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시민들을 치유했던 식물원을 생각한다

‘2021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 성료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10-07
식물원을 방문하면 꼭 거치게 되는 커다란 온실의 폐쇄된 공간은 코로나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식물원은 다시금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많은 방문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개관 초창기에 판데믹 상황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개방 2년 반 만에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식물원이 다시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 시점에 서울식물원에서는 힘들었던 코로나 시대에서 식물원의 역할을 반추하고, ‘단계적 일상회복’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 그린마스크, 서울식물원’이라는 주제로 ‘2021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을 지난 5일 개최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한정훈 서울식물원장과 펠릭스 로(Felix Loh) 싱가폴 가든스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 대표, 이산 패너(Ethan Fenner) UC 버클리 식물원 원예사, 브라이너 켐플(Brain Kemble) 루스 밴크로프트 가든(Ruth Bancroft Garden) 큐레이터 등이 강연자로 나서며 각 식물원이 지났던 코로나 시대의 뜻을 논했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과 펠릭스 로 싱가폴 가든스바이더베이 대표, 이산 패너 UC 버클리 식물원 원예사, 브라이너 켐블 루스 밴크로프트 가든 큐레이터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다시 대면으로 나아가는 서울식물원 

한정훈 서울식물원장 코로나19 이후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도심형 식물원인 서울식물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식물원은 공공식물원으로서 넓은 공간과 안전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식물원 개방 후 지난해 2월까지 10개월간 월평균 24만 명이 방문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방문자는 오히려 늘어 월평균 44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서 한정원 원장은 “서울식물원은 코로나 이후 안전한 공간이면서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이 안전하지 않다면 시민들이 오기를 꺼릴 것이다”라며 안전한 식물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피력했다.

판데믹 기간 동안 서울식물원은 작년과 올해 식재설계 공모전을 개최했고, 전남농업기술원의 개발 품종 전시와 홍보를 펼치며 화훼 농가를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네덜란드 대사관이 기부한 튤립을 전시하는 등 전시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전시 온실 휴관 기간에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전시원시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기회를 제공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랜선 여행 하루 한 식물, 어린이 골드벨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MZ세대가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를 다각적으로 활용해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활발한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서 한 원장은 “온라인상의 관심은 식물원에 대한 사랑으로 돌아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관심들이 식물원의 방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식물원 방문과 비대면을 통한 서비스가 잘 융합된다면, 식물원이 추구하는 식물 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액티브한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위로하는 식물원

펠릭스 로 대표는 판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식물원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 등을 설명하며,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가든스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의 모습을 전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전세계적 경제 침채와 실업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싱가포르도 판데믹 상황에서 건강문제, 재정문제, 의료부족,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서 매우 힘들고 지친 상황이다. 

로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정원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 이다. 녹색식물과 정원은 정서적 치유효과를 갖고, 그 안에서 여가활동이나 운동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재충전을 한다”며 판데믹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녹색공간이라는 것은 전했다.

그는 20개월 넘게 계속된 판데믹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야외정원을 개방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지역주민이 가든을 방문했고, 방문자는 2019년에 비해 거의 70% 증가했다. 변화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동시에 방문객의 안전을 최우선을 여겼다.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에는 방역상황에 따라 온실을 폐쇄하기도 했지만, 야외정원은 계속해서 개방했다. 7월 전시를 재개할 때는 매표소를 없애고 대신 모바일 앱으로 매표를 진행해 방역 문제를 해결했다.

가든 내에서 방문객들은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접촉이 잦은 구역은 매시간 소독한다. 특히, 온실 두 곳의 공기정화기는 의료시설에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최첨단 살균장치를 설치했다.

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는 자국민들을 위해서 이국적인 플라워쇼를 기획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열대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벚꽃과 같은 식물을 재배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길러낸 역량을 총동원해 지난해 3월 벚꽃을 전시했고, 역대 최다 방문객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튤립을 주제로 대형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인들에게 해외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프랑스의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열차를 매우 힘들게 공수해 전시하고 있다. 100년 된 프랑스의 국보인 이 열차 안에서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인기있어 매번 매진이 되고 있다. 

로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가든스바이더베이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자원을 투자해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 액티비티, 그리고 해외 이벤트를 싱가포르로 가지고 와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내년 10주년을 맞이해 플라워 쇼와 7~8건의 쇼를 기획하고 있다”고 하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다양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을 약속했다.


강연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완순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원영 서울식물원 前 원장, 전정일 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가 강연자들과 함께 토론을 이어갔다.


정원, 희망을 배우는 곳….

이산 패너 원예사는 정원이 코로나19 시대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식물의 미학적 특징에 끌린다. 우리는 색, 모양, 촉감, 향기처럼 감각을 통해 식물을 경험한다. 식물의 미학적 특징에 인간이 왜 이끌리는지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식물에게 자연스럽게 느끼는 매력이 존재하고, 이것이 바로 정원의 근본이다. 

페너 원예사는 식물의 치유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정원이라는 결과물 자체의 치유 효과이다. 두 번째는 정원 가꾸기라는 과정을 통한 치유 효과이다. 

정원이라는 결과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주로 식물의 구성과 공간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정원은 3차원이고, 대부분 그 공간을 지나도록 만들어졌다. 정원에서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느끼는 대비와 우연히 보여지는 다양한 풍경과 관점을 경험하며 아름다움을 느낀다.

또한, 정원은 역동적이고, 계속 변하는 시간적 요소도 갖는다. 어느 한 시점 또는 공간에서 정원의 전체를 감상할 수 없고, 지금 이 순간, 생명체의 일시성, 경험의 유일함을 상기할 수 있는 장소이다.

정원이라는 결과물은 아름다움을 위해서 조성되고, 아름다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치유 효과가 있고, 특히 공동체에 대가 없이 주어질 때 그 파장이 크다. 

데이비드 쿠퍼는 『정원의 철학』에서 ‘정원의 미덕’를 논하며 정원 가꾸기를 통해서 육체적 노동, 신성한 공기, 비타민 D와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이것들이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원의 또 다른 미덕은 건강한 정신수양을 돕는다는 점이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정원의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겸손, 존경, 인내, 자기희생의 가치를 얻고 기를 수 있다. 

정원 가꾸기는 인간과 자연의 공동 창조의 과정이고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알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정원은 자연이기 때문에 누구도 정원이 항상 인간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장담하거나 내일도 살아있는 정원을 존재할 것이라는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그는 “그럼에도 정원을 가꾸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희망은 반드시 무엇이 되기를 바라거나 수동적으로 이미 결정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정원 가꾸기에는 암묵적 낙관론이 존재한다. 정원에 심을 식물이 잘 자라길 바라고 재배하는 채소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정원을 가꾸면서 사람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가 호의적이고 아름답기를 희망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앞으로 일어난 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정원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며 정원의 진정한 가치는 ‘희망’에 있음을 역설했다.


이색적인 수목으로 경의를 자아내는 식물원

브라이스 켐블 루스 벤트로프트 가든 큐레이터 ‘루스 밴크로프트 가든-쉼터’

블라이스 켐블 큐레이터가 근무하는 ‘루스 밴크로프트 가든’은 루스 벤크로프트가 컨테이너에서 키운 선인장과 다육식물 컬렉션을 공개하고 시험하기 위해 출발했다. 루스 벤크로프트 가든에는 특히 건조지역의 식물들이 많이 식재되어 있다.

벤크로프트는 1972년부터 드라이 가든에 식물을 심기 시작했고 그가 90대가 된 이후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벤크로프트는 2017년 10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드라이 가든은 호기심, 영감 끊임없는 비전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남았다. 

루스 벤크로프트 가든에서는 벤크로프트가 주로 관심을 가졌던 건조지대의 식물군이 전시되어 있다. 알로에, 크라슐라, 선인장 등과 같은 종류의 식물은 물론이고 아카시아 텐티쿨로사, 유칼립투스와 같은 지리적인 먼 호주에서 건너온 식물도 많다.

켐블 큐레이터는 “관람객 중 많은 이들이 멋지고 독특한 식물을 보고 감탄한다. 자연 속에서 놀라운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물은 너무 특이해서 다른 행성에서 온 것과 같다며 놀란다”라며 이국적인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경탄을 전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되어 관리되고 있는 식물원은 인간의 쉼터가 되면서 동시에, 식물의 보호구역이 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도시의 확장으로 인한 개간, 도로건설, 농사 등의 인간 활동이 식물들의 영역을 빼앗고 있다. 그렇기에 식물을 보전하고 지속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식물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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