)’ 공간구조가 유리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 특화정원에 조성되는 것이 적합하다.



포시즌가든 구성 모티브의 적용 / 정욱주 제공


아울러 포시즌가든의 관리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관목의 군집식재와 등간격식재를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의도적으로 관목매스를 통해 공간감을 구현하려 할 경우는 예외지만 군집식재는 개별관목의 고유미는 사라지고 개화기만 빼고는 다 똑같아 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H1.0 이상의 중형관목 중 낙상홍, 진달래, 물철쭉, 고광나무 등 고유의 선형이 아름다운 관목은 독립적인 식재가 필수적이며, 사후관리 시 둥글게 전지하면 군집식재와 똑같은 결과물을 갖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등간격식재 또한 마찬가지로 “보통 식재 도면상 해치 바운더리로 설정된 관목식재지에 식재할 경우 등간격으로 밀도감 있게 식재해 답답한 공간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스러운 관목식재는 적당한 여백과 그 여백을 통해 드러나는 관목의 섬세한 가지선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초화식재도 마찬가지로 도면상 바운더리로 표현된 것을 따라 경계부를 선형으로 식재하거나 모내기처럼 등간격으로 식재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느낌을 구현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경계를 흐릿하게 식재하고, 흙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여백을 만들어냐 할 것을 강조했다.


전정과 전지의 경우도 줄기에서 가지로 이어지는 연속성 및 비율의 자연스러움을 관찰해 자연 수목의 본래 생김새를 따르는 전정을 해야하고, 수관부 다듬기 위주의 전정에서 탈피. 전체적 가지의 흐름과 마디의 간격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겨울철 교/관목 전정은 되도록 피하고 갈변한 초화와 그라스류의 텍스쳐와 매스감을 살리고 가지와 꽃대, 수피, 열매 등을 고려해 겨울정원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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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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