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1-01-14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지난 여름 우연히 동네에서 중학교 담장너머 5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두목전정이 된 것을 보았다. 학교에서 플라타너스 같은 수목이 강전정되어 사라진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지만, 은행나무가 이렇게 처참하게 잘려져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주변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낙엽이 거리로 떨어져 불편하다는 주민의 민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잘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르면 생육장해는 물론 영원히 수형이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직경 5㎝이상의 가지는 자르지 않도록 권고하도 있다.


두목전정된 은행나무

100년 전통의 벚나무



콘크리트에 갇힌 느티나무

그보다 몇 해 전에는 설립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초등학교였었는데 수령은 7-80년 이상의 직경 1m정도의 벚나무를 두목전정을 하였다. 역시나 학교에서 낙엽이 많고 건물에 그늘도 주고 도복의 위험이 있다고 잘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도시를 지나가다가 학교 담장의 느티나무들이 콘크리트 담장에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왜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이런 전문성이 결여된 결정을 했으며 과연 이것은 타당한 결정인가? 잠시 머물다 갈 구성원들이 학교의 오랜 전통이 될 자원을 함부로 훼손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런 결과 때문일까.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초등학교들은 많지만 100년 이상의 수목들을 가진 곳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일시적 관리권을 가진 전문성이 떨어지는 학교장이나 직원들의 부실한 관리로 많은 나무들은 베어지고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일의 ‘Grun Macht Schule(녹색이 학교를 만든다)’, 영국의 Learning Through Landscapes(경관을 통해 배우다), 캐나다의 The Evergreen Foundation(에버그린 재단), 일본의 Japan Environmental Education Forum(지구환경교육포럼), 미국의 Schoolyard Habitats(학교옥외환경 서식처) 등에서는 이러한 조직을 통해 학교 외부공간에 숲을 조성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환경교육 및 자연체험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계획과 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 필자가 다녀본 외국의 하버드대학교, 예일대학교, MIT대학교, 프린스톤대학교, 동경대학교, 괴팅겐대학교 등에는 100년 이상 오래된 나무들이 대학의 유구한 전통을 잘 보여주고 있다.


Princeton대학교


미국 Havard대학교


미국 MIT대학교
 

미국 Yale대학교


독일  Göttingen대학교 생태주차장
 

일본 동경대학교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추어 1999년부터 시작한 학교숲 만들기 운동은 학교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여 아이들이 녹색 자연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여 지역의 유대간도 높이고 학생들의 살아있는 체험 환경교육의 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부가적으로는 학교가 지역의 공원녹지로서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다. 산림청, 생명의 숲, 유한킴벌리 등이 예산과 역할을 분담하여 그동안 조성한 학교숲은 770개교 170만 그루가 된다고 하며, 교육부, 지자체, 기업 등이 동참하면서 드림스쿨, 친환경학교, 에코스쿨, 아름다운 학교만들기, 푸른학교만들기, 학교치유정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나라 학교의 25%인 약 5,000여개의 학교가 숲 조성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사업비로 환산한다면 학교당 최소 5천만 원씩 추산하더라도 2,500억원 이상이 소요되었고, 신설학교나 그 외 조성관리비를 포함하면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혁신학교, 스마트스쿨 등과 관련하여 학교공간 혁신을 위하여 내부공간은 물론 외부공간에 대해서도 사용자 참여설계, 공간재구조화, 지역주민 참여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공간의 생태 학습 교육공간으로, 학생들의 숲속 휴양과 놀이터로 만들고 있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와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의 시대, 코로나와 같은 질병에 대비할 치유공간이 필요한 시대에 동네 녹지 및 피난처로서의 역할도 증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예산을 투자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교육부나 교육청에 전문가가 없이 진행되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신설학교가 만들어질 때 잘 계획했다면, 이렇게 사업비를 투자하여 만들어진 공간을 잘 관리했다면, 그리고 아직 만들어야 할 학교 녹지공간에 대한 계획과 관리정책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2020년 기준으로 유치원 8,705개, 초등학교 6,120개, 중학교 3,223개, 고등학교 2,367개, 기타 325개 등 20,740개교가 있으며 학생수는 6,010,014명, 교지면적 206,036,059㎡ 중 교사 120,174,949㎡를 제외한 운동장 85,861,110㎡은 여의도공원 면적 약 430개에 이르고, 더구나 대학 429개 3,276,327명을 포함한다면 면적으로나 활용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공간적 교육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학교 교육청에 전담관리할 시설조경직이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나마 학교별로 근무하는 기능직 공무원들이 있지만 외부 조경공간을 관리할 능력이나 기술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20년은 국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해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 활성화 계획’에 의한 조치로 국가공무원 시설조경직류 5급, 9급으로 최초로 선발을 실시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와 더불어 2020년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서 한국조경학회와 한국행정학회가 공동 주관한 ‘포용성장을 위한 정부혁신의 과제’ 세션에서 ‘환경위기시대의 조경행정과 지방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논의에서는 조경관련법과 의사결정기관의 부재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국토관리산업으로서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함을 인식하였고,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등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서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많은 부처에 중앙 및 지방공무원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학교숲의 날(2007년)


녹의 커튼

따라서 초중고등학교는 교육청 단위로, 대학은 대학별로 조경직의 신설하여 신설 및 기존학교의 외부공간에 대한 정책 및 사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특히 교육청 단위로 초중고는 현장에서 관리를 전담할 ‘가칭 조경관리팀’을 5-10개교당 1팀 씩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학교숲은 학생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인성교육, 자연환경교육을 위한 기반이자 지역커뮤니티를 위한 훌륭한 국가자원입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놀다보면 과잉행동장애 같은 증상이 줄어들고 인지능력이 높아지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한 저항력이 커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자연에서 뛰어노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마지막 세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리처드 루브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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