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의 노천카페, ‘제3의 장소’로서 생활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길 바라며

글_윤윤정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초빙부연구위원(노원구청 정책개발팀 파견)
라펜트l윤윤정 초빙부연구위원l기사입력2020-09-09
한국 도시의 노천카페,
‘제3의 장소’로서 생활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길 바라며




_윤윤정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초빙부연구위원
(노원구청 정책개발팀 파견)




[참고: 제3의 장소] 
Ray Oldenburg(1989)의 저서 “정말 멋진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로 제1의 장소 집, 제2의 장소 직장 외에 부담없이 휴식, 체류, 사회적 교류를 영위할 수 있는 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제3의 장소의 사례로 파리의 노천카페, 독일은 맥주 가든(beer garden), 영국은 펍(pub), 미국은 반스앤 노블스(Barns & Nobles) 서점을 언급하고 있다.

도시형태와 근린생활,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노천카페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뉴욕 맨해튼에서 6개월 가량 연구인턴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에 생활 장소를 마련하면서 부터로 기억한다.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는 미드타운과 로어맨해튼 사이에 있는 동네로, 17세기 맨해튼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의 작은 마을로 형성되기 시작한 곳이다. 맨해튼이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여 뉴욕이 탄생한 이후에도 뉴욕에 속하지 않았다. 뉴욕이 점점 커지면서 그리니치 빌리지 또한 뉴욕의 일부가 되었지만 그리니치 빌리지는 맨해튼의 그리드와 다른 복잡한 길들이 유지된 지역이다. 오래된 마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골목(alley)들이 많았고, 비정형적 도시블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분위기도 월 가(wall street), 센트럴 파크 혹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최첨단의 고층의 고밀화된 도시형 주거보다는 교외에서 접할 법한 저층부 주택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주변의 노천카페는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 앞에 테이블 한두 개, 의자 몇 개 정도만 있는 편이었다. 여기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뉴욕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뭔가 좀 어색했고, 한국적 보도 사용 관점에서는 보도상 불법 점용을 하는 단속 대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던 듯 하다. 특히 여기에서는 노천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가족동반의 일행들을 자주 목격하였다. 혼자 방문하여 신문을 읽으며 차를 마시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와서 이웃들을 가볍게 만나는 모습들은 생활 가로의 경관으로 목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니치 빌리지 거리에는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 그대로 거리와 오픈 스페이스에서 배어 나왔던 것이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성 정체성까지 섞인 그리니치 빌리지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미국 대도시 삶과 죽음)의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거주하던 곳인 허드슨 스트리트(Hudson Street)가 여기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 여기에서의 편안하고 안락한 지역공동체적 삶이 로버트 모세스(Roboer Moses)의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반대한 기저에는 그녀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의 생활이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니치 빌리지 노천카페 모습

제인제이콥스 거리 안내 사인


그렇다고 미국 뉴욕의 노천카페가 처음부터 유럽의 도시역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등장한 공간은 아니다. 뉴욕시에서 노천카페가 법적으로 허용되어 운영된 시점은 1930년대 후반 이후로 고층 건물의 공개공지에 무미건조하게 대형 조각물, 분수대 등을 설치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고, 유럽의 노천카페와 같은 시설을 통해 사람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우호적인 거리 환경(sociable street environment)을 도모하자는 제안이 촉발되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공공 영역(정부 및 지자체)는 노천카페를 공공성을 실현하는 도시 어메니티적 요소로 인지하고, 도시관리 차원의 수법으로 조닝(zoning)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Need For a Sidewalk Cafe Society (New York Times, 1964), 분수대 대신 노천카페 도입을 통해 능동적인 이용과 활용을 통해 도심 속 무미건조한 거리의 활력을 제안함

한국도 마찬가지로 황성경․김진아(2015), 윤윤정(2019) 연구에서 언급하였듯이 한국의 최초 노천카페는 서구도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이벤트성 공간으로 등장하였다. 이후 경제개발에 힘입어 88서울올림픽 개최와 해외여행 자유화는 외국 도시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노천카페의 어메니적 요소(테이블과, 의자, 어닝, 상점의 투명화 및 개방화는 상업적 요소로써 활용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한국의 2000년대 후반 거리 풍경을 본격적으로 옥외영업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윤윤정, 2018).

노천카페 시설로 조성된 옥외영업공간은 공통적으로 시각적 매력도를 높이는 심미적 요소들이 있다. 점포 입면부의 접이식 창의 설치를 통해 실내외를 투영시킴으로써 행인들로 하여금 시각적 개방감과 하여금 실내 인테리어 요소가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아 보행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서울시청앞 설치 노천카페 언론보도 기사 (출처: 동아일보)

한편, 옥외영업공간에 앉은 사람들은 거기에서 서구 도시민들처럼 먹고 마시며, 대화를 통해 또 다른 거리 경관을 만들어낸다.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관점에서 한국 도시 옥외영업공간에서의 이용자들의 행위는 소비문화의 한 유형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도시민들의 소비가 공공 생활(public life) 연장선상에서 민간 영역에서 제공한 옥외영업공간에서 오락적, 상업적 요소가 장소 체험으로서 구현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뉴욕의 노천카페도 마찬가지이나 차이점은 보다 근린화되고(일상 속에서 도시 여가의 한 패턴), 체계적인 법제화로 공간 관리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회제도적 변화에 따른 한국 식품접객업소 영업공간 입면부 공간의 변화(윤윤정, 2018)


서구도시의 노천카페 한국적 적용··· 제3의 장소를 기대할 수 있는가?

국내 도시의 급증하는 옥외영업화 경향은 거리 활력,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기여와 함께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함께 양산해내었다. 2012년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옥외영업을 허용하는 규정이 만들어졌으나 지자체 재량행위로 위임을 하여 기본적인 운영 방향이 전무한 상태에서의 옥외영업 허용과 관리는 보행자들의 통행로 방해, 소음, 음식, 쓰레기 처리 등의 공직 침해(public nuisance)까지 관리되지 못하여 이해관계자(보행자, 주변지역 거주자, 옥외공간 영업운영자)들의 갈등 조율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4차 혁명, 스마트 도시, 게다가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 Covid-19의 국내외 급진적 사회적 이슈는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옥외 일상(outdoor public life)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지 특히나 더 많은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의 노천카페 사례와 뉴욕에의 노천카페 도입 역사를 앞서 언급한 것은 표피적인 상업적 디자인 요소만을 차용하여 도입하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도시관리 차원에서 도시민의 일상 속 여가문화를 담는 장소로의 도입을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의 노처카페처럼 우리나라 식품접객업소의 옥외영업공간에서 한번 그 해법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단상에서 비롯됨이다. 공공-민간 소유의 이분법적 공간 구분에서 탈피하여, 도시민의 문화를 담아내는 토지이용 및 관리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도시 계획 및 설계가, 도시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 모두가 고민해볼 주요한 과제라 생각된다. 대지내 공지, 공개공지, 보도 이 모든 것은 결국 이용자에게는 거리(street)이다. 한국 도시민들에게 ‘제3의 장소*’가 되는 일상적 옥외여가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그룻이 될 수 있는 거리 환경 정비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2014)

마포구 서교동 상업가로(2014)



경기 성남 정자동 레스토랑(2018)

서울 서초구 석촌호수 카페거리(2016)



을지로 노가리 호프 골목 (2019)

서울 중랑구 먹자골목 옥외영업공간



서울 서대문구 편의점 옥외공간 (2020)


경기 고양시 관광특구내 옥외영업공간 (2020)




거리 환경에서 노천카페 시설이 점유되는 방식(윤윤정, 2020)



참고 자료
윤윤정(2020), 해외 도시 옥외영업공간 운영 법·제도 비교 연구: 뉴욕, 토론토, 시드니를 중심으로, 국토계획(10월 게재 예정).
윤윤정(2019), 도시 옥외영업공간 운용의 기본 원칙 정립을 위한 해외 제도 연구: 뉴욕, 파리, 토론토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윤윤정(2018), 도시의 파사드로부터 공감을 읽다, 「공감을 디자인하다」 Part2, 프롬나드디자인연구원.
황성경·김진아(2015), 국내 카페 파사드에서 읽어낸 문화적 의미, 도시인문학 연구소 제7권 2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이제승(2008), 시간이 스쳐간 뉴욕의 거리, SIGONGART.
James Roman(2010), Chronicles of Old New York, Museyon: NY.
Elaine Kendall(1964), Need For a Sidewalk Cafe Society (New York Times). 
글·사진 _ 윤윤정 초빙부연구위원  ·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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