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유산의 역할, 재인식 돼야”

전통조경학회, ‘2022년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11-08

(사)한국전통조경학회 ‘2022 임시총회 및 추계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안재홍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디지털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문화유산 역시 디지털과 만나 그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2030년까지 문화재 보존·관리·활용 전 분야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문화재 디지털 대전환 2030’을 발표했으며, 박물관에서는 실감 콘텐츠를 넘어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재홍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된 (사)한국전통조경학회 ‘2022 임시총회 및 추계학술대회’ 특별강연에서 “디지털 문화유산의 역할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실물과의 대립 혹은 대체제로서의 인식이나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위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로서의 역할로 이해하는 것을 지양하고, 선진 연구사례와 기술 분석으로 확장성을 이해야 한다. 기록 데이터, 대중용 콘텐츠 외 문화유산 전문가가 연구와 해석, 보존, 복원에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할 필요성이 있으며, 보조적 수단만이 아닌 주도적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의 역할 강화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이 가져오는 문화유산 분야의 전통적인 방식과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문제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관한 헌장(2003)’에 따르면 디지털유산은 ‘인간의 지식과 표현의 고유한 자원으로서 문화, 교육, 과학, 행정적 자원뿐만 아니라 기술적, 의학적, 법적 정보를 포괄하며, 디지털로 생성되거나 아날로그 자원으로부터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유산은 디지털 형식의 정보 및 자원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운영, 디지털 보존·기록·복원,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기술들과 기술을 뒷받침하는 여러 환경들이 모두 디지털유산분야로 볼 수 있다.

안 교수는 기술의 발전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유산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문화유산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보다 거시적이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황과 이슈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3D 스캐닝 기술이나 포토메트릭, AI 등을 활용해 문화유산을 기록 및 분석하고, 훼손됐거나 멸실된 유산을 복원하고 AR, VR로 구현한 실감 콘텐츠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공유 및 활용이 용이하다는 디지털 데이터의 장점은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문화유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연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는 유산의 손상된 부위를 검출하거나 고고학적 유적지 위치 예측, 유지보수를 위한 건축유산의 기능 수명 예측, 고문자 인식과 추출, 화학 조성에 기초한 세라믹 공예품의 분류, 암석 표면의 3D 디지털화 데이터로부터 암각화 이미지 분할, 건축유산 3차원 점군데이터의 분할, 중세 원고의 자동 문서 레이아웃 분석, 회화 이미지의 진위 감별, 회화의 연대기적·작가별·장르별 분류, 회화에 포함된 물체 인식, 고대 필사본의 시각적 내용에 대한 자동 주석, 메타 데이터 품질 향상 등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양, 품질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과 객관성에 대한 이슈나 데이터 중심의 운영 체계에 대한 대응,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함께 나오고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 기반의 경험은 사용자가 단순한 정보 수용자의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중이 가치를 제안하거나 의미를 구축하고, 콘텐츠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상호작용성이 특징이다.

또한 고품질 데이터 구축이 용이해짐에 따라 고품질 문화유산 데이터 생성자의 역할과 범위가 문화유산 전문가에서 일반 대중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고품질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해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유용성 및 효과, 문제점을 검증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이슈와 문화유산 이해관계자 간의 기술 수용 속도의 차이, 문화 향유 측면에서의 디지털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종희 (사)한국전통조경학회장


축사를 전하고 있는 심왕섭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한편 이날 임시총회에서 최종희 회장은 “대외적으로 전통조경이 다양한 현안에 직면하고 있다. ‘문화재’ 개념이 ‘국가유산’으로 전환되면서 그에 따른 많은 법적인 변화와 행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특히 ‘자연유산법’이 통과하면 전통조경의 미래도 변화할 것이며, 문화재 기술 분야 역시 전통조경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학회는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전통조경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심왕섭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재단은 한국전통조경학회와 함께 더불어 조경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12월 9일 워커힐 호텔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회는 ‘한국조경 50년 기념식’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총회에서는 경과보고와 신입회원 인준 등 각종 부의안건들이 다뤄졌다.

학회는 올해 진행 중인 조선왕릉 답사프로그램을 총 7회 진행했으며 마지막 홍릉·유릉 답사를 남겨두고 있다.

서양조경사 관련 연구 결과를 집약하고 학회의 조경사 연구 중심 역할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서양조경사’를 집필 및 발간할 계획이며, 연 2회 소식지를 발간한다.

이어진 추계학술대회는 역사이론분과, 수리보수분과 2개 분과에서 각각 11편씩 22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우수논문발표상에는 ▲전통관목 장미의 종류와 식재 양상에 관한 시원적 연구(정명석, 소현수) ▲천연기념물 식물의 OECMs 등재기준 적용 연구(전다슬, 신현실) ▲중국 고전 원림의 교량 구조 및 예술 연구 -승덕 피서산장을 중심으로- (유녕, 신현실) ▲지오레퍼런싱 기법을 활용한 「조선지형도」 디지털 DB 구축(김원빈, 이창훈)이 선정됐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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