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노후공원 진단에 대해 생각하다

이진욱 논설위원(한경대학교)
라펜트l기사입력2020-07-28
노후공원 진단에 대해 생각하다




_이진욱 한경대학교 응용자원환경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노후공원’ 리노베이션 이야기가 한창이다. 공원 리노베이션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공원 조성을 위한 공간의 부족과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그 논의가 잦다. 노후(老朽)란 오래되고 낡아 제구실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로 건축물과 시설물의 경우 그 진단을 통해 리노베이션의 정도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공원의 노후화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노후 도시공원,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한 지자체 연구소와 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이 있었다. 주제를 보고 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공원이 오래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나무가 우거지고 운치도 있고요. 집 앞에 오래된 작은 공원이 있는데 좀 낡긴 했지만, 너무 좋거든요” ... “나도 오래된 공원을 좋아해.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노후’는 단지 공원이 오래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 거야. 노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어떤 의미인지 한번 세미나를 들어보자.” 

심포지엄에서 연구소의 발표자는 조성년도 20년 이상의 공원을 노후도 평가 대상으로 전제하고 공원의 기능성, 만족도, 서비스 정도를 노후화 진단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 제안하였다. 공원의 기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공원 생태와 시설물의 노후도를 진단 요소로 삼았으며, 만족도 파악을 위해 민원 분석을, 공원 서비스 평가를 위해 공원 주변의 인구 분석을 제안했다. 결국 공원의 노후화는 특정 시간(20년)이 지난 공원이 물리적·생태적 기능에 결함을 보이는 현상이고, 노후화 진단은 이러한 기능의 평가와 민원, 공원 주변의 인구 분석을 통해 진단 가능하다고 제안하였다.

연구소가 제안한 노후공원 진단 방식은 계량적이었고 진단 과정이 체계적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먼저, 공원의 평가가 외부인의 시각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했지만 제한된 제정과 소요 시간 등의 이유로 조사가 기존 민원을 토대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언뜻 보면 노후화 평가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공원의 노후를 물리적 결함 자체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의 노후화는 물리적 결함 자체보다는 그 결함이 방문자에게 어떻게 인지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공원의 노후화를 사용자의 시각에서 조명하면 공원 시설의 물리적 파손이나 성능적 결함의 측정이 중요한 것 대신에 이용자가 경험하는 불편, 심리적인 불안 등 이용자의 지각과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공원의 양상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노후도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관리자 혹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낡고 볼품없는 노후 시설일지라도 이용자에게는 가치 있는 시설일 수 있다. 오래된 공원은 일상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장소이다. 그곳은 학창 시절 친구와의 약속 장소이며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이자 삶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때로는, 삐걱거리는 벤치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의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공원은 오래된 가치를 유지하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원과 함께 삶과 도시의 기억을 풍부하게 간직해줄 수 있다. 오래된 공원을 기술적으로만 기능을 평가하고 리노베이션을 진행 한다면 오래된 주거 단지를 일거에 밀어버리고 모조리 재개발하는 폭력적 행위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오랜 기억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원은 그래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노후를 정의할 때 노후화되는 시간을 특정하여 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공원이 사회적, 경제적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이 있음을 간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가치관 그리고 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 19로 인해 보건, 위생 등의 개념을 공원에 적용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공원에 요구되는 역할이 변하면 이에 부응하여 공원의 기능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이용자의 불편과 불만족으로 나타난다. 10년 안팎의 짧은 시간이 경과한 공원일지라도 그 공원이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곧 노화라고 정의될 수 있다. 공원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원의 노후는 공원의 규모와 위치, 형태 등이 더 이상 주변 지역과 어우러지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 공원은 수동적이기 때문에 공원의 이용률이 낮다는 것은 공원의 시설이 노후화되어 그런 것이 아닌 주변 지역의 변화가 요인일 수 있다. 따라서 공원 노후에 대한 개념은 사회의 변화와 주변의 경제적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원은 유연하다. 수많은 요인으로 공원은 변화한다. 그래서 노후공원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고 신중해야한다.
_ 이진욱 교수  ·  한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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