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보호지역의 케이블카 설치는 바람직한가?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3-03-14

보호지역의 케이블카 설치는 바람직한가?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세계 최초의 보호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요세미티(Yosemite)계곡이다. 링컨(Lincoln)대통령은 금광개발 등으로 과도하게 파괴되는 생태계를 막기 위한 주민 청원을 받자 남북전쟁의 와중에도 1864년 6월30일 “공공의 이용, 휴양,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요세미티계곡과 마리포사숲 일원을 주립자연공원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미국인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국립공원(National Park) 제도가 1872년 최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연공원 등 보호지역(Protected Area)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국립공원(國立公園)이라는 용어는 National Park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 가져왔지만, 국가가 세웠다는 국립공원의 의미보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의미의 국가공원(國家公園)으로 변역한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운 대만의 경우 국가공원으로 사용함.)

◈ 미국 국립공원의 미션
“국립공원국은 현 세대 및 미래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손상되지 않은 자연적 문화적 자원과, 국립공원 시스템의 가치를 보존한다
(The National Park Service preserves unimpaired the natural and cultural resources and values of the national park system for the enjoyment, education, and inspiration of this and future generations.)”
보호지역이란 생물 다양성과 자연자원 및 문화자원 보호와 관리를 위하여 특별히 지정한 곳이다. 법적 수단이나 그 밖의 효과적인 수단에 의해 관리되는 육상 및 해상 지역을 의미한다. 생물다양성이란 육상, 해양 그 밖의 수중 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곳에서 발생하는 생물체의 다양성을 말한다. 지구상의 추정 생물종 1,250만 종 중 인간이 밝힌 것은 약 170만 종이다. 그 대부분이 보호지역에 서식하고 있고 인간의 의식주, 특히, 음식물, 의약품, 산업용 산물의 대부분을 얻고있다. 이와같이 보호지역 확대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인간과  모든 생물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에 있다.

1949년 미국 국립공원원편람에서의 국립공원의 개념은 “국립공원은 그 경관의 보호가 국민 복리와 영감의 향유에 도움이 되고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할 만큼 뛰어난 원시적, 야생적 성격의 넓은 지역”이라고 정리하였다.
① 국립공원은 넓은 면적에 걸친 원시적, 야생적인 풍경지역일 것. 
② 이 자연풍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국민의 복리증진과 영감을 얻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③ 국가는 그 보존과 이용을 위해 중대한 관심과 책임을 져야하는 지역일 것. 
국립공원에 대한 국가와 국가책임자의 역할을 잘 알 수 있으며, 미국인에게 국립공원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있는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67년 자연공원제도가 도입된 뒤 국립공원 22개소, 도립공원 30개소, 군립공원 28개소, 지질공원 13개소가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최근 2022년 부산 장산구립자연공원이 추가 지정되었고, 팔공산도립공원도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합의하였다.“훼손된 육지 및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고,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보호지역은 국토의 약 17%로 앞으로 13% 확대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최근 환경부는 1980년부터 추진된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을 사실상 최종관문을 통과하도록 허가하였다. 남은 절차는 사업비가 1,100억 원으로 확대되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을 받아야 하고 공원사업시행허가(조건부) 절차 등을 남겨두고 있다. 의미는 퇴색되었지만 상부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와 산양 등 법정보호 동물에 대한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이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이런 공약으로 인해 육상국립공원 케이블카 신규설치 허가가 1989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덕유산국립공원 이후 34년만에 허용되었다.

이렇게 환경부가 30여 년만에 설악산국립공원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사실상 허가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환경부가 2004년에 제정된 ‘자연공원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 2011년에 개정하면서 케이블카 설치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같은 장소에 여러번의 환경영향평가를 허용하는 등 스스로 정한 지침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 반복된 행정절차가 가능하도록 허용함으로서, 그 때나 지금이나 국립공원은 그대로인데 허가권자 생각에 따라 허가여부가 결정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지리산, 무등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서, 우후죽순으로 신청하게 될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막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국립공원의 날,  설악산케이블카 반대

많은 케이블카가 있다는 일본은 31개 국립공원 중 29곳에 40여개의 케이블카가 있지만 1970년 츄부산가쿠국립공원에 신호타카케이블카 이후에는 설치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도 약 450개의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지만 국립공원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0개이고, 국립공원제도를 처음 만든 미국의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는 없다.  환경의 중요성이 인식된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는 국립공원 내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국립공원은 생물다양성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케이블카의 신규설치를 중단하거나 기타 노후시설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1916년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은 국립공원 및 기념지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 내 하나의 새로운 연방기관으로 국립공원청 설립 법안인 ‘국립공원관리청 조직법(Organic Acts)’에 서명하였다. 2006년 90주년에는 부시대통령이 참석하여 국립공원관리청 조직법(Organic Acts) 제정 100주년을 위한 준비를 하였고, 2016년 100주년 기념식에는 오바마대통령이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서 축하연설을 하였다. 국립공원을 최초로 만든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국립공원의 날 축하인사도 하고 보호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는 축사는 커녕 대통령 공약으로 국립공원을 파괴하고 있다니 보호지역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국립공원에서의 연설뿐만 아니라 다큐까지 참여한 오바마대통령

3차 자연공원기본계획(2023-2032)은 ‘자연공원법’ 제11조에 따라 매 10년마다 장기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 자연공원의 보전과 관리의 지침이다. 여기에서 '자연공원 기본원칙'은 보전 우선원칙 및 기후변화 대응, 국민의 자연공원, 과학기반 공원 관리, 지역사회와 협력적 관계에서 상호혜택 창출, 국제(글로벌) 표준 지향 및 국제 협력 증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공원 3050미래포럼과 워킹그룹의 미래비전’에서도 ‘우리의 삶을 희망으로 채우는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관리 패러다임을 ‘보전중심’으로 전환, 세계적 과학적 자연공원관리시스템 구축, 생명가치를 공유하는 국민참여형 탐방서비스 제공, 국립공원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협력체계구축의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등 보전중심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정책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지역은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산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여러 보호지역으로 겹겹이 지정된 곳이다. 국책전문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환경전문가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시 심사숙고 해야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총회

Bing웹용 AI 기반 Copilot에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은 강원도의 40년 숙원사업으로 환경부가 조건부로 허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환경단체와 일부 시민들의 반발을 받고 있습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여러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카 설치가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 한반도는 유래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서울 수해가 발생하기 20일 전인 7월 12일 주목할 만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의 충남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역대 최대치인 423.1ppm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데 미국 국립해양대 기상청의 최근 이산화탄소 농도는 414.7ppm으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이는 2023년 전 지구의 일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06℃ 높아졌고, 극지방의 경우 북극은 2.53℃, 남극은 무려 3.3℃나 더 상승시킨 것이다.

알로스타시스란 몸에서 필요한 걸 충족할 수 있게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즉 뇌가 ‘생각하는 이성의 기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신체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즉,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기관’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새로운 생각을 배우면 앞으로 뇌가 예측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리사 펠드먼 배럿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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