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생성적 경계(Generative Boundary)

조용준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라펜트l기사입력2020-09-20
생성적 경계(Generative Boundary)




_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현대도시의 흐름

현대 도시는 건축물, 경관,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단순한 집합체로서의 도시를 넘어서 작동하는 연속된 표면으로, 그리고 총체적 시스템으로서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전통적인 고밀도의 중심부에 대한 관심에서 파편화된 불연속적인 토지이용의 매트릭스에 대한 관심으로, 기능위주의 획일적인 건축에서 맥락적 도시구조를 이해하는 다양한 건축으로, 대량생산체계의 효율성을 고려한 속도위주의 도시기반시설에서 도시구조의 생성적 공공 경관으로서의 기반시설로, 버러진 산업경관에서 공공을 위한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고정된 프로그램과 물리적 공간속에서 현대도시의 문화, 사회, 환경 등의 다양한 변화와 흐름을 충족하기엔 부족하단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스케일이 다른 건축, 경관, 도시기반시설의 독립적인 역할의 이해를 넘어서, 융합을 통한 새로운 접근과 디자인을 요구한다.  


현대도시 서울의 다양한 층위의 복합적인 시스템에 대한 개념드로잉 
(2015,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공모전 당선작 이미지, 전진현 조용준)


왜 경계인가?

경계의 문제는 단순히 선형공간 혹은 사이공간의 디자인 문제가 아니다. 영역성(정체성)과 안전성에 관한 사회문제이며, 기후변화에 의한 환경의 문제이고, 속도에 의해 단절된 도시와 자연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불법이민을 막는 3100km의 거대한 ‘트럼프 장벽’은 물리적인 경계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인종문제와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에 개발되는 수많은 고속도로는 숲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이로 인해 지구는 더욱 황폐해지고, 기후와 환경문제로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거시적인 문제뿐 아니라 외부인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아파트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 개인 필지와 공공가로 사이에 만들어지는 공개공지의 디자인 방식 등 일상 속 도시공간에도 수많은 경계에 대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과거 안전과 보호를 목적으로 생겼던 경계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사회와 공간을 구분시켰다. 예를 들어 성벽과 해자는 가시적인 명확한 구분과 토지의 분리를 통해 도시의 안전 확보, 도시와 시골의 구분,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사회적 구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도시에서 경계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과거의 성벽은 무너지고, 해자는 매립되었다. 남겨진 일부는 관광지가 되었다.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속도를 중심으로 한 철도, 고속도로, 차도와 같은 거대 인프라스트럭처들이 나타났으며, 이는 지역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이자 토지를 단절시키는 물리적 경계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교통수단으로 인해 도시는 위성도시들과 결합되어 거대해졌지만 도시를 구분시키는 물리적인 구조는 없다. 단지 행정적인 구역만으로 구별될 뿐이다. 하지만 이 보이지 않는 구분이 지역이기주의를 만들기도 한다. 현대 도시의 경계는 단순히 물리적인 것을 넘어서 비물리적인 것들과 결합되어 복합적인 문제들로 나타난다. 


경계에 대한 재인식 : 생성적 경계 (Generative Boundary)

생성적 경계 디자인은 서로 다른 물리적 또는 비물리적인 것들의 관계성을 규명하고, 연결, 작용, 소통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경계에 대한 9가지 인식 다이어그램 (조용준)

1. BOUNDARY AS LINE
2. BOUNDARY AS THRESHOLD
3. BOUNDARY AS SURFACE
4. BOUNDARY AS GRADATION
5. BOUNDARY AS SEAM
6. BOUNDARY AS FLOW
7. BEYOND BOUNDARY
8. BOUNDARY AS ROOM
9. BOUNDARY AS CONTROL


01 공공공간으로의 전환 ( Ways to find public realm)

경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공공영역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경계는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데, 현대도시에서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린 경계는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포함되어 새롭게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경계의 문제가 생기는 곳들은 사람들에게 소외되기가 쉬운데 이런 곳들을 발견하고 재개발함으로서 도시의 삶은 풍족해진다.  

예를 들어 뉴욕의 하이 라인은 주요 운송수단이 트럭으로 바뀌면서1980년대 폐선철로가 되어 사람들의 인식에서 버려진 후 도시의 폐기물이 되었다. 이후 땅을 샀던 개발론 자들은 건물을 짓기 원했으나, 하이라인의 역사적 가치와 공공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꿰뚫어본 로버트 하몬드(Robet Hammond)와 조쉬 데이비드(Joshua David)의 노력으로 2009년의 지금의 하이라인 공원을 만들 수 있었다. 하이라인 공원이 첼시 지역을 포함해 주변 지역에 미친 경제적 문화적 효과는 막대하다. 이밖에도 서울의 청계고가를 허물고 지은 청계천, 망가지고 버려진 조선시대의 성벽을 활용한 성곽 둘레길도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경계를 새로운 공공장소로 탈바꿈 시킨 좋은 사례이다.

그리고 서울의 도시연대를 중심으로 한 72시간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작은 스케일에서의 공공영역을 찾은 사례이다. 도시 마을의 버려진 막다른 골목길, 벽, 주차장 자투리 공간 등을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작은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런 공간들의 대부분은 도심의 경계에 자리 잡은 무관심 속에 버려진 공간들이다. 


02 변화의 수용 (Capacity for change)

변화를 수용하는 경계에 대한 고민과 디자인은 창의적인 발견을 하는 것과 같다. 과거 이집트는 다른 문명과 다르게 나일강의 범람을 축복으로 여겼다. 주기적인 나일강의 범람은 다양한 유기물과 수분을 농토에 공급했고, 이집트인들은 매년 풍부한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집트에는 기하학과 측량술이 발전했다. 나일강의 범람을 활용한 이집트인들의 통찰력이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만들었다. 

2009~2010년 뉴욕의 MOMA에서 Rising Currents라는 주제로 뉴욕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를 전시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바닷물상승에 따른 뉴욕 맨해튼(Manhattan) 침수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 전시로, 건축, 조경, 엔지니어, 생태학자, 예술가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5개의 팀이 참가하였다. 그들은 기존의 콘크리트 제방 방식이 아닌 소프트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시한다. 바닷물 상승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바다와 맨해튼 도심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도시경관과 생태 그리고 논리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이는 해변에 위치한 수많은 도시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독일의 Elbe강에 위치한 하펜시티(hafen city)는 기존의 항만과 공업시설을 재개발한 워터프론트 도시다. 1996년Hamburg 건축교수 Volkwin Marg의 초기 개발안 발표를 시점으로 1999년 10월 독일의 Kees Christiaanse / ASTOC 팀의 현상안이 최종 결정되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공모전과 워크숍이 이루어졌으며, 현재 대부분의 지역이 완성되었다. 하펜시티는 최대 홍수위 레벨이 8m임에도 불구하고, 강을 따라 제방 대신 폭원 15m 높이 4에서 4.5의 워터프로미나드를 계획했다. 그리고 보행로를 따라 건물들이 제방역할을 하는 ‘Warften’로 채워진 주추(plinth) 위에 지워진다. 그리고 주추(plinth)내부는 자동차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이런 ‘Warft’의 방식은 항구도시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물과의 상호연계성을 높이는 동시에 도시생활공간의 안전성을 확보하며, 도심의 교통 및 주차문제를 해결한다. 이밖에도 센프란시스코의 크리시 필드(Crissy Field, San Francisco)와 리스본의 타호강(Tajo rvier, Lisbon), 상하이호우탄 공원(Houtan Park, Shanghai), 용닝 수변공원 (Yongning River Park, Taizhou)들은 수위 차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수용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경관에 대한 계획 


해안선 경계에 사는 맹그로브


수평적 댐(2012 ASLA student award 조용준, 이경근)


03 표면과 시스템의 연결 (Linkage of surface and system)

단순히 벽을 허물고, 또는 육교처럼 다리를 놓아서 연결하는 것은 케빈린치(Kevin Lynch)가 말한 능동적인 이음매(Boundaries as Seam)로서의 경계가 되기 힘들다. 물리적 형태의 창의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용이 커다란 두 개의 판을 강한 매듭으로 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운필드를 재개발한 시애틀의 올림픽 조각공원(Olympic Sculpture Park, Seattle)은 기존의 고속도로와 철로에 의해 단절되었던 배후도시와 Elliott Bay의 수변공원을 형 형태의 플랫폼으로 연결시킨다. 이 구조는 배후의 도심 가로, 뮤지엄, 보행 데크와 조각공원, Elliott Bay 트레일을 하나의 연속된 공공표면으로 결속시킨다. 또한 시애틀의 도시경관, 고속도로와 철로의 인프라 경관, Puget Sound만의 자연경관을 자연스런 보행 흐름 속에서 연속된 경관체험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2010년 ARC 주최로 열렸던International Wildlife Crossing Infrastructure Design Competition에서 HNTB와 MVVA 팀이 하이퍼 네이쳐(hypar-nature)를 제안하여 당선되었다. 모듈형태의 생태 브릿지의 구조는 다양한 사이트 조건에 대응하여 쉽게 조립하고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단순히 주변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숲, 초지, 관목군락의 집적화된 경관 밴드를 조성한다. 이 밴드에는 주변의 다양한 서식처들을 추출하여 병렬식구조로 응집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물의 이동을 유도한다. 


04 담기 위한 경계로서의 틈 (Spacing to contain)

틈은 넒은 표면에서 생기는 또 다른 간극이다. 중세시대의 해자나, 영국의 풍경식 정원 양식에서 많이 사용하던 하하 기법은 안전을 위한 의도된 경계로서의 틈이다. 하지만 때론 틈은 마치 커다란 암반 틈 사이에서 자라는 풀처럼 주변의  다양한 문화와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다.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는 도시와 대학교의 공공공간으로서 새로운 관계성을 제시한다. 그는 주변지역과 대학사이의 복합성으로 인해 계획부지가 실제 대지의 물리적 크기보다 더 큰, 도시적 규모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캠퍼스 밸리(campus valley)’를 제안하면서 기존의 주어진 대지에 추가적으로 정문 주변의 지역을 포괄하는 스트립(strip)에 대해 계획하였다. 정문 주변의 지역에 대해 ‘스포츠 스트립(sports strip)’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대학의 새로운 정문이자 일상적인 운동의 장소, 매년 일어나는 축제와 기념식을 위한 장소, 대학과 신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장소로 기존의 캠퍼스센터 계획안에 추가적인 제안을 더하였다. 캠퍼스 밸리는 기존의 대상지 표면에 만든 의도된 새로운 틈이다. 이 틈은 지하공간 위치한 시설들을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도록 노출시켜주는 동시에 자연의 빛을 제공한다. 또한 건물과 스탠드에 둘러싸인 다양한 활동을 담는 광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오너 히데요시는 2050년 줄어드는 도쿄를 위한 Fiber city를 제안한다. 그는 선적인 면에 주목한다. 이는 같은 면적의 정사각형과 선적인 사각형에서 둘레(경계)의 길이를 비교해 볼 때 후자가 주변으로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네 가지 전략(Green Fingers, Green Web, Green Partition, and Urban Wrinkle)을 제시한다. 그는 기존의 밀집된 도시구조에서 최소 폭원 4m 선형의 틈을 만들어 그린 파티션(Green Partition)으로 명명한다. 이는 일본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으로 인한 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최소 4m 폭원의 그린 파티션은 소방도로로서 그리고 밀집된 주거들 사이의 환기, 일조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빈 공간으로써 또는 녹지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경계는 개발자, 지주, 건설사, 설계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문제이다. 주어진 모든 프로젝트의 대상지 경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하느냐는 프로젝트의 성공과도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경계에 대한 한계와 새로운 인식은 많은 설계가들에 의해 고민되어 왔다. 그리고 실무에서 또는 수많은 공모전에서 참신하고 현식적인 아이디어들이 시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계(자본, 법, 집단이기주의, 개발 등) 속에서 도심의 경계의 문제는 나아지고 있지 않다. 어떤 경계들이 도시공간과 사람들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그로 인해 도시를 더욱 황폐하게 만드는지 날카롭게 지적했던 제인 제이콥스(The death and life of great Aamerican cities, 1961)의 경계공백에 대한 언급이 60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경계에 대한 비슷한 고민들과 문제들을 안고 있다.
글·사진 _ 조용준 소장  ·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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