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의문 박물관마을 수직정원

글_최윤석 그람디자인/정원사친구들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21-02-25
돈의문 박물관마을 수직정원



_최윤석 그람디자인/정원사친구들 대표



이야기의 시작은 건물숲이다

몇 년 전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 정원작가의 제안으로 서울시가 건물숲 개념을 적극 추진 논의하였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제는 도심내 녹지의 중요성은 일반인도 알 만큼 관심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현실의 문제점은 장기미집행시설과 같은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서울시의 어딘가에 중대형 공원을 조성하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경 및 녹지 정책은 도로변 띠녹지나 옥상정원같은, 규모는 작지만 좀 더 일상생활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다. 건물숲이나 수직정원의 개념도 그와 같은 필요성에서 제기된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당시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더해져 이런 사업들에게 추진동력이 생겼다. 서울시가 함께 공개한 CG로 과장되게 표현된 그림이나 해외의 몇몇 사례들은 학계보다 업계에 속한 조경가인 내게는 큰 흥미를 끌기엔 어려웠다. 매 층마다 테라스형의 식생 플랜터를 확보할 만큼 ‘실내 면적의 감소’, ‘건축 구조의 부담’, ‘공사비의 증가’ 등을 부담하면서 추진할 수 있는 실제 사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성된 건물숲 모습 ⓒBoeri Studio / 관련링크


갑작스런 지명제안공모

건축가 3인과 조경가 2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명제안공모에 조경가로 선정하고자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회사는 대외적으로 현상공모에서 두드러진 회사는 아니다. 다만 다양한 조경설계를 하면서 정원이라는 공간과 관련해서는 직접 시공하는 디자인 빌드를 추구해왔는데 ‘정원'이라는 용어가 붙은 사업 명칭이기에 우리를 누군가가 추천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하게도 수직정원은 익숙한 우리 주변의 자연을 닮지도 않았고 그다지 생태적이지 않다. 하지만 녹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지내에 다양한 가드닝 방식의 하나이자 모험적인 시도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공모 참여에 대해서는 잠시 망설였지만 기존의 건축물에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향후 점차적으로 수직정원 확대보급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수직정원 사업 추진에 관한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설계 이슈를 살펴볼 때 이 공모의 성격은 외형적 디자인 공모보다는 좀 더 세밀한 기술제안 공모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수직정원을 구현하는 다양한 공법들은 사실 조경분야에서는 낯선 내용이 아니다. 유사하게는 ‘벽면녹화’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재료와 공법이 상용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포함한 기술적 연구 부족과 관리의 소홀함으로 실패 사례가 많다는 것이 맹점이다. 초기 일시적 식재연출로 그저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보다는 누구나 쉽게 가꿀 수 있고 정원이 잘 유지되는 방안을 찾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한 설계 목표고 공모의 경쟁력이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었다..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공모작 타이틀에 명쾌하게 반영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버티컬 가든(수직정원)’이라는 멈춰진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완성형 사업보다는 현재진행형인 ‘~ing’를 붙여 과정형 사업임을 중시하고자 함을 피력한 것이다. 그래서 식물을 가꾸는 행위, 즉 가드닝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고 시설물이라는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잘 구동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찾았다. 지속적인 가드닝 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서울형 수직정원의 확산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람디자인 제공

첫 번째 이슈는 수직정원 식물의 관리를 위하여 수월하게 손이 닿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높은 수직정원은 대부분 가설재나 작업장비 차량을 사용해야만 접근 가능하다. 대상 건축물들은 근현대의 건축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대수선을 하기보다는 기존 창호부분만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누구나가 식물을 가까이 관찰하고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플랜터 자체를 회전형으로 제작하여 실내에서 손쉬운 식물관리가 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흙이 들어간 화분은 반드시 잡초가 발생한다. 물론 우리는 이마저도 일반토 대신 인공 배합토를 적용하여 잡초종자가 섞여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고자 하였다.) 회전형이라는 아이디어는 수직정원이 실내를 바라보게 조정가능하며 필요시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방안이기도하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일부 공간을 정원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고 필요에 따라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여타 다른 건축물에도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토 타입(prototype)을 만드는 일이 된다고 보았다.

유청오 작가 제공

유청오 작가 제공

두 번째 이슈는 지금까지 서울권에선 수직정원 방식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설계과정에서도 주변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왜 식물이 잘 살지 못할까에 관하여 대개 사람들은 추위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직접 파악한 바로는 월동여부는 식물의 선정 문제이고 오히려 관리상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이니까 화분이 응고될 것을 우려해서 관수를 소홀히 하게 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일조량이나 바람의 영향 등 기후적인 요인들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지만 겨울철 식물 고사의 원인은 겨울 건조에 따른 가뭄이 주된 이유라고 보았다. 그래서 관수장치설치를 전제로 화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점적관수 방식과 더불어 겨울철 엽면관수가 필요한 상록목본성 식물들을 위해 미스트 관수방식를 복합적으로 설치했다.

유청오 작가 제공

유청오 작가 제공

세 번째 이슈는 가드닝 프로그램 체계와 소프트웨어를 위한 이용 동선, 그리고 지속가능한 가드닝을 위한 시설이다. 그래서 벽면에 가까이 접근가능한 산책로의 성격을 가진 캣워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 옥상층은 온실을 증축하여 교체식물 육묘 및 번식을 위한 공간이자 가드닝을 위한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코자 하였다. 또한 시민참여를 분명하지 않은 포괄적 개념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당시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입주해있는 서울시민정원사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 관리와 모니터링으로 수직정원 기술의 노하우를 축적할 것을 제시하였다. (아쉽게도 설계과정에서 벽면을 따라 거닐 수 있는 캣워크 동선은 삭제되었다.)

유청오 작가 제공


건설 사업이 아닌 정원문화 사업

본 사업과 관계된 서울시 참여 부서들도 많았고 십 수번의 보고와 다양한 자문 그리고 심의까지 거치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내세웠던 중요한 가치인 ‘가드닝 활동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정원개념’이 도외시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첫 착수 보고 때부터 발표 말미엔 수직정원의 관리와 모니터링, 아카이빙을 위해 작지만 별도의 조직체계가 필요하다고 어필하였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번거로운 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준공기일내에 처리해야할 건설사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니 설계내역에 반영 불가능한 에스펠리어 같은 세밀한 식재방식 등이 생략된 부분들이 다소 보인다. 그리고 기존 창호에 덧대어 설치된 회전형의 플랜터는 실내 채광이나 환기의 역할 이외에 식물의 교체 및 관리를 위한 중요한 아이디어 임에도 현재 그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준공 이후 관리주체는 다시 또 다른 부서로 이관되었다. 수직정원의 관리에 관하여 유지관리 용역계약과 하자보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이 사업은 식물을 가꾸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점을 모든 관계자에게 공감시키지 못한 우리의 역량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택수 작가 제공

이택수 작가 제공


시간이 중요하다

어떤 공간이 장소가 되려면 시간이라는 요인이 필요하다. 무기물로 무엇인가를 뚝딱 만드는 인간의 작업 속도와 유기물인 식물이 적응하고 자리 잡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가 섞여있는 식물의 공간들은 약간의 느슨함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은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시행착오와 노하우습득)가 축적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공사 직후인 지금의 모습은 다소 완벽하지 못할 지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가꿈 행위가 꾸준히 행해질 때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풍경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질것이라 생각한다. 

이택수 작가 제공





최윤석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했고 (주)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레저부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8년 (주)그람디자인(gramdesign)을 설립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함을 추구한다.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정원사친구들(gardening friends)은 정원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조경설계도 하고 정원관련 시공업무도 하며 정원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어떤 장소나 소재의 가치를 발견해서 돋보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조경가이다.
_ 최윤석 대표  ·  그람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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