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관리, 계획·설계단계부터 고려돼야”

조경학회, ‘기후위기 대응과 옥외공간 조경관리’ 웨비나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1-12-20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옥외공간 조성과 유지관리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계획·설계단계부터 최소한의 관리가 될 수 있도록 고려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사)한국조경학회는 점차 중요해지는 옥외공간 조경관리의 여러 해법을 찾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과 옥외공간 조경관리’를 주제로 웨비나를 16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가 ‘도시 단위 조경공간 유지관리 필요성과 중요성’을 제목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특강을 준비했다.

최 대표는 “우리 선조들은 집을 하나 짓더라도 자연에 순응하도록 지었고, 재료나 스케일이 겸손한 디자인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보다 스케일이 크고 재료들도 자연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많아 건물을 허물더라도 온통 쓰레기로 처리돼야 하는 시대이다. 무언가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전주시 총괄조경가로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최 대표는 “전주시가 정원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 조성하느냐에 따라 관리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며 계획, 설계단계부터 관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는 “살아있는 것은 변화무쌍하고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에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며 계획해야 저관리형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도보다 올라와 빗물이 스며들 수 없는 띠녹지를 비롯해 모든 자연지반을 빗물이 스며들고 모이도록 턱을 5㎝만이라도 낮추고, 땅은 객토해 식물이 버티는 것이 아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었다. 가로수는 지역에 따라 적합한 수종을 적정 간격으로 식재해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했고, 조경공간의 모든 식재는 식물이 자랄 것을 고려해 식재 밀도를 최적화했다. 처음에는 공사가 덜 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3년째부터는 모든 시민들이 아름다운 조경을 목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포장재료나 기타 시설물도 지속가능한 재료를 선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6개월만 지나면 투수가 안 되는 투수블록을 사용하는 것보다 포장 지표만을 이용해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더 중요시 하고, 목재 하나를 쓰더라도 50년은 지속될 수 있는 재료로 선정하는 등 ‘근본을 바꾸는 조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주시는 관수 등의 관리가 최소한으로 줄었다.

최 대표는 전주시의 정원도시는 시민으로부터 시작하고 전문가와 관이 함께해 만들어가길 원했기에, 임기 첫 해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이러한 마음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민참여정원, 공공민간정원 등을 발굴·개발해 시상하며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을 유도했다.

최 대표는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하면 되겠지만 결국 조경공간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애정을 갖고 얼마나 많이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주시의 유지관리계획은 조성지의 관리주체와 행정이 협약을 체결하고, 개소당 시민정원사 1명을 배치하고 있다. 행정기관,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관리가 아닌 사랑의 교제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만그루 정원도시 전주’의 계획방향은 ▲전주시 전역 점선면 그린인프라 ▲시민주도 정원문화 도시 ▲정원산업 중심도시로 세웠다. 크고 작은 정원들이 만들어지고, 시민교육과 박람회, 공모전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10만평의 정원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이밖에도 주제발표로 ▲영국 정원문화와 조경공간 관리(남진보 목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일본의 공원녹지 관리와 서울숲 사례(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한국의 조경유지관리 현안과 제도(이은엽 LHI 도시기후환경연구센터장) 발제가 있었다.


웨비나 화면 캡쳐

강준석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어진 토론에서 이용주 LH 부장은 “전주시와 같은 사례는 법, 제도와 관련 비용이 수반돼야 실현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괄조경가의 역할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실무개발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관리의 시작은 계획단계부터 진행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LH 설계부서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설계가의 직관과 지식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보다 합리적인 지표와 데이터, 연구결과를 반영하는 설계로 내부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조경유지관리가 최초로 도입된 사례는 1기 신도시에 조경수목 유지관리비용이 마련되면서부터로 알고 있다. 이후 보편화되는 데 10년 정도가 걸렸고, 그 과정에서 시설물도 추가되는 등 제도적 한계가 있다. 설계뿐만 아니라 관리부분의 제도적 신설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희선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관리가 필요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 있게 계획·설계하는 것이 관리의 반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 및 환경, 도시공간구조, 토양, 물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어떤 수종을 어떻게 식재해야 최소한의 관리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또한 최근 분석한 울산시와 서울시의 녹지사례를 소개하며 “공원의 면적보다는 어떻게 식재 및 관리되고 있느냐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라는 것과 녹지의 질적 관리가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소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의 데이터 분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녹지조성이 물순환체계와 통합돼야 하는데 식재패턴이나 형태에 열악한 부분이 많다. 전주시에서 더 많은 사례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는 조경유지관리 기준의 체계와 관련해 “조경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그 유형이 다양해 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실질적인 조경관리를 위해서는 주조경의 대상을 ‘조경공간’ 및 ‘조경공사 유지관리’로 이원화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장에 적합한 조경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조경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조경유지관리 체계와 조경공사에 대한 세분화된 조경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과서 상의 '운영관리, 이용관리, 유지관리'의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밖에도 조경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명칭이 있어야 무엇을 유지관리할 것인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점과 파고라나 벤치 등 몇몇 시설물을 제외하고는 내구연한이 없어 이를 통한 관리하는 시스템도 부재할 수밖에 없음을 짚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신현 대표는 “어떠한 공간을 조성할 때 조성에 대한 예산만 수립돼 있을 뿐 이후 관리에 대한 예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예산을 세울 때부터 관리가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계획이 잘 돼야 관리도 잘 되기 때문에 공간의 목적을 잡는 계획·설계부문의 예산도 제대로 세워 설계부터 운영관리까지 한 공간에 대한 제대로된 프로세스가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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