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한다?!

‘인공지능(AI) 기반 공동주택 조경설계 자동화기술 개발 및 협력’ MOU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09-17

현대엔지니어링,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플래닝고가 공동주택 조경설계 자동화기술 개발 및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업계 최초로 공동주택 조경설계에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주)플래닝고와 ‘인공지능(AI) 기반 공동주택 조경설계 자동화기술 개발 및 협력’에 대한 MOU를 지난 16일(목)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각 협약주체는 공동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경도면, 녹지 및 수목 데이터 등 인공지능의 조경설계에 대한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원하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은 인공지능 설계 결과물의 종합적 환경 평가 및 인공지능을 통한 미래 그린인프라 구축에 관한 연구와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주)플래닝고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옥외공간의 구조를 제안하는 AI공간 설계 프로그램 개발 및 상용화를 담당하게 된다.

‘인공지능 기반 공동주택 조경설계 자동화기술’은 아파트 단지 공간의 설계 범위 등 기본적인 설계 조건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단지내 옥외공간의 설계 초안을 제안하는 기술이다.

이것으로 효율적인 설계 검토 및 정확한 시공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설계, 시공 등 조경산업 분야 협력사와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통한 업무 효율 증진도 꾀할 수 있다.

특히 산학협력 및 우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업계 최초로 조경에 AI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관련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조경분야에 다양한 스마트건설기술을 융합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한 플랜트 철골구조물 자동설계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출원했으며, 작업자의 별도 추가 조작 없이 콘크리트 평탄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미장로봇도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업계 최초로 조경분야에 AI기술을 접목한 차세게 스마트건설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AI, BIM, 모듈러 등 스마트건설기술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개발을 통해 한층 더 ‘스마트’한 건설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자동화 기술이라는 건 룰 베이스 혹은 딥러닝을 통한 케이스 베이스로 도면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전문가의 노하우를 알고리즘화 한다는 의미에서 ‘전문가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조경설계에 이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의 장점과 한계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익환 이스탄불공과대학 조경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설계 프로그램은 디자이너를 돕는 하나의 수단이 늘어난 것”이라며 “인공지능 설계 프로그램이 나올수록 오히려 디자이너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 본다. 작은 포켓스페이스는 룰 대로 인공지능이 만들고, 디자인에 공을 들여야 한다면 사람이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작성하는 도면의 수준은 해당 AI가 얼마나 많은 설계 사례를 생산해보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방대한 DB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지가 관건인데, 문제는 방대한 DB를 바탕으로 작성을 해도, 사람들의 요구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AI가 발달해서 도면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디자이너들에게 옵션을 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은 AI가 생산한 옵션들을 받아서 그걸 바탕으로 디벨롭 시키든가 아니면 선택을 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설계 자동프로그램은 결국 ‘도면’을 기준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단면이라던가 조감처럼 입체적인 고려가 좀 힘들어진 평면적인 설계가 되기 쉽다. 물론 도면에 입체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설계하고 이를 반영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모든 공정은 평면도를 기준으로 진행될 것이기에 그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두열 EM디자인 대표는 “최근 디자인 회사들은 설계가 자동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디자인의 경우,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면 인공지능이 수백, 수천 개의 의자를 디자인해준다. 그리고 다시 디자인을 시키면 또 업그레이드 한다. 다양한 디자인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다 빠른 시간에 안이 잘만 나온다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실험을 했을 때, 한 디자인을 주고 선 세 개로 요약을 해보라고 한다면 결국 50가지 안에서 다 나온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안이 도출되고, 그것을 컴퓨터가 해준다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기본 디자인은 인공지능에게 시키고,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새로운 디자인을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기술이 계속 발전할 경우, 훗날 조경의 주체가 누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조경시설물 회사들이 IoT를 적용하려고 IT기술자를 회사에 들였다가 잘 팔리지 않아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조경시설물에 대한 정보는 IT기술자가 다 가져가는 게 된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던 사람들이 큰 마트로 갔다가 지금은 인터넷으로 구매하게 됐듯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코딩을 해서 조경설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개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개발을 외주로 하게 된다면 결국은 빼앗기게 된다. 나아가 안을 선정하는 최종적 의사결정자가 조경가가 아니게 될 수 있다. 예술이 아닌 디자인이라면, 선정은 결국 대중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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