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영국 그리고 공원녹지 관리의 내핍시대

남진보 논설위원(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남진보 교수l기사입력2022-03-15
영국 공원녹지의 위기와 흥미로운 대응 (1)
영국 그리고 공원녹지 관리의 내핍시대




_남진보 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런던 여행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있는 버킹험 궁전에서 근위대 교대식을 본 뒤, 런던의 주요 공원인 하이트 파크(Hyde Park)를 방문하며 영국 공원을 경험할 수 있다. 해님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누워 행복을 누린다. 아마 어제 내린 비로 등짝이 살포시 젖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해한다. 아이스크림 밴이 공원 입구로 오는 것을 알리는 음악이 멀리서 들리면, 남녀노소 1파운드 아이스크림 밴으로 러쉬한다. 1파운드에 행복해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축축이 젖은 공원의 잔디밭에 뒹굴어 흙 범벅이 되어도 진흙 웅덩이(Muddy Puddle) 놀이로 행복해한다. 때로는 영국 어린이 만화 패퍼 피그(Peppa Pig)를 원망스러워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행복해한다.

영국 어린이 만화 패퍼피그(Peppa Pig)의 유명한 머디퍼들(Muddy Puddle) 장면


영국의 공원은 이런 곳이다. 영국의 공원을 이야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오래된 영국 건물 앞에 화단식(Bedding Planting)식재일 것이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웨스턴 파크(Weston Park) 내 박물관과 화단식 식재

그러나 이러한 식재패턴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공원에서 당연했던 꽃들이 이젠 모습을 달리한다. 초원식 식재(Meadow Planting)가 보이더니 이마저 보기 힘들어진 공원도 많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굿윈(Goodwin) 스포츠센터 옆 초원식 식재

경사지 등은 기다란 지피류로 덮여 있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크룩스무어(Crooks Moore) 공원 내 지피류 식재

2010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원관리예산이 급격히 삭감되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남진보와 김남춘, 2019 영국 녹지 정책과 녹지 평가 발달에 대한 이해 논문 참조. 자세한 내용은 다음 호에서). 공원관리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이 식재패턴이다.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화단식 식재는 초원식 식재를 거쳐 긴 길이의 지피류로 대체될 수밖에 없었다. 잔디 깎는 비용조차 여유롭지 못한 것이다. 특히나 영국은 하루에 한 번씩 비가 내리고, 해가 잠깐이라도 뜨기는 뜬다. 잔디의 천국이 아닐는지. 잡초보다 강한 잔디이다. 잔디 깎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에 관리비용이 상당하다. 영국 공원 매니저 대상의 운영관리 현황 설문의 결과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공원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공원 운영 관리 관련 설문조사 / 자료 : Heritage Lottery Fund, 2016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3대 스포츠 중 하나인 테니스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공원 내 테니스장은 공공공원(Public Park) 안에 있어 무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원에서 지금은 무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즉, 유료화로 전환된 것이다. 최초로 공공공원(Public Park)을 만든 자부심의 나라 영국에서 돈을 받는다니, 자존심이 구겨졌을지도 모른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웨스턴 공원(Weston Park) 내 유료화 전환 테니스장

영국은 비가 자주 오기에 관수 걱정이 덜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때문일까,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각각의 공원에 공원 매니저(manager)가 배치되었으나, 이제는 한 명의 매니저가 두 개의 공원을 관리한다. 일부 매니저들은 자리를 이동하거나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그나마 부서를 이동한 매니저들은 일주일에 3일 근무체제로 전환되어 일을 덜하게 되니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관수는 이용자와 행인들에게 부탁한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리짓 공원(Lydgate Park). 나에게 물을 주세요 ‘Water Me’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공원녹지는 심각한 예산삭감을 맞이하였는데(Non-statutory Service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호에서), 그만큼 영국의 전반적인 경제는 암울하다. 모든 서비스 분야가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의 내핍시대(an Era of Austerity)가 시작된 것이다.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Crooks 지역에서 발견된 문구 ‘No More Austerity’

뭐든지 풍요로웠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헤이데이(Heyday:전성기)를 그리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아직 영국의 공원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곳임은 틀림없다. 대학을 다닐 때 배웠던 영국의 공원에 대해, 동시대에서는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내핍시대 위기사항에서 어떻게 흥미롭게 대응하는가이다. 앞으로 2년에 걸쳐 영국 공원 녹지의 전반적인 가벼운 이야기와 정책, 재원마련, 파트너십, 거버넌스, 평가, 유지관리에 관한 공원녹지경영의 측면에서 다룰 예정이다.
글·사진 _ 남진보 교수  ·  목포대학교
다른기사 보기
jnam@mnu.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