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익숙한 것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 해법 제시할 수 있다″

‘제5차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 웨비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08-23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다. 과연 조경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미국의 조경가들은 역사문화경관 보전과 공중보건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경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는 ‘제5차 한국조경학회 공원녹지연구회 웨비나’를 18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는 ‘역사경관과 공중보건에 관한 미국조경의 연구 동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로는 박소현 University of Connecticut 식물과학 및 조경학과 교수의 ‘역사경관 보전의 조경계획적 접근’, 이성민 Texas A&M University 조경 및 도시계획학과 교수의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학제간 연구’가 마련됐다.

박소현 교수는 “그동안 역사문화경관은 조경에서 먼 분야라고 생각해왔지만 이 또한 조경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사람들의 소관이 아닌 일반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 ASLA나 IFLA도 역사문화경관을 중점분야로 규명하고 있다”며 역사문화경관 보전에 있어 조경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 국가공원청 과제로 수행했던 ‘Palmito Ranch Battlefield Comprehensive Preservation Plan’을 소개했다. 한국의 국립공원공단에 해당하는 미국 국가공원청은 국가공원관리가 주요업무지만, 현대화된 가치라고 할지라도 복원가치가 있다면 보전대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전쟁지 보전’에도 관심이 있다.

이는 미국인들이 ‘문화경관’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미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문화경관뿐만 아니라 그곳의 자연경관도 보호관리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보다 폭넓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역사학자들은 사건중심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하지만 조경가들은 공간의 SWOT을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경관을 읽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spot)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공간을 보고 현대의 문제점과 어떻게 중첩되는지 읽을 수 있으며,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능력도 크다”고 말했다.

파미토랜치 전쟁지는 미국의 10,500개 전쟁지중 텍사스 전쟁지의 중요한 지역 5개 중 하나로 꼽혔다. 1865년 4월 9일 남북전쟁 종전선언 이후에도 전쟁이 끝난 줄 모르는 상태로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이루어진 전쟁 후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마지막 남북전쟁지이기도 하고,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에 장기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1997년 15㎢를 핵심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후 2015년에 보호논의가 시작되면서 핵심보호지역에 전투 배경지역이나 군대이동경로, 전보이동경로 등 14㎢를 추가 지정, 여의도 3배의 면적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이곳의 위협요인으로 ▲텍사스 4번 도로를 중심으로 밀려오는 개발압력 ▲4번 도로 북부 에코천연가스 파이프의 추가설치 ▲우주선 발사시설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발사체 발사실패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 ▲멕시코과 미국 사이의 장벽으로 인한 환경의 파편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전 지역 침수 가능성 등을 꼽았고, 이를 위해 연방정부와 전문가, 토지소유주들은 공청회를 열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보전, 복구하기 위해 역사자원과 향토자원을 새롭고 다양한 문화경관시스템으로 고유수종 유지 및 ▲토지매입방안 ▲관광교육프로그램 개발 ▲관광루트 개발 ▲조망권 보호 ▲생태문화적 자원 및 건강성 증진방안 ▲탐방해설자 훈련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관호보전략들을 제시했다. 아울러 효과적 거버넌스를 위해 관련기관 및 민간, 비영리기관과 함께 보전 및 모니터링 계획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전쟁지를 찾고 보전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공원이나 도시재생 등 익숙한 것에 갇혀있지 말고 한 발자국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역사문화경관은 자연생태경관과 따로 생각하는 시각을 버리고 자연적 분석과 문화인류학적 스토리텔링과 결합한다면 새로운 분야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성민 교수는 조경과 공중보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복잡해진 사회로 인해 조경가는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건강문제”라며 “건축은 이미 공중보건에 대한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조경도 충분히 다양한 해법을 제안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전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이슈이지만 미국에서 또 다른 하나의 큰 화두는 만성질환이다. 천식, 정신질환, 특히 비만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최소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으로 일주일에 150분을 걷을 것을 제시했으나 절반정도가 이 활동조차 하고 있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개인이나 공중보건만의 문제만이 아닌 자동차중심의 도시구조와 외부환경의 형태에도 원인이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2016년 미국조경재단은 조경가의 역할 중 ‘커뮤니티의 건강과 웰빙’을 강조했으며, 조경의 사회적 실천으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ASLA를 비롯한 8개 기관이 ‘Promote Healthy Communities’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음놓고 밖에 나가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거리와 안전한 공원, 안전한 놀이터, 안전한 주거, 교통, 도로 등이 공중보건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비만으로 대표되는 만성질환과 더불어 고령화 문제와도 직면해있다. 증가하는 노인인구에 대해서는 ‘Healthy Aging(건강하게 늙기)’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건축에서는 무장애공간, 스마트건축 등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도시계획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주거, 교통, 커뮤니티 인프라가 고령인구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노인들의 낙상문제에 대해 연구했다. “낙상에 대한 두려움은 노인들이 외부공간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직결된다. 외부환경을 조경이라고 봤을 때, 조경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이 느끼는 외부환경에 대한 두려움의 요인은 교통문제와 보도블록상태, 지형의 높이차 등이 있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사소한 문제겠지만 노인들에게는 큰 문제이기에 다양한 디자인 해법으로 노인이 두려움없이 안전하게 외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원의 의학적, 공중보건적 가치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의사의 처방 또한 약이나 치료가 아닌 공원에서의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만성질환이나 노인건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전한 외부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조경가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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