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원래 있던 것을 되돌려 주는 것, 인류 생명에 대한 존중”

“멸종과 서식지 감소의 위협에 직면한 자연, 보존 노력 필요해”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5-25

‘2023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의 작품 ‘백만 년 전의 편지’ / 황지해 제공


지리산 약용 식물의 풍경으로 초대한다. 정원의 고요한 분위기에 몰입함으로써 식물이 주는 치유력에 감사하고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작품이 인류와 자연 세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3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의 작품 ‘백만 년 전의 편지’는 한국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의 ‘동남쪽 약초 군락’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1500여 종의 지리산 약초 중 많은 것들이 멸종과 서식지 감소의 위협에 직면한 현실을 상기시키며 치유와 보존 노력을 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인간의 간섭이 없는 원시적인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약용식물의 생육환경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종의 보존에 대한 의미전달을 기대한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몸과 자연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이 인간의 몸을 구성한다고 믿고 살아간다. 모든 식물들은 그들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원래 있던 것을 되돌려 주는 것, 그것이 자연에 대한 배려심이자 질서이며 인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

정원에는 인류보다 앞선 20억 년 이상의 역사를 상징하는 큰 바위들이 예술적으로 배치됐다. 큰 바위부터 작은 돌까지 약 200톤의 스코틀랜드 바위들이 사용됐으며 시공에는 이 지역의 바위 장인들에 의해 세심하게 진행됐다.

바위들의 갈라진 틈 속에는 지리산 바위 사이로 자라는 식물과 꽃들을 조심스럽게 배치함으로써 ‘바위가 수백만 년 동안 품어 온 지속적인 사랑’의 모습을 아름답게 구현했다. 이로써 바위와 식물들은 마치 백만 년 전으로부터 우리에게 보내온 특별한 편지처럼 보인다.

정원의 중심에는 약초를 말리던 한국의 전통 건조장이 들어섰다. 약초 건조장은 현대의학이 도입되기 전의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시설이다. 건조장의 독특한 조형미와 온도, 습도, 통풍, 일조량 조절 기능이 과학적 기술로 함축된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약초건조장은 자연에 의지하며 살았던 우리 최초의 모습이자 자연과 인간의 균형공존을 엿보게 된다. 건조탑은 현재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생겨난 많은 문제 가운데 우리의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지리산의 동쪽 지역에서 발견되는 풍부한 약용 식물들을 적용해 이슈화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대의 모든 문제들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특정한 디자인은 어머니의 산으로 알려진 지리산, 즉 한국에서 문화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가장 중요한 지역 중의 하나를 재현한 것이다. 이 정원은 지리산의 원시림의 경관, 식물, 약초 그리고 야생의 다양성을 설명하고 있다. 약초들이 번식하고 자생 능력을 갖추며 스스로 재야생화 해나가는 그런 장소인 것이다.

이 정원은 사람과 자연 사이에 긍정적인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각을 돕는다. 지리산의 측정할 수 없는 미기후가 만든 원시적인 약초의 생육환경을 통해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본래있던 것을 되돌려 줌으로써 원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식물의 관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원시성의 회복이며, 결국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다.

황 작가의 정원은 스폰서 이름과 함께 영국왕립원예협회와 20만 장에 이르는 안내 책자, 브로셔, 포토콜 등을 통해 홍보가 진행되며, 전시가 끝난 후 식물들은 위럴 매기센터로 옮겨져 영구 보존될 예정이며, 일부는 판매,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사용 된다.

한편, 황지해 작가는 정원 디자이너이자 환경 미술가로, 정원을 원예와 조경의 한계를 넘어선 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예술로서 확장하고자 한다.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에서 창작의 의지를 찾으며,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고유한 종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정원을 이야기한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조경생태복원전공에서 수학하며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하고 있다.


‘2023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의 작품 ‘백만 년 전의 편지’ / 황지해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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