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지리산 산사태’, 대책 마련 시급

녹색연합, “특히 등산로서 산사태 위험 높아”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7-11
지리산 중봉 칠선계곡 방향 산사태 현장의 모습이다. 훼손된 곳으로 고사목과 뿌리부 토양이 계속 쏟아지듯이 쓸려들고 있다. 2차 훼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녹색연합 제공

기후위기로 지리산에 산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녹색연합은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대형 산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석장, 스키장과 맞먹는 규모의 산사태가 7개소 이상 발생했다”고 10일 밝혔다. 여름철 집중강우와 폭우가 1차적 원인이며, 침엽수 집단고사가 2차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산사태가 일어난 곳에서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의 고사목이 계속해서 산사태 발생 지역 안으로 쏟아지듯 흘러내려 2차 훼손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2013년부터 진행되어 2019년부터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사태 발생으로 훼손된 곳은 자연 천이로 초본 식물이 유입되어 회복되는 속도가 더디다. 아고산대 식생 회복은 고도와 기온 등의 여건이 열악해 일반적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지역의 회복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 사이를 통과하는 등산로에서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산사태는 등산로에서 50~150m 가량 아래쪽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등산로가 무너지거나 등산객 안전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천왕봉과 반야봉 등으로 오르는 등산로 중에는 구상나무 집단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 위쪽과 아래쪽 모두가 고사목 지대다.

천왕봉 등산로를 포함해 지리산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는 등산로는 모두 6개소가 있다. 천왕봉, 중봉, 반야봉 일대다. 이 위험 등산로는 모두 경사도가 25도 이상으로 해발 1500m 위쪽의 고산지역을 통과한다.

지리산 산사태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의 집단고사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 고사하는 침엽수는 뿌리의 토양 응집력이 사라져, 죽어가면서 서서히 토양 위로 들뜨게 된다. 그 아래로 폭우가 유입되면 산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녹색연합은 “지리산 정상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구상나무의 거대한 무덤”이라며 2019년부터 구상나무 떼죽음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해발 1700m 지점부터 고사목 지대가 시작된다. 특히 천왕봉 600m 거리의 안전쉼터 주변은 구상나무 떼죽음 지대 사이를 등산로가 통과하는데, 이 일대는 지리산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이다. 녹색연합은 “이런 곳에 많은 비가 내리면 들떠 있는 구상나무 뿌리에 물이 스며들어 아래로 무너질 수 있다. 전형적인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리산 서부의 반야봉 일대도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목 지대로 변해 있다. 지리산 주능선 등산로 노루목부터 반야봉 정상까지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 사이에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곳곳에 죽어 있는 고사목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반야봉 남사면을 횡단해 통과하는 지리산 주능선 등산로의 노루목~삼도봉 구간도 사면 제일 위쪽이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다. 이미 죽어 있는 고사목이 상당하며 구상나무의 고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산사태는 활엽수림보다는 침엽수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침엽수는 뿌리가 옆으로 퍼진 천근성 수종이고, 활엽수보다 토양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특히 지리산 능선과 사면의 침엽수 고사목 지대는 경사가 급하고 비바람에 직접 노출된 곳이다. 이런 능선과 사면부는 태풍이 지나갈 때 폭우와 접촉되는 최전선이다. 고사목 지대가 폭우와 만나면 산사태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녹색연합은 “지리산 아고산 지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각별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며 집중강우와 폭우 우려가 있을 때는 등산로 폐쇄를 비롯한 통제를 하고, 대피소 등에 근무하는 국립공원 레인저는 산사태에 대한 일정한 지식과 교육 훈련 등을 이수하고 수시로 위험 등산로를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등산로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수계 유역권 안의 고사목 지대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밀 조사를 통한 위험지역 경사도를 분석하고, 산사태와의 상관관계에 입각한 토양의 상태 조사가 필요하며, 고사목의 전수 조사와 공간 정보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뢰도가 높은 산사태 감지 장비와 산사태 예측 시스템 도입,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확대, 기상 관측 정보 실시간 제공 등을 제안했다.


반야봉 가문비나무 고사목의 뿌리가 뽑혀 쓰러져 있다. 이런 곳에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 녹색연합 제공


지리산 천왕봉 정상 바로 아래는 등산로 주변이 침엽수의 고사목 지대로 되어 있어 산사태 안전 관리가 시급하다. / 녹색연합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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