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분야 BIM, 어디까지 왔나?

‘스마트 기술의 융합 : 조경 BIM의 이해와 설계 적용사례’ 세미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8-21
새로운 컴퓨터 설계방식이 등장했다. 설계과정에서 설계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는 ‘연산적 설계’가 그것이다. 설계의 마지막 과정에서 결과물을 입력, 저장, 복사, 전송, 출력하는 기존의 디지털화 방식은 컴퓨터를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산적 설계는 길이, 면적 등 형태적 속성 또는 가격, 재료, 시공방법 등 기능적 속성을 정보로 구축하면 그 속성값(설계변수)들을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활용해 변경하면서 설계하는 방안이다. 그 대표적인 설계방식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이다.

‘스마트 기술의 융합 : 조경 BIM의 이해와 설계 적용사례’를 주제로 한 웹화상 세미나가 지난 6월 4일 열렸다.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와 한국조경협회 경관위원회는 조경 BIM 모델의 이해와 설계 적용 사례를 통해 조경 분야의 BIM 도입 필요성과 정보 공유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웹화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복영 조경BIM연구소 림 소장의 ‘조경 BIM 모델의 개념과 활용’ 발제를 통해 BIM에 대한 설명과 조경분야에 활용될 경우의 어려운 점과 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BIM은 3D 형상의 단위 객체로 만들어진 설계 요소들을 조합해 모델링을 하는 것으로, 형상정보 외에도 단위 객체들의 물리적, 기능적 속성정보들이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품명, 단가, 재료, 생태적 속성, 건설공정 등이다.

BIM은 상호운용성을 지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호환 가능한 포맷 또는 표준화된 포맷의 파일을 사용함으로써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의 교환과 공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제 BIM 표준 파일포맷 IFC가 개발되고 있으며 조경분야에서도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파라메트릭 모델링 방식도 특징인데, 점, 선, 면이 아닌 벽, 지붕, 바닥 등의 객체 단위로 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고정된 형상과 속성이 아닌 정해진 규칙과 변수로 운용하는 것으로, 수학적 규칙을 통해 무한한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다양한 형상을 생성할 수 있다.

BIM의 효과로는 우선 설계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정보화된 3D 모델을 토대로 도면작성과 업데이트가 자동화되기에 오류를 없애고 추가적인 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정보값만 변경하면 조감도까지 다 같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분야마다 모델이 단계마다 통합모델로 합쳐져 정보들이 단계마다 공유되어 원활한 협업과 간섭체크가 이루어져 설계 질이 향상된다. 수정에 의한 마지막 단계의 업무량이 감소된다는 장점이 있다. 형태 및 속성정보를 활용해 설계업무뿐만 아니라 시공, 운영,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들의 수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건축 프로그램인 Revit으로 건축분야와의 연계를 위해 조경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식재를 구현하기가 어려워 Rivit용 플러그인인 Artisan RV나 Dynamo 등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 조경에 딱 맞는 소프트웨어는 아니다.

그렇다면 조경분야의 BIM 동향은 어떨까?

ASLA 480명 회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수이상이 BIM을 도입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는 Revit이 21.8%로 우세했다. 조경에서 BIM을 도입한 원인은 모델링 기술이 아닌 건축, 토목과의 협업에 있다고 답변했다. 통합모델 작성시 좌표계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조경분야에서 BIM 도입이 어려운 점은 우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교육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식재, 시설물, 포장재 라이브러리 등 조경콘텐츠가 아직 없으며, 지형 모델링을 해야 하는 등 추가업무도 발생한다. 설계대가도 미정이며, 조경 BIM 프로젝트와 조경분야 정부정책도 부재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IM을 도입하는 것의 장점도 있다. 우선 환경적 가치를 정량적 수치로 환산함으로써 설계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설계요소들의 정량화된 속성정보를 활용해 설계대안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후변화 및 도시재해 저감설계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속성정보를 활용해 대기오염, 도시홍수, 토사, 열섬효과 등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기후데이터를 적용함으로써 수목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산소 발생량, 미세먼지 저감량, 포장재의 알베도 등에 의한 열쾌적지수 등을 통해 최적안을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정형적이거나 복잡한 형태의 설계와 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오차를 줄이고 맞춤방식으로 시공도 가능하다.

김복영 소장은 “새로운 컴퓨터 설계방식에 따라 설계가들은 다양한 설계 변수와 관계성을 찾아내는 코디네이터의 역할로 변화하게 되며, 설계도구가 없다는 핑계에서 벗어나 연산적 설계, 코딩을 통해 도구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자이면서 생산자로서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해안건축 팀(조선희·백지현·이상민)에서 ‘Revit을 활용한 조경 BIM 설계 적용사례’ 발제를 통해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BIM 기준과 설계자로서 느끼는 점을 공유했다.

조달청은 2016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건축설계 프로젝트에 BIM 활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분야별 시각적 간섭 검토까지도 하려고 한다. 올 2월부터는 총 사업이 300억 미만의 중소규모사업에까지 활용을 확장했으며, 기존 계획설계에만 적용하던 것을 계획중간실시설계의 모든 단계로 적용폭을 확대했다. 반면 건설사나 민간기관은 단위세대 개발시 물량을 추출하고 면적을 비교하는데 적용하고 있으며 시공 오류 체크나 공기 단축에 활용하고 있다.

BIM 수행 대가는 조달청의 경우 예가 산정 기준에 의거해 비율로 적용하고 있으며, 건설사나 민간기관은 별도의 책정비용이 없으며 경우에 따라 추가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조선희 선임은 “계획설계단계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실시설계까지 확대된다면 더 많은 이용이 책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IM은 건축과 구조분야의 경우 모든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조경분야는 선택사항이며 실시설계단계에 적용된다. 조경은 실시설계단계에서만 요구되고 있으며 선택사항이다. 조달청 BIM 반영 수준은 계획고를 기준으로 녹지와 경사를 모델링하는 수준(BIL20~30, LOD300)이다. 시설물 크기는 정확하게 표현하되 디테일이나 재질은 대략적으로 표현하고, 포장 외피는 재질별로 구분하되 단면은 대략적으로, 식재는 기본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표현할 경우 교목은 캐드, 또는 발주처 요구에 따라 패밀리 교목으로 작성하고, 관목과 초화는 BIM 패밀리 적용이 불가해 캐드로 표현한다.

조선희 책임은 BIM의 장점으로 ▲3D 공간 이해도 향상 ▲실시간 협력 및 검토로 간섭 최소화 ▲시공 오차 감소 및 효율적 공정관리 ▲모델작업, 도면화, 물량 산출 일체화 ▲모델을 통한 3D시뮬레이션 가시화 ▲빅데이터 기반 설계(환경, 생육분석 등에 활용)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IoT, AR, VR 등)을 꼽았다.

반면 한계점으로는 사이트 레벨과 지형을 작성해야 하며 조경 라이브러리가 부족하고, 조경시설울 속성 기반이 불명확하기에 모델링이 비효율적이라고 짚었다. 또한 국내의 경우 협력 업체와의 협업과 대응이 불가능한 점과 정보화로 인한 작업량과 재원의 강화가 필요한 점, 도면화단계 오류와 비효율성 등이 있다고 전했다.

백지현 선임은 “조경 BIM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지형모델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지형에 표고점마다 레벨값을 표기해야 하고, 바닥을 구획하는 기능이 없어 Floor Void 기능을 응용해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시설 객체 작성시 국내 협력업체가 도입시설과 유사한 형태의 패밀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과, 표현이 어려운 시설물을 스케치업 등에서 작성해 삽입할 수는 있어도 객체 크기나 재질속성 등을 수정할 수 없다. 식재도 제공되는 패밀리의 종류와 표현이 한정적이고 캐드도면을 삽입할 경우 레벨정보에 따라 재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상민 선임은 “해외의 경우 BIM 납품 수준이 국내보다 높다. 국내는 모델중심이지만 해외는 도면화와 물량관리, 시각자료로 활발히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모델링 가이드라인은 타 분야의 경우 굉장히 많지만 조경은 다섯가지 수준으로 한 페이지만 제공하고 있다. 해외는 보통 LOD350 수준을 요구하며 마지막단계인 LOD400 수준까지 간다면 모든 부분의 상세도면화가 가능해진다. 이상민 선임은 “BIM은 보다 정확하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한 반면 작업량은 두세배 늘어난다. 이러한 흐름은 설계자들이 포용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건축과의 협업을 위해 건축 프로그램인 Revit을 활용하다보니 조경분야에서는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기에 Revit의 조경요소 기능이 강화되거나 조경에 맞는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납품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하며, 국내에서는 협력업체 BIM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등 데이터 인프라가 강화돼 조경설계자가 모든 설계요소를 다 변환해야하는 일들을 감내하지 않고 작업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승홍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이제 일상화됐다. 건설분야에서 스마트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이 이야기 되고 있다. 특히 BIM은 건설프로세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긴요한 기술이다. 조경분야에서 신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해 웨비나가 마련됐다”며 “조경만의 표현방식에 대한 갈증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서 향후 BIM에 대한 관심과 노력, 투자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경 한국조경협회 경관위원장은 “그간 조경은 대지와 경관, 생명을 다루는 아날로그적이고 정성적으로 접근해왔기에 디지털화 하기도 바쁜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보다 스마트해질 수 있어야 한다. 기대는 크고 현실은 황무지인 가운데 웨비나를 통해 조경 BIM 도입의 초기 이슈를 진단하고 많은 분들이 스마트조경의 기반을 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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