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꽃심, 전주정원문화박람회’ 정원작품은?

작가정원 3작품 미리보기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03-04
‘2021 꽃심, 전주정원문화박람회’에 조성될 정원 7개가 공개됐다. 전문작가 3작품, 시민작가 4작품으로 노송동 일원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중 전문작가 3작품을 미리 엿보자.

한편 박람회는 6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간 전주종합경기장과 노송동 일원, 전주시 양묘장 등에서 개최된다.


황현철 팀 ‘他人能解園 정원, 마음을 나누다’



전주정원문화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

‘타인능해’란 조선시대 한 선비의 가옥에 있던 쌀독에 새겨진 글귀로, 마을에 굶주린 이가 있거든, 누구든 편히 열어 가져가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쌀을 가져가는 이가 행여 눈치라도 볼까, 주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먼 곳에 두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탱해줄, 우리만의 정신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바로 이 ‘타인능해’처럼 이웃을 걱정하고, 그 인격마저 존중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한 물질의 나눔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까지 배려한 베풂의 정신이다. ‘타인능해원’은 이런 ‘타인능해’의 정신을 이어받아 누구나 모여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정원이다.

대상지 자체가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판단해 지역 주민들의 이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단체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이것은 마을 어귀에 위치한 대상지의 장소성과도 연관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주민들과 함께 무르익어가는 옛 정자목과 같은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김단비 ‘노송조율’


전주정원문화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

노송조율이란 정원을 통한 노송동 사람들과 땅의 조율을 의미한다. 조율의 조(調)는 ‘고르다’라는 의미와 ‘어울리다’, ‘걷다’, ‘운치’, ‘부드럽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송동 사람들의 일상과 조율하는 공간은 부드러운 운치와 휴식이 허용된 정원이다.

어느 조율사tuner는 피아노를 조율하는 방법으로 “한 음이 어긋날 땐 바로 옆의 음에게 물어보곤 한다”라고 말했다. 정원사gardener는 노송동의 땅과 노송동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땅을 잠시 제게 내어주실 수 있나요?”

노송동 사람들은 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다. 땅의 소중함을 안다는 건 부지런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그리고 최소한으로 삶의 터를 짓고 살아야 했던 그때와 지금의 재건축, 재개발의 압박까지 이겨내기 버거웠던 그들에게 일상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한국에서, 특히나 전주 노송동에서 정원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대답은 항상 하나의 지향점이 있다.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정원으로 들어온 순간 단 하나의 감정이 그들의 생각과 걱정을 내려놓도록 하는 분위기 말이다. 일상의 시간이란 3월 막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던 오후 2시의 참꽃나무 끝에 내달린 꽃이 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 수 있는 존재감이다. 


한라영 팀 ‘노송 리사이클’


전주정원문화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던 노송동은 6.25전쟁 후 피난촌이 형성되고 지속적 인구유입으로 성장, 확장됐으나 전주역 이전과 전도 도시영역의 외연확장으로 빈터와 공가가 늘어나며 활기를 잃었다. 현재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근 길은 차가 다닐 만큼 넓어지고 다양한 주민참여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이 있어 깨끗한 골목길로 변화하고 있다. 골목길의 자투리땅에 생명이 피고지고 쉼터가 되는 정원이다.

정원은 급살맞게 만들어진 도시, 반세기를 지켜온 터의 기억을 찾고, 흔적을 살리면서 생태적으로 적응하는 ‘양피지’같은 공간으로 조성된다. 되살아난 새로운 모습의 정원은 다시금 ‘공동체’를 키운다.

높이차를 이용해 사람들이 거실처럼 쉴 수 있는 휴게공간과 침대역할을 하는 평상이 있다. 평상은 사람들이 올라가면 마치 흔들리거나 위태로워보이게 디자인해 어려웠던 시절 불편함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공간에는 다양한 음지식물이 모여있다. 삶의 옛 기억은 집의 형태를 뚫고 자라 또 다른 생명으로 성장한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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