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주민들과 함께 농어촌 경관을 살릴 수 있을까?

(사)한국경관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세미나 5일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11-11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골머리를 안고 있는 농어촌을 되살리기 위한 활동들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어촌 재생사업에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각 지역의 구체적인 갈등 맥락, 구성원들의 경제적 배경, 지리적·물리적 조건 등 다양한 요인들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사)한국경관학회는 5일에 치뤄진 추계학술대회에서 농어촌 재생 과정 중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특히, 이 주제는 특별세미나 ‘농어촌 경관자원의 재생과 주민참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권윤구 전남대학교 교수 ‘목포시 달리도 경관 자원 조사 및 경관협정 컨설팅’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고, 정재훈 명소아이엠씨 팀장은 ‘청산도 농업 문화 경관 재생 성과와 조례를 통한 지원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상민 건축공간연구원 박사, 김미경 청산도 구들장논보존협의회 사무국장, 백승섭 한국농어촌공사 박사, 황길식 명소아이엠씨 대표 등이 참가해 농어촌 경관 관리과 주민 참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경관의 주체들을 고려한 경관협정이 필요


권윤구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가 달리도에 진행 중인 경관협정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다.

달리도는 2019년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곳이며, 같은 해에는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면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국도 77호의 연장이 올해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되고, 달리도와 육지가 이어질 것으로 계획되면서, 난개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권윤구 교수는 달리도의 주민들과 경관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 약 2개월 동안 경관자원을 조사하고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달리도의 인구는 약 211명이며, 최근 5년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달리도는 1구와 2구로 나눠질 수 있는데, 1구는 농업으로 생계를 잇는 원주민들이 형성한 마을이고 2구는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의 마을이다. 1구와 2구 주민은 서로 경제적 배경이 다르기에 잦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리도의 주민공동체는 조직화와 역량 수준이 낮고, 고령화로 인해 수행 동력이 약한 편이다. 그러나 1구와 2구 주민들의 참여 의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7번 국도 연장으로 인한 난개발을 걱정하는 마음은 양쪽 모두 같았다.

권윤구 교수는 “달리도 구성원의 특성과 지역 특수성 등 경관협정이 진행에 있어서 기존 경관협정의 방식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덧붙여 하드웨어적인 경관적 특징과더불어 소프트웨어적 특성을 도출하고자 했다”라며 달리도 경관협정의 뼈대를 설명했다.

이 뼈대를 세우기 위해서 달리도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인천시 문갑도를 답사했다. 문갑도에서는 경관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이용객들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또한, 경관협정이 체결되고 진행되는 동안 마을의 갈등 관계들도 해소되고, 공동체 의식도 향상됐다. 그 결과 고향을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갑도의 사례를 통해서 권 교수는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관협정의 단계적 이행을 제시해 추진하고자 한다”며, “협정 체결 전·후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고, 최종적으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경관협정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고 주민들의 주체성을 살린 경관협정안을 이끌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경관협정의 효과와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해서 지속가능한 경관 관리가 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협정 후 사후관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발표에 대해서 이상민 건축공간연구원 박사는 “발표 중 경관협정의 모니터링도 전체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신 것 같다.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사업을 추진하고 사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누군가 옆에서 계속 경관협정을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모니터링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다” 라고 사후관리에 대한 질문을 권 교수에게 했다.

이에 대해서 권유우 교수는 “계획가들이 시간적 한계, 예산의 한계와 함께 다양한 한계 때문에 놓치고 있는 부분이 모니터링이다. 그런 부분이 지역 대학에 있는 제가 해야 할 수 있는 어떤 사회적 책무이자 역할이라는 생각한다. 청산도구들장보존협의회와 함께 힘이 닿는 데까지는 최대한 노력해서 진행을 하려고 한다”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있는 사후 모니터링에 대한 중요성을 말했다.


청산도 구들장논 복원과 활용, 그 10년의 기록


정재훈 명소아이엠씨 팀장이 지난 10여년 간의 청산도 구들장논의 보존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발표했다.

청산도는 풍광이 아름다워 신선이 살던 섬이라고 하여 ‘신선도’라고 불린 적이 있었다. 매년 4월에는 슬로우걷기 축제가 개최되며 연간 한 40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찾는 섬이다. 더불어 청산도는 산이 발달하고 돌이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논을 조성하는데도 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돌을 사용하게 됐다. 

청산도의 ‘구들장논’은 2011년까지 주민들이 평범하게 관리하는 논에 불과했지만, 슬로걷기 축제와 관련해서 마을 자원조사 과정에서 그 특이성이 전문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주민 탐문조사와 함께 일본 다랑이논학회와 국내 전문가들이 청산도를 찾아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논의 실질적인 구조를 알아보고자 직접 땅을 파 구들장 구조를 실증하기도 했다. 

구들장논의 특수성과 보존가치가 알려지면서 2013년도 먼저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시킨 일본과 중국의 공무원, 전문가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을 지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배웠다. 그 결과 2014년도 4월 제주도 ‘밭담’과 청산도의 구들장논이 국내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이후 같은 해에는 구들장논을 전담으로 관리할 주민 조직인 ‘청산도구들장논보존협의회’가 발족했고, 2016년에는 보존협의회 내에 공동경작단을 조직했다. 특히, 2020년에는 기타단체로 구분됐던 보존협의회가 사회적 협동조합 자격 승인을 얻었다. 이에 따라 보존협의회는 완도군과 함께 추가적인 위탁사업, 자체적인 관광상품 등을 개발·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20년 12월에 「완도군 농업유산 보전 및 관리에 대한 조례」가 제정이 됐고, 이와 연계해서 완도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보전협의회가 구들장논에 대한 주도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구들장논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3개 코스의 구들장론 탐방로가 조성했다. 앞으로 슬로우길과 연계해 관광자원화하고, 구들장논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니세트 대여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모내기철과 가을에 추수철이 되면, 기계 사용을 자제하고 지역 주민들끼리 모여 손모내기를 한고 손수 추수하는 이벤트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들장논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존협의회에서 중점 사업은 ‘구들장논학교’와 ‘논캠프’다. 

이에 대해서 정재훈 팀장은 “농촌 청소년들은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치면 외지로 유학을 간다. 유학을 가고 나면 지역의 유산, 농업 활동에 대한 경험들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 학생과 논에서 전통 방식의 농업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학생들한테 구들장논이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르치는 강좌들을 열어서 매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며, 보존협의회의 핵심사업을 설명했다. 

청소년 교육이 핵심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정 팀장은 “다른 농어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청산도 역시 고령화로 인해 협의회가 언제까지 활동들을 이어가실지 불투명하다. 구들장논을 보존하는 첫 번째 단계는 지역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의 농업유산을 아는 것이다”라고 그 의의를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상민 건축공간연구원 박사, 김미경 청산도 구들장논보존협의회 사무국장, 황길식 명소아이엠씨 대표, 백승섭 한국농어촌공사 박사 등이 참여했다.

김미경 청산도구들장보존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구들장논을 복원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면서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김미경 사무국장은 지난 10여 년을 회상하며 “초창기에는 무작정 금방 돈이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행정 당국 역시 지원만 받으려 하지 말고 수익사업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공동체에서 활동은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도 행정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서 김 사무국장은 “공동체 활동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구들장논의 소중함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주민협의체가 공동체로 복원됐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지역 주민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에게만 책임을 몰아서는 안된다”라고 경관보존은 한 주체만의 힘만으로는 너무나 힘든 작업이고, 이를 보조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길식 명소아이엠씨 대표는 “농어촌 지역에 길을 하나 놓는다고 할 때 주민들은 튼튼한 길을 원하고, 행정 공무원들은 안전한 길을 원하고,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길을 원한다. 길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최근까지 학회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경관을 연구했다. 이제는 시각적 측면의 연구와 더불어 경관을 실제로 만들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관계, 인식 그리고 행동 측면까지 범위를 더 확장시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농어촌 지역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경관 속의 주체까지 고려하는 경관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글·사진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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