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여기 있다. 누가 이걸 예상이나 했겠느냐?”

피트 아우돌프 내한 공식 일정 성공적으로 마쳐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9-12
많은 조경인과 정원사들을 설레게 했던 피트 아우돌프가 일주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본국인 네덜란드로 무사히 돌아갔다.

그는 아시아 최초로 태화국가정원에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서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9월 5일부터 9월 11일까지 이어진 일정을 마쳤다.

이번 방문에서 아우돌프는 울산광역시을 방문해 대상지를 답사하고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을 접견하는 등 실무적 행정적 업무를 소화했다.

그리고 그는 공식일정 마지막 날인 9월 10일에 식물 식재계획을 최종점검하기 위해서 화성시에 위치한 천지식물원을 방문했다.

특히, 아우돌프는 그의 동료 바트 후스,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등과 함께 식물원 내부를 돌아다니며 한국의 기후에 적합한 식물을 찾고자 노력했다.

아우돌프는 식물원에서 이뤄진 프레스 행사에서 이번 방문의 성과와 자연주의 정원과 공공공간의 중요성 그리고 그의 정원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피트 아우돌프와 그와 함께 입국한 동료 바트 후스

정원이 조성될 곳을 이번 주에 둘러봤는데 간단한 소감이나 대상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태화강국가정원 측에서 선정한 대상지는 훌륭하고, 매우 좋은 장소다. 무척 행복하다. 그리고 울산시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원 조성의 일부 작업이 완성된 후에 우리가 도착했다. 겨울과 봄이 오고 있는 어려운 시기다. 마스터플랜 나온 상태이지만 현장을 방문해 일정 부분 수정사항을 검토하기 위해서 왔다. 이미 몇몇 구역은 수정했다.

오늘 아침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에게 들었다. 화초들의 수량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주요 부분은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그를 믿는다. 


아우돌프가 바트 후스와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과 함께 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원 조성 이후에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정원을 가꿔야 할 텐데 무엇에 중점을 두고 정원을 가꿔야 하는지 조언을 좀 부탁한다.

내 생각에 정원이 완성되면 한국에서 좋은 정원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한국 측에서 정원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내가 간접적인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 작업을 잘 이해하는 정원사들이 많다. 

정원사들은 미학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정원사는 미학이 무엇인지 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정원사는 정원의 미적인 부분을 책임진다. 유지보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원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이다. 그러므로 정원사에게는 일정한 자유가 필요하다.

더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정원은 또한 유지비를 낮출 수 있고 봉사활동을 매개로 사람들에게 정원교육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정원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사회적 장소가 될 것이다. 이것 역시 중요하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한 때는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국가정원 측에게 강이 얼마나 범람하는지 그리고 몇 년 동안 얼마나 범람했는지 물었다. 국가정원에서는 평소 수량보다 약 5미터만 넘었을 뿐 범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필요한 곳에는 지면을 높이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물길을 바뀐다면 물이 더 적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문제들은 기술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백 건의 의뢰가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중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물론 많은 개인들, 식물원, 공공공간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메일을 받는다. 의뢰가 많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매주 수 백 건까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말해왔지만 (프로젝트를 수락하는) 나의 기준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건 예상할 수 없다. 나는 오늘 여기 있다. 누가 이걸 예상이나 했겠느냐?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자연주의 정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정원의 선구자인 당신이 생각하는 자연주의 정원이란 무엇이고, 한국에서 자연주의 정원이 정착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

1980년에 우리는 처음 공공공간에 식물식재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걸렸다. 공공장소에서의 작업과 이 작업에 대한 책을 쓰고, 설명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생각을 전파하는게 중요하다. 




면적이 좁은 한국 주택에 당신의 정원 스타일을 적용하기 어려워 많은 아쉬움이 있다. 작은 정원을 가진 이들이 당신의 스타일을 정원에 적용할 수 있지 알려줄 수 있는가?

여러분이 작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어떤 식재 타입을 좋아한다면 이미 잘 알려진 아름다운 식물을 가지고 좋은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 어느 때는 나무가 될 수 있고, 잔디나 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작은 정원은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을 가하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더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공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정원이 사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열린정원’이나 공공정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정원을 공유하는 문화의 중요성이나 공공정원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정원이 없거나 제한된 정원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공공정원에 가치가 분명해 보인다.  공공정원는 당신이 처음으로 더 많은 식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식물 그 자체보다 식물들의 조합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공공정원은 감성적 가치,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또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고층 건물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으로의 탈출구인 정원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식물의 세계가 더 감정적이라고 말한다. 그건 사람들이 정원이나 공원에서 얻는 감정이다. 우리는 평소 식물이 없는 삭막한 공간에 살기 때문에 정원과 공원에서 평소 사랑할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온과 강수량을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기후 불안정이 당신의 정원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줄 수 있나?

예를 들어 태풍을 생각해 보자. 이런 예외적인 일이 일어난다면 식물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극한의 더위와 습도를 가진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원하는 장소에 자라는 식물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우리는 이런 생태적 문제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기후변화로 고통 받고 있고, 이는 식물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것이 고장 났다면 우리는 그걸 고쳐야 한다. 나는 이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최근 도시에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웅덩이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모아 두었다가 흘려보내고 있다. 

우리는 정원에서도 이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정원에 물이 멈추는 지점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일시적으로 물을 모으기 위한 공간을 만든다. 이런 기술은 잘 알려져 있고 요즘 조성되는 정원에 적용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함께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의 공간이자생명을 담고 있는 곳이 정원이다. 자연주의 정원을 이끈 선구자로서 이 시대에서 정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정원이 우리를 치유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정원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원을 더 만들 수 있다면 우리들에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항상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너무 바빠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후 자신의 저서를 가지고 온 팬들과 함께 간단한 사인회를 진행했다.
글·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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