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공공정원의 역할

‘태화강국가정원 국제 심포지엄’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10-26

‘태화강국가정원 국제 심포지엄’이 10월 21일(금)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녹지가 지목됨에 따라 정원, 특히 공공정원 역시 탄소중립과 각종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문제 완화에 기대하고 있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공공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산림청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울산광역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정원의 역할과 정원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태화강국가정원 국제 심포지엄’을 10월 21일(금)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자연주의 정원의 거장인 피트 아우돌프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태화강국가정원에 조성한 ‘다섯계절의 정원’을 기념해 개최됐으며, 학계, 해외 정원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정원 기반 인프라와 공공정원의 가치 ▲기후변화와 공공정원의 역할 ▲태화강국가정원의 역할과 정원문화를 주제로 각각 두 명의 연사가 발제했다.


기조강연 중인 정영선 서안조경설계사무소 대표와 발제자로 나선 권진욱 영남대 교수, 이유미 전 세종수목원장

정영선 서안조경설계사무소 대표는 ‘한국정원 소개와 공공정원의 가치’ 기조강연에서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담양 소쇄원, 동궐도, 창덕궁 후원 등을 통해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정원을 소개하고, 주어진 자연을 최대한 아름답게 즐겼던 선조들의 맥을 이어온 작업물들을 발제했다.

정영선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산천이 아름답고 좋은 경관 덕에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정자문화가 있었다. 정자는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공간이었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지었는지, 어떤 경치를 보면서 마음의 수양을 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들도 남아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정원”이라 설명하며 이러한 전통정원의 이어왔던 작업인 희원, 울산영빈관, 벽제정원, 조안리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조성하는 공간은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명상을 하며 걷는 공간이 되길 바랐고, 특히 소외받은 사람, 아픈 사람,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 울고 싶은 사람, 명상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많이 만들길 원했다”며 선유도공원,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경춘선 숲길공원, 현대아산병원,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을 소개했다.

정영선 대표는 “한국정원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아름답다.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자연을 잘 이해하며, 자연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더불어 정원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에서 어떠한 덕목을 기를 것인지 등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아있으니 우리 것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디자인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진욱 영남대 교수는 ‘공공정원의 창발성 유도와 정원도시’ 발제를 통해 인간과 지구환경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환경창조형 도시(holon city)이며, 이를 위한 전략으로 생성적 힘을 갖는 자기조직화에 의해 출현되며 자연과 사건들의 상호 관계적 구조이자 과정과 관계망의 총체인 ‘창발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진욱 교수는 “정원이 가진 물리적, 비물리적 창발성이 도시와 결합할 때 생태계와 인공물을 적절히 섞인 도시가 형성될 수 있다”며 전 세계의 도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사회적 형평성, 지속가능성 실현을 요구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과 행복지수 이슈, 소멸도시로 인한 국토관리의 방향 전환, 정원 정책과 정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원도시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여건이 마련돼 있음을 피력했다.

아울러 21세기의 정원도시는 기후위기와 팬데믹의 영향으로 탄소중립, 스마트의 개념과 연계한 공원도시, 환경도시, 생태도시, 스마트정원도시 등 다양한 주제와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정원도시는 정원이 함유하는 총체적 자원과 활동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책의 일환으로, 정원과 관계된 직간접적 인프라 기반을 마련하고, 구축된 정원인프라의 활용과 정원정책을 운영해 ‘자연친밀과 공존’, ‘포용과 평등’, ‘참여와 공유’를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미래상으로 ▲경관계획 수립 ▲생태적인 도시시스템과 친환경 보행체계 ▲스마트 그린 인프라 ▲시민주도 활동 ▲녹색 일자리, 기본적인 소득 ▲도시기반의 공공성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향유 ▲주거환경을 가꾸는 돌봄의 가치 ▲지역성 기반의 먹거리, 볼거리 등을 제시했다.

이유미 전 세종수목원장은 ‘정원인프라와 공공정원’ 발제에서 “정원인프라 조성을 위한 국공립수목원의 차별화된 역할 인식과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원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식물소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중 자생식물 비중은 전체의 약 9.8%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연주의 정원이 대두되고, 탄소중립시대에 맞게 수입운동이 불필요한 국내 재배식물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정원식물소재를 개발하고 발굴하는 정원 인프라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목원, 식물원의 현지외 보전기능을 강화해 정원소재 연구와 연계하고 ▲산림청의 사립식물원의 특화를 돕는 ‘산림생명자원관리제도’를 활용해 수집 보전에 더해 연구확산 체계를 마련해 각 식물원별 특색 있는 정원소재 특성화를 추진하며 ▲연구-생산-유통 등 연구와 산업화가 연계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노력으로 국립세종수목원은 K-test bed, 정원식물 품평회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세종시는 지역상생사업으로 수목원은 대량식물수요를 확보하고, 지역농가는 주요소재 소스 확보와 생산 재배기술을 습득해 생산작물 판로를 확보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정원소재실용화센터를 통해 정원소재 활용화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의 지역별 정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교육 차원에서 정원 정책관리자를 위한 교육과정과 조경공간의 공공정원으로의 확장을 위한 종사가 전문교육 과정, 문화확산을 위한 사회지도층,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위한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네트워킹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지역내 공공정원 및 수목원, 식물원의 연계를 통해 식물소재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행사시 민간정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별 명승 등 전통정원 관련 문화재나 도로, 교통, 관광, 숙박 인프라와의 연결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수목원, 식물원 내 모델정원을 많이 만들어 다양한 유형의 생활정원 디자인과 조성기술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거점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


발제자로 나선 카시안 슈미트 독일 가이젠하임대학교 교수,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실장, 정원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와 바트 후스

카시안 슈미트 독일 가이젠하임대학교 교수는 ‘기후변화와 공공정원의 역할’ 발제에서 공공정원에 서식지 기반 다년생 식물의 설계 및 유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첫째, 정원을 서식지기반으로 조성한다. 자연서식지 요건과 미적 특성에 따라 정원에서 다년생 식물을 기르는 것이다. 다양한 식물종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해 자연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용이한 관리와 유지보수이다. 다년생 식물을 사용해 유지관리비를 절감하고, 관리가 용이하며, 생물다양성이 보존되는 모델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물종에 대한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자연주의 정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열섬 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식물을 선정하고, 특히 자생식물은 환경의 스트레스에 강하다.

넷째, 기후 여건에 따른 초원 스타일의 식재모듈을 만드는 것이며, 다섯째, 매트릭스 식재를 통한 도시녹지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복원력 있는 식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실장은 ‘기후변화와 공공정원의 역할’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원과 사업,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정원에 대해 제시했다.

특히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정원의 탄소 저장량 효과분석 및 탄소흡수 증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탄소흡수 증진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조성’차원에서는 탄소흡수 우수종을 우선 선정하거나 식재 규격 및 본수를 증대하며, 탄소격리 및 토양개선, 탄소저장량 표시제도로 인증된 제품을 활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리’차원에는 탄소흡수 징진형 전지, 전정과 토양관리, 관수 및 시비의 최소화 유지관리, 빗물저장 및 재사용 등을 추진하며, ‘확산’차원에서는 탄소저감 가드닝 캠페인 운영, 교육프로그램 지원 및 운영, 각종 미디어와 교재제작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를 활용한 탄소중립 우수 식물 및 시설물 활용 모델정원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정원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시민참여유도 및 시민전문가 양성, 모니터링 결과 축적 등을 제시했으며, 도시에 조성되는 녹지공간의 질적 성장을 위한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남수환 실장은 기후변화 시대의 공공정원은 ▲지구를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 자연을 배우고, 연구하고, 보존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며 “정원에서의 작은 실천 하나가 기후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트 아우돌프는 그동안의 자신의 작품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으며, 바트 후스는 피트 아우돌프와의 인연과 태화강 국가정원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피트 아우돌프는 최근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 내 ‘후스·아우돌프 울산 가든(Hoes·Oudolf Ulsan Garden)’을 조성했으며, 바트 후스는 후스 아우돌프 울산 정원의 총괄 정원가를 맡았다.

울산광역시는 피트 아우돌프와 바트 후스에게 명예시민패와 명예시민증 기념메달을 전달했다.


울산광역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피트 아우돌프(오른쪽)와 바트 후스(왼쪽)


환영사를 전하는 김두겸 울산광역시장과 축사를 전하는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남성현 산림청장, 고정희 칼푀르스터재단 이사장

한편 개막식에서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때 죽음의 강이라 불렸던 태화강의 복원과 산업도시 울산에서 친환경 생태정원도시로 거듭나기까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참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선보이는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을 통해 국가정원을 세계에 소개하고, 국제적인 공공정원이 되길 희망한다”고 기념사를 전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네덜란드는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 대부분이 평지이기에 급속한 도시화로부터 녹지를 지키는 것이 힘들었다. 네덜란드는 100만 명 이상의 주택 거주자 중 약 70%가 개인정원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공공녹지공간을 없애야 한다는 개발압력이 있다. 극심한 강우, 더위, 가뭄을 상쇄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는 도시의 공공 및 개인공간을 푸르게 만드는 것이며, 한국처럼 개인정원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공공정원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며 태화강에 자연주의 공공정원이 조성된 것을 축하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청의 정원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일상 속에서 정원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정원문화’와 정원 소재와 이와 연결되는 산업, 전후방 산업의 성장을 위한 ‘정원산업’에 관한 것이다. 산림청은 전 국토의 정원화, 전 도시의 정원화가 되어 일상생활에서 치유 공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원이 중심이 되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축사했다.

고정희 칼푀르스터재단 이사장은 “100년 전 칼푀르스터는 정원과 공원이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라는 이념이 팽배했던 시절에 정원이란 자연의 서식처를 모델로 삼아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혁신적 생각을 불어넣었다. 1990년대부터는 공공정원에도 자연주의의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타났고, 지금은 기후변화시대의 공공정원과 정원문화에 대한 연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며 울산시가 앞으로 정원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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