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조경 수리분야, 조경기술자가 수행토록 법 개선해야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 2차 공청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1-28

문화재청과 (사)한국전통조경학회은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 2차 공청회’를 지난 17일 국립고궁박물관 본관에서 개최했다. / 유튜브 영상 캡쳐

전통조경 설계 및 시공을 전통조경 전문가가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문화재수리 조경 설계분야는 조경기술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으며, 시공분야는 공종에 따른 발주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이는 비단 전통조경분야 뿐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문화재 종류별 특징과 보존 특성에 맞는 관리 체계를 도입해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를 높여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화재청과 (사)한국전통조경학회은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 2차 공청회’를 지난 17일 국립고궁박물관 본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문화재청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중계됐다.

이날 발제로는 ▲전통조경의 개념과 용어 정리(김순기 순천대학교 교수) ▲국내외 전통조경 정책 환경 및 동향(윤영조 강원대학교 교수) ▲전통조경 실무 동향(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마련됐고, 토론은 전영우 문화재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문화재수리 조경설계기술자 및 조경설계업 신설 제안
 
조경설계는 문화재수리법 제5조 실측설계 제한 규정에 따라 문화재실측설계업자(건축)가 함으로써 조경기술자의 설계 참여기회가 축소되거나 개인의 임시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경시공은 보수단청업(건축)이 도급받아 조경업에 하도급을 주거나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발제를 통해 ‘조경설계기술자’ 및 ‘조경설계업’ 신설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조경기술자는 보수기술자에 해당되는 분야로, 설계의 검증과정이 없기에 설계를 하기 위한 제도를 별도로 제안한 것이다.

토론에서 김기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실측설계기술자는 5년제 건축학사 취득 후에 2~3년의 경력을 쌓은 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해야만 시험을 볼 수 있다. 설계는 기술이 아닌 철학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경분야에서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이에 비견되는 자격요건을 갖춘 후 전통조경실측설계 자격시험을 거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조경기술자가 바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조금 무리한 접근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건축사에 준하는 정부의 자격을 갖춘 자들이 조경 실측설계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동의했다.

김석순 (주)아름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실측설계업은 건축사인 실측설계업자가 주체이며 인문학적 측면, 문화재보존철학 측면, 미학적 측면, 기술적 측면 등을 두루 공부하고 훈련된 전문 집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토목, 구조, 설비, 조경, 통신, 환경 등에 대한 지식을 통합 조정해 설계하는 핸들러로서 역할하고 있다”며 “각 전문영역을 독립적으로 설계시 설계내용은 결과적으로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며, 행정적 업무 효율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조경기술자가 조경공사의 현장 대리인으로 역할 하지만 방장이나 문 등은 당연히 건축 전문가가 하는 것”이라며 일반 건축에서 타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핸들링하듯 조경 역시 건축과 협업하며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황권순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장은 “천연기념물과는 동식물 지질 지형 천연보호구역과 명승을 담당하고 있다. 동물이나 식물, 지질이나 다 성격이 다르지만 설계는 다 실측설계업자가 한다. 대부분 한옥, 고건축 전공인 이분들이 모든 분야의 설계를 다 하고 있으며,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숲의 종합정비계획사업에도 실측설계에 고건축업자가 들어와서 한다. 사업설계 설명하는데 제가 묻는 답에 답변을 못한다. 이런 것을 언제까지 반복해야겠는가?”라며 청의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는 비단 전통조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천연기념물, 명승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안계복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는 “2015년 조경분야 문화재 실측설계업 신설을 위해 문화재수리법을 개정하기 위해 약 8,000여 명이 서명운동을 펼쳤었고, 2016년 1월 8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조경분야 문화재 실측설계업의 신설이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는 공문까지 받았으나 뜻하지 못한 이해관계로 진전되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법 개정에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김순기 순천대 교수, 윤영조 강원대 교수,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토론 좌장 전영우 문화재위원장


토론자로 참여한 김기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김석순 (주)아름더건축사사무소 대표, 황권순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장, 안계복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문화재수리 조경업, 제도 개선 및 지자체 가이드라인 필요

이용훈 그룹21 대표는 문화재수리업의 변화과정을 짚으며 “2011년 ‘문화재보호법’에서 ‘문화재수리법’이 분리 제정됨에 따라 대대적인 업종개편이 이뤄졌고, 기존 5가지 업종을 수리업, 실측설계업, 감리업 3가지로 나누고, 수리업을 다시 종합, 전문수리업으로 나눴다. 이때부터 조경업이 격하된 불행이 시작됐다. 보수단청업, 실측설계업과 대등하던 조경업이 전문수리업으로 격하되어 하도급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974년도에 문화재수리업 조경업이 신설될 때만 하더라도 현충사 등은 대부분 조경업이 수행했는데, 2011년 문화재수리법이 개정되면서 대다수가 종합수리업으로 발주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충식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보수단청업의 연평균 수주액은 약 8억2,000만 원이고, 조경업은 2억3,000만 원이다. 이 대표는 “이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고, 업종으로서 회사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짚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조경공사 표준시방서가 건축/토목공사 시방서와 엄연히 구분돼 있다. 문화재수리 표준시방서 역시 분리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수리시방서의 하나의 장만으로 수목식재, 잔디입히기 정도만 한다면 전통조경이나 문화재수리업 조경업은 발전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황권순 과장은 “전통조경의 전문성이 보수단청업에 눌려서 그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크다. 문화재수리법에 지정구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리행위는 수리법이 다 하게 돼있다. 그런데 그 수리법이 종합 보수단청업으로 돼있는 거다. 이 문제 때문에 만장굴 보수정비에 한옥전문가가 들어오는 일들이 발생한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마찬가지로 지질유산이나 동물 분야, 다른 공간의 명승 분야 등 마찬가지라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관련 제도가 완비되기 전이라도 조경과 건축이 혼합된 공사는 공동도급을 하거나 조경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조경업으로 발주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에 국고보조사업의 사업지침을 내릴 때 해당 분야가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지침에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조경 대상의 명확화

김기주 교수는 “문화유산에 전통조경이 다 포함되다보니 용어상으로 범위를 정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범위를 정해야 정책 입안 및 기본계획 수립 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전통조경은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로 구분돼 있지만 지방문화재는 기념물로 통합돼 있는 상황이라 전통조경이 드러나지 않는다. 지방 문화재위원회의 경우 전통조경 전문가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청에서는 지방문화재를 국가문화재의 하위개념이 아닌 문화유산이라는 큰 틀에서 구분하고, 지자체에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통합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대상의 명확화 차원에서 운조루나 서석지 등은 국가민속문화재임에도 수리보고서를 보면 건축물만 수리하고 정원은 수리하지 않는다. 기록도 없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조경이 필요한 부분이 반드시 있기에 건축과 협업을 통해 조경의 대상들을 보다 명확히 하고, 함께 보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문화재와 관련해서는 “현장에 자문을 가면 건축사분이 와계시고, 조금 뒤에 조경기술자가 와서 다 설명을 하는 상황들이 왕왕 있다. 문화예술과, 문화진흥과, 문화관광과 등 지방문화재를 다루고 있는 공무원분들을 위한 명확한 지침이 없으니 건축사분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라며 “지방문화재 사례들은 제도적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석순 대표는 “조경실무 대상 구성요소는 건축입장에서 볼 때 상당부분 건축영역과 교차돼 있다. 누정, 담장, 석축, 다리, 문 등은 건축구조적, 양식적, 기술적 측면 등으로 봤을 때 조경이 아닌 건축범주에 포함된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실무대상의 충돌은 조경과 건축 각각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설계제도를 논하기 전에 조경실무 대상범위에 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건축분야와의 논의를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용훈 그룹21 대표,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대표, 기본계획 연구총괄을 맡은 안승홍 한경대학교 교수


전통조경 관리, 연구 인력 확충 및 지원 필요

윤영조 강원대학교 교수는 발제에서 문화재청의 전통조경 정책 확산과 원활한 추진을 위해 문화재보존국 또는 자연유산국(신설시)에 전통조경과를 신설하고, (가칭)조경문화재연구실 신설, 전통조경 전공의 연구사(학예직) 신설을 제안했다.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대표도 토론에서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에 전통조경 전문직이 없다. 조경을 건축직이 하고 있다는 것은 전통조경관리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라며 “전통조경의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과 전통조경분야의 홍보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권순 과장은 “지난해 자연유산법이 국회에서 발의됐고, 정의 조항에 전통조경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향후 자연유산법이 통과되면 전통조경분야 인력확충과 더불어 분야 정착 및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재양성과 NCS

안계복 명예교수는 “NCS는 현장실무교육 위주로 학생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지만 교수들에게는 평소 가르치던 교과목을 대부분 내려놓고 신규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4년제 대학에는 800시간, 전문대학에서는 600시간의 이수 강좌가 필요한데, 각 대학에서 전통조경전공 교수를 채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NCS를 만들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NCS 과정을 도입하기 보다는 전통조경실무 장인 육성 특별프로그램을 만들어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장인을 육성하고,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건축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인증된 프로그램을 도입해 명확한 교육방향을 잡고 전문가 양성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NCS도 검정형이 아닌 과정형으고 훈련된 사람을 양성하는 정책이며, NCS를 통해 조경기사들이 계속 양성되고 있다는 것은 과정형 평가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라 생각한다. 따라서 연구를 통해 전통조경 NCS 개발이 가능한지를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한국전통문화대학은 전통교육만 20년 해왔고, 전통조경 훈련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검증했기에 전국 50여 개 대학 조경학과 학생들이 전통조경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유하는 방향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청회를 마무리하며 황권순 과장은 “청은 관련 내용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시켜 업역 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해당 문화재 종류별로 그 특성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보존관리의 툴을 만드는 것은 문화재청의 업무목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분야별 다툼이 아닌 해당 문화재의 가치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답을 찾아나가겠다”고 전했다.

기본계획 연구총괄을 맡은 안승홍 한경대학교 교수는 “문화재청에서 처음으로 수립하는 기본계획이다. 1차 공청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 2차 공청회에서는 또 여타 분야와의 관계성을 점검하는 자리로 준비했다. 3차까지 이어지는 공청회를 통해 내부의 목소리와 외부의 목소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는 것이 연구진의 몫이라 생각한다. 균형감 있는 정책들을 위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제시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전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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