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5% 케렌시아를 만들자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9-23
5% 케렌시아를 만들자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업역을 보호할 수 있는 가칭 ‘조경기본법’ 같은 독립적인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경업은 그동안 무엇으로 먹고 살았는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종합공사업(조경공사업)과 전문공사업(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공사업)을 기반으로, 「건축법」 제42조 ‘대지의 조경’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200㎡이상의 대지에 건축하는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대지면적에 기준에 따라 5~15%의 조경면적을 확보하도록 규정한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건축허가신청에 필요한 설계도서에는 건축계획서,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구조도, 구조계산서, 실내마감도, 소방설비도 등 표시하여야 할 사항은 36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조경은 배치도에서 표시하여야 할 사항 6번째인 ‘공개공지 및 조경계획’ 단 하나에 해당한다. 대형건축물의 건축허가에서도 개략조경계획 하나뿐이며, 착공신고에 필요한 허가사항에서도 도면목록표, 조경배치도, 식재평면도, 단면도 정도로 규정되어 있다.

더구나 공개공지 등의 확보와 관련하여 「건축법 시행령」 제27조 2의 제2항에 따르면 공개공지 등의 면적은 대지면적의 100분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건축조례로 정한다. 이 경우 법 제42조에 따른 조경면적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매장문화재의 현지보존 조치 면적을 공개공지 등의 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어 중복 면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 제42조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는 각 호에 해당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조경 등의 조치를 아니할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어져 있는 등 매우 불리한 여건 속에 놓여 있다.

또한 법적으로 만들어지는 5~15%의 ‘대지의 조경’ 중 10~15%는 조경전문가들에 의해 설계가 되지만, 5%는 조경전문가가 아닌 영역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매우 허다하다. 누가 설계하든지 5~15%의 녹지면적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건설관련 심의위원회를 가보면 5%는 대부분 비전공자들이 면적기준에 맞춘 형식적인 설계도면이다. 심의를 받고 나면 준공전문이라는 이름 없는 시공업자들에 의해 시공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준공만 받으면 되므로 관리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운 좋게 살아남은 나무들도 1m의 협소한 폭과 얕은 토심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심자마자 뽑거나 제거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생존해서 운 좋게 자란 나무는 규정 1m의 폭보다 크게 자라서 통행인의 불편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거나 과도한 전정으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녹지공간 본연의 경관과 기능이 상실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대지의 조경’이 건축주와 시민들의 무관심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조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시키고, 스스로도 조경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녹지가 풍부하고 아름답다는 세계적인 도시들은 본래부터 많은 녹지 공간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면적도 내 집 정원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녹지공간이 없는 곳은 화분을 설치하여 보완하고, 벽이나 창문, 현관 등 녹과 꽃을 확보할 수 있는 대상물을 다양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법」 제42조 ‘대지의 조경’은 하루바삐 「조경기본법」이라는 독립법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현행 최소 면적기준 200㎡의 5%인 10㎡에서 최대 50㎡의 면적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면적이다. 작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건축물의 측면이나 후면에 조악하게 조성된다면 도시를 더 회색공간으로 만들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조경가가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더불어 5~15%의 설계방식도 건물 전면부로 한정하는 내용도 필요하며, 정원형 설계의 도입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곳은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다. 건축사는 40명 정도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전무하다. 장기적으로 설계시장의 규모 확대는 물론 동네조경설계가와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 5%에 대한 조경가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조경의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법적인 제도는 없다. 그러나 최근 ‘관리책임자는 건축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설치된 조경시설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조경시설물 또는 수목이 훼손·고사되었을 경우에는 보수 또는 보식하여야 한다’ 등 소수 지자체의 녹지보전조례 내 유지관리에 대한 자치법규 제정이 확산분위기를 타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실적인 사후 관리조치도 실행되는 순풍의 바람은 불고 있다.

5% 조경이 우리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혹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제3자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시민들에게 조경가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도시민의 행복은 도시를 걸으면서 잠시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있고 다양한 변화와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을 갖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시대에 옥외공간의 행복전도사, 케렌시아(Querencia)의 조성은 우리 조경가가 해야 할 일이다.


케렌시아(Querencia)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의미하며, ‘퀘렌시아’라고도 한다. 원래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귀소 본능, 안식처’ 등을 뜻하는 말로, 투우(鬪牛) 경기에서는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이른다. 이는 경기장 안에 확실히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투우 경기 중에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은 곳으로, 투우사는 케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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