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문화로의 정원을 위해...

글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라펜트l남수환 실장l기사입력2021-07-27
문화로의 정원을 위해...



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최근 정원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뜨겁다. 국가정원부터 개인정원, 그리고 생활공간의 정원을 위한 반려식물까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백화점에 생각보다 큰 면적의 실내정원을 조성하기까지 이르고 있다. 무엇이 정원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언제부터일까? 생각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연을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봄이면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꽃놀이를 가는 한편 계절과 상관없이 절화나 분화로 된 식물을 사서 키우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관심을 갖지만 대부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 꽃이 진 식물은 관심에서 벗어나다보니 관리가 소홀해지고 고사해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거나, 방치되어 간신히 연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원은 식물을 보는 것에서 끝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행위, 즉 가드닝을 의미한다. 진정한 정원활동이나 정원생활을 위해서는 가드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정원생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십 수 년 전 수목원에 근무하면서 시골의 중학교 학생들에게 식물과 자연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매주 2시간씩 하는 강의는 식물과 관련된 주제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생태 감수성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연과 식물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기들끼리 떠들고 노는 것이 더 흥미로웠을 뿐...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듯하다.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에 왜 관심이 없을까? 저마다 다른 형태와 색상을 가진 꽃들의 아름다움을 왜 모를까! 이유가 궁금해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의외로 이유는 단순했다. 매일 보기 때문이란다. 시골이 집인 학생들에게는 눈 뜨면 보이는 것이 산이었고, 나무였다. 등굣길에 발길에 차이는 것이 풀이었고 꽃이었다. 한마디로 흔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할까를 고민하던 중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의 과학전람회를 자문해 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멸종위기식물의 생태, 형태특성 등을 관찰하는 것을 주제로 준비했고, 충남과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특상과 우수상을 받는 등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때부터 몇몇 아이들이 더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식물을 해부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주변에서 늘 보는 것들이다 보니 자세히 보지 않았고 누구도 그런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과학시간이 있었지만 중학교의 과학은 물리나 화학, 동물에 치우쳐 있다 보니 식물은 더 소홀하지 않았을까 한다. 결론은 보고, 관찰하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정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관심과 수요는 많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정원을 즐기고 싶지만 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건 아닐까? 그래도 다행인 건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시민정원사 양성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드닝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국민들의 수요와 관심이 높다 하여 정원이란 주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실제 교육내용을 보면 정원관리, 즉 가드닝에 대한 내용이 이론 위주로 되어있거나 교육시간도 많지 않아서,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교육프로그램에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의 정책이나 지원 등을 잘 활용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원이란 무엇일까? 정원분야를 연구하고 종사하는 분들과 회의를 할 때면 나오는 화두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리지는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다들 동의하는 것은 문화라는 측면에서의 정원이다. 정원은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많고도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어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는 문화라고 말한다. 정원문화, 익숙하지만 이 또한 어렵다. 소위 정원분야의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 23일에는 한국수목원관리원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으로 기관명칭을 바꾸면서 이를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현재 독일 칼 푀르스터 재단의 고정희 이사장이 기조강연에서 우려와 기대를 함께 표명하였다. 한국의 정원수요와 관심의 급격한 증가를 보고 정원의 속성은 느린 것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의 성장이 걱정된다며 “이제 더 빨리 나아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추고 한발 한발 다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소재와 기술, 전문인력양성 등 다양한 교육과 식물 연구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정원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원을 이해하는 시간이 아닐까? 그 방법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 수요자를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만 방법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정원생활, 정원문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로의 정원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한발 한발 다져가야 할 때다.
_ 남수환 실장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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