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정직하게 조성해야 한다”

김석원 청년가드너의 정원이야기, ‘서로 재료읽기 연습’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11-05

김석원 보타니컬스튜디오삼 대표

“정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 달 뒤에 꽃대가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식물이 잘 살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구나 생각한다”

김석원 보타니컬스튜디오삼 대표가 들려주는 청년정원사의 정원이야기 ‘서로 재료읽기 연습’이 지난 31일(토)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김 대표는 정원의 ‘보이지 않는’ 재료에 대해 전했다. 토양, 햇빛, 물, 미생물, 동물곤충,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김 대표는 디터 람스(Dieter Rams)가 이야기한 좋은 디자인의 특징 중 ‘심미적이다’, ‘정직하다’,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는 것에서 많은 공감했다며 특히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원은 식물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흙이나 공간을 정직하게 조성하지 않으면 식물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정원사의 일은 바람, 태풍, 집중호우 등 환경변화에도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일임을 피력했다.

정원의 사계절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정원사는 사계절의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여름의 모습을 생각하며 식재를 해야 하고, 식물의 자라는 속도나 번식이 잘 되는 식물특성 등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 겨울의 정원 또한 하나의 정원생태계로 여기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겨울에 열매를 볼 수 있는 식물, 겨울에도 형태가 남아있는 식물, 솜처럼 꽃이 피는 식물 등을 선정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정원을 조성하고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정원에 나비나 벌이 날아와 정원생태계가 완성됐을 때’라며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 있다.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한다면 이것이 흙으로 스며들고 토양내 미생물이 죽는다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좋은 재료를 선택해 정직하게 만든 정원은 편안함을 느끼며 더 많은 얼굴로 보답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정원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건드리지 않은 모습인 자연과 달리 정원은 사람이 즐기기 위해 만든 공간으로, 바라보든 정원이든 정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이든 사람이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블루메미술관 중앙에는 ‘블루밍 메도우’라는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원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 정원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원은 한 시간 뒤에 다른 얼굴을 한다. 지금 보는 정원의 모습은 다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시간의 흐름은 정원의 현재 모습을 만든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진화하고, 때론 퇴화하기도 한다”며 “정원은 미술관의 회화나 그림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루메미술관은 2017년부터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의 주제로 삼고 정원문화를 현대미술로 해석해오고 있다. 그 네번째 시리즈 ‘재료의 의지 – 정원에서의 대화’ 전시는 12월 27일(일)까지 전시된다.





블루메미술관의 중정 ‘블루밍 메도우’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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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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