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만나는 정원 ‘소통이 있는 풍경’

[인터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생활정원 대상 수상자 손유리, 신소운, 김미희 씨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0-11-27

자연이 매개하는 나, 너, 우리의 소통을 생각하며 공모 주제인 소풍[逍風]을 대화, 나눔, 공감의 바람이 부는 ‘소풍[疏風]’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 둘러싸여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을 보다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나, 너,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해야 한다. 우리의 정원이 미약하게나마 그런 소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생활정원 대상작 ‘소통이 있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정원은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됐다. 이들이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 또한 정원과 닮아있었다. 서로간, 그리고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배려와 도움을 주고받아 탄생한 정원이다. 정원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느 것 하나 재미있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일반인 참가자 손유리, 신소운, 김미희 씨는 정원이 좋아서 시작한 가든스쿨에서 만났다. 이들은 “정원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탄생시키는 이 과정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거친 만큼 애착도 크다. 마치 내 자식같은 정원”이라고 전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생활정원 대상 수상자 신소운, 김미희, 손유리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주제는 ‘소풍’이었다. 이들은 정원을 매개로 사람간의 소통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제인 ‘소풍(逍風)’을 대화, 나눔, 공감의 바람이 부는 ‘소풍(疏風)’으로 해석했다. 소통이 정원의 주요 테마인 만큼 정원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끊임없는 소통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나와 너, 그리고 자연을 소통의 대상으로 두고, 떠오르는 감정을 단어로 도출해, 이를 순수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에게 그림으로 그리도록 했다. 그리고 그 그림에서 유사색끼리 모아 주조색으로 보라, 초록, 분홍색을 도출했다. 아직 소통하지 못한 ‘나’는 ‘혼란, 외로움, 궁금증’을 불안의 의미를 가진 보라색을, ‘자연’과의 소통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교감, 위로, 공감’을 통한 치유의 이미지인 초록색을, ‘너’와의 소통을 통해 ‘안정, 기쁨, 활력’을 얻는 행복 에너지는 분홍색으로 주조색을 결정했다.

그렇게 도출된 3개의 색을 모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열해보고, 기본 동선을 만들고, 소통의 대상인 나와 너, 자연 3개의 정원 개념을 구상했다.



‘자아의 정원’은 나와 소통하는 공간이다. 정원의 입구에 있는 정원으로 작은 돌담을 쌓아 정원이 한눈에 보이지 않고 중첩되도록 했다. 아주가, 불로초, 용담 등을 혼합식재하고  붉은휴케라를 식재해 포인트를 주었다.

‘교감의 정원’은 우리정원에서 가장 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직접 컬러링한 목책과 철재타공 전등의 담장이 정원을 감싸고 있다. 자엽안개나무, 자엽국수나무, 무늬산수국, 호스타,버들마편초, 아스터등 관목과 숙근초를 심어 4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식재를 강조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철재타공기둥과 전등의 은은한 불빛이 정원을 보다 더 신비롭게 연출한다. 

‘기쁨의 정원’은 나,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공간이다. 대상지에 원래 있던 커다란 벚나무 아래 데크광장과 벤치를 두어 자연스레 앉아 서로가 소통을 가능케 했다. 데크 옆에 입구의 돌담과 연결되는 작은 돌담을 추가로 쌓아 연결성을 두었고, 데크에 앉아서도 작은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남천, 자엽국수나무, 마삭줄, 향등골풀, 구절초를 식재했다.


‘소통’으로 탄생한 정원

정원 디자인의 모티브는 아이들과의 소통으로 탄생한 그림에서 도출했다면, 시공은 그야말로 직접 부딪혀가며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대상지가 결정된 날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정원 대상지 바로 뒤는 색이 강하고 소음도 있는 공장이 위치하고 있어 정원을 조성해도 시선이 자꾸 공장으로 가는 것이다. 차폐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정원의 컬러를 살리면서 공장의 컬러감과도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하나하나 붓으로 칠한 목책의 색도 수십 번의 컬러링 테스트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현장의 여건은 항상 예상과 다르기에 식재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것은 당연했고, 데크의 위치도 달라져야 했다. 요리조리 옮겨보고 다양한 모양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 모든 것이 최적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정원 뒤에 위치한 하늘색의 공장건물

재미있는 것은, 정원을 시공하는 과정 내내 주변과의 소통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솔레파크 자체도 리모델링 중이었기에 공원을 시공하는 인부들과 친해져 굴삭기로 땅을 한 번 파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문화정원 작가들과도 친해져 남는 자재들을 정원에 들이기도 했다. 돌담을 쌓는데 필요한 돌이 부족할 땐 공원 한 쪽에 버려져있던 돌들을 사용해도 되는지 의왕시 공무원에게 물어보고 하나하나 옮겨 정원의 재료로 썼다. 그렇게 줄어든 예산은 더 좋은 식물과 점경물들을 사는데 활용했다. 정원시공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공원의 모든 환경들이 이들을 도왔다.

식물 하나하나 심고 돌 하나하나 쌓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마지막 일주일은 새벽별 보고 나와 해가 지면 들어갔고, 몸이 힘들어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원시공 과정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가지면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인 만큼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그렇게 탄생한 정원이 자신들에게 큰 만족감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이 더 컸다.
이들에게 공모전의 결과는 나중 문제였다. 아무 것도 없던 맨땅에 스스로 디자인한 정원을 만드는 일 자체가 이들에게는 기쁨이었다. 그래서 더 예쁜 정원을 위해 안 씻은 마사 30포를 채에 받쳐 일일이 씻었다는 해프닝도 즐겁기만 한 작업이었다고.

실제로 정원 심사가 끝난 이후까지도 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이길 바라는 마음에 식재를 수정하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 11월 26일에는 내년 봄의 모습을 기대하며 튤립, 무스카리, 알리움, 수선화 등 400여 개의 구근을 심기도 했다. 열정이 대단하다는 기자의 말에 “재밌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내년 봄, 레솔레파크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저희가 참여한 부문은 생활정원이기에 저희 정원을 보시는 분들이 본인들의 생활에서 한 부분이라도 영감을 얻으셨으면 한다. ‘식물을 이렇게 조합하면 예쁘구나’라든지 ‘돌담을 쌓으면 정원을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구나’ 등 정원을 보시고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보셨으면 한다.
11월 정원의 모습

내년 봄을 기대하며 구근 식재 중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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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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