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직면한 조경계의 대응 전략]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한 미국 조경계의 팬데믹 대응

글_고예강 University of Oregon 조경학과 부교수
라펜트l고예강 부교수l기사입력2020-09-29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한 미국 조경계의 팬데믹 대응




_고예강 University of Oregon 조경학과 부교수
학부과정 (BLA) 디렉터,
APRU Sustainable Cities and Landscapes 프로그램 디렉터



팬데믹 공포에 휩싸인 2020년은 모두에게 기억될 한해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COVID-19 확진 케이스와 사망자를 내고 있는 미국 사회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긴 자가격리 후에도 확진 케이스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실업률과 그에 따른 노숙자 증가, 월세 및 모기지 대란에 대한 전망, 의료서비스 위기, 장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강화된 반이민정서와 유색인종 혐오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고, 5월 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인종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반인종차별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정부의 강압적인 시위진압,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제한 등 트럼프의 극단적 대응과 정책 방향에 많은 대학과 시민들은 피로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최근 미국 동부는 허리케인 Isaias로 인해 2백 70만명이 정전대란을 겪었고, 서부 캘리포니아는 최근 몇년간 뉴노멀이 되어버린 대규모 산불이 올해에는 유래없던 Firenado(Fire + Tornado)와 함께 시작됐다. Death Valley에서는 8월 16일에 화씨 130도(섭씨 54.4도)를 기록하며 기상관측 이래 세계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 미국에서 팬데믹은 공공보건의 위기를 넘어서 심각한 경제, 사회, 기후적 위기를 통해 미국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에 경고하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조경의 역할은 무엇일까?


근본적 변화를 위한 행동 촉구

자가격리령이 내려졌던 지난 4월 Landscape Architecture Magazine은 설문조사를 통해 거의 100명에 가까운 조경가들로부터 팬데믹 상황에서 일할 때 배운 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의견 가운데 상당수는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동료들과 클라이언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비대면 디자인 과정으로 인해 채용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유연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 중 거의 모든이가 동의한 가장 중요했던 메세지는 팬데믹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근본적 전환을 도모하는 행동을 위한 요구 “call to action”라는 것이였다.

팬데믹 이후로 미국 조경계와 건축, 도시설계 및 계획 등의 관련 업계들은 각종 웨비나를 통해 팬데믹이 초래한 위기, 뉴노멀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 뉴욕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전염병에 더 취약하다는 관점이 제기되고, 인구밀도가 낮고 야드가 있는 집에 살 수 있는 교외로 사람들이 이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특히 도시들이 대중교통과 공공주택, 인프라를 위한 재원 마련이 힘들어지면서 도시환경의 질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원격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고 머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동차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과 겹쳐져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도시문제인 교외화(Urban Sprawl)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긍정적 시각으로는 그린 스티뮬러스로 도심과 교외 상업지역을 리트로핏을 통해 길거리 활성화, 적정가격 주택공급, 녹지 공간 창조, 도시농업, 새로운 디자인과 스마트 인프라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조경계에서는 19세기 콜레라를 통해 도시경관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 역사를 되짚고, 특히 도시 공원을 통해 공공보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옴스테드의 역할에 집중하며 팬데믹에서 오픈스페이스의 역할과 도시공원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시기에 사회적 약자인 노숙자, 저소득층, 유색인종 커뮤니티(BICOP - Black, Indigenous, People of Color)가 더욱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정의를 위한 조경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5월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에는 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LAF),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 Council of Educators in Landscape Architecture(CELA) 는 공개적으로 Black Live Matter 지지 성명을 내고 전국적인 반인종차별 운동에 동참했다. 최근 LAF 펠로우 중 Design Activism연구를 주도한 Jeff Hou(University of Washington) 교수는 Seattle Sink 라는 시애틀 거리에 설치된 플랜터와 연결된 핸드 와싱 스테이션을 소개하며, 조경계가 팬데믹에 취약계층과 공공의 보건 향상을 위해 개발할 수 있는 적정기술 프로젝트의 예를 보여주었다. 필자가 오레곤 대학교 조경학과 동료들과 함께 주도하는 Landscape for Humanity Lab의 경우도 오레곤주 유진(Eugene) 시에 심각한 주택난과 노숙자 이슈를 스튜디오와 세미나를 이용한 서비스러닝과 연구프로젝트 등을 통해 노숙자 페커뮤니티의 직접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 조경학과 학생들은 조경계에 더욱 적극적 변화를 요구해왔다. ASLA Adapt라는 플랫폼을 통해 2019년에는 Open Letter: Climate Action Now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그린뉴딜 지지, 사회정의 및 공공영역의 확대, 교육과정과 자격증에 기후변화 관련 내용 필수 포함 등을 요구했다. 올해는 Black Lives Matter(BLM 에 관한 공개성명을 통해 조경계가 공개적으로 BLM을 지지할 것과, 흑인에 대한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확고히 하며, 흑인 커뮤니티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조경계에 흑인 비율을 높이고, 반인종차별 디자인 기준을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필자가 속한 University of Oregon 조경학과 학생들도 작년부터 Design for Climate Action이라는 학생자치그룹을 만들어 유진(Eugene)시 기후행동계획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기후변화 행동을 이끄는데 조경계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BLM 직후 자체적으로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DEI)를 꾸려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학과에 즉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DEI Toolkit 개발을 열심히 진행중이며 학과 교수진들도 적극 지지하며 동참하고 있다. 5월 말 워싱턴대 시애틀 캠퍼스 박사과정 학생들은 Pandamic Urbanism virtual 심포지움을 열어 COVID-19가 도시생활, 도시형태, 모빌리티, 사회성과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했다.


워싱턴 디씨,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 전역 도시 경관에 일부가 되고 있는 Black Lives Matter 슬로건.
사진은 뉴욕 맨하튼 5번가 트럼프 타워 앞(Credit: By Rhododendrites - Own work, CC BY-SA 4.0, Source: Wikipedia Common - 링크포함)


그린뉴딜에서의 조경의 역할

7월 말에는 ASLA, CELA, LAF, 펜실베니아대 McHarg Center for Urbanism and Ecology, 그리고 컬럼비아대 Center for Resilient Cities and Landscapes가 공동 주관하여 The Green New Deal Superstudio라는 이름으로 국가적 그린뉴딜에 핵심 목표인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정의(Justice), 그리고 일자리(Jobs)를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설계/계획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오픈콜을 발표했다. 2020년 8월부터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이 협동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제출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2021년 9월에 LAF주체로 열리는 Summit에서 가질 토론에 기여하게 된다. 조경학과 및 관련 학과 학생들은 누구나 침여할 수 있고, 커뮤니티나, 지역 디자인 사무소, 다른 분야 실무자들과 팀을 결성할 수도 있다.


그린뉴딜 수퍼스투디오 (링크포함) 로고 (Source: LAF)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적응 및 대응을 위한 도시설계, 교통,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 농업, 산업, 인프라, 취약계층 보호, 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체제이나, 그 중심에는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저탄소 사회로의 에너지 전환이 있다.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노력을 넘어서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서 조경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단 화석연료에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은 단위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토지면적을 필요로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 때문에 여러 종류의 토지 이용 갈등을 일으킨다. 지난 십여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계획과 농어촌, 산림, 갯벌, 바다 등에서 수 많은 Green vs. Green 갈등 사례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California Desert Renewable Energy Conservation Plan(DRECP)이나 해양에너지를 다루는 Marine Spatial Planning 같은 재생에너지 관련 토지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공간계획들의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조경계에서의 참여는 거의 전무하다. 조경계에서는 2016년 재생에너지 시설의 경관훼손 문제를 다루는 Renewable Energy Landscapes(Apostol et al. 편집, Routlege) 이라는 책이 나와서 경관영향평가와 저감 방안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경관영향저감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생태적 갈등 조정을 위한 지역 기반 공간계획과 주민참여설계에 있어서도 조경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녹화를 통해 열섬현상을 저감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지붕과 베란다 태양광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도시외 지역에 발전소 규모를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다. 도시가 제한된 토지면적에서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의 기능을 동시해 수행에 나가려면 다기능(multifuncional)을 뛰어넘어 “Hyperfunctional Landscapes”(Richard Pouyat, US Forest Service) 디자인으로 토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에 답답한만큼 새롭게 꾸려갈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갈망도 그만큼 더 크다. 팬데믹 이후 그린뉴딜로 기후변화와 사회정의,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변환에, 조경계가 국가적 정책을 각 지역의 공간으로 올바르게 풀어내 새 시대를 여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기를 고대한다.



오레곤 대학교 조경학과 2020년 봄쿼터 수업 프로젝트 “Planning for a Green New Deal: A Transect Approach for Oregon Energy Landscapes”(리포트 링크 포함).
학생들은 자가격리 중 모든 수업을 원격으로 수강하는 힘든 과정에서도, 그린뉴딜을 통해 도시, 교외, 농어촌 지역이 어떻게 다양한 에너지 인프라를 각 지역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다양한 디자인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참고자료
글·사진 _ 고예강 부교수  ·  University of Ore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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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kangko@uorego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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