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키스탄 K2 등 8000m급 이상 5개 봉 베이스캠프 트래킹

글_오희영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
라펜트l오희영 부회장l기사입력2023-08-30
파키스탄 K2 등 8000m 급 5개 봉 베이스캠프 트래킹


_오희영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
전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전 현대산업개발 환경조경 담당중역
전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작년 네팔 칸첸중가(세계 3위 고봉)로 23일간의 트래킹을 갔을 때 나왔던 파키스탄 트래킹 이야기를 시작으로, 알프스 돌로미테에서 연속해서 만나게 된 일행들과 논의하여 한 달 정도의 파키스탄 일정이 정리되었다. 새롭게 참여한 분들과 함께 두 번의 국내 산행 모임을 갖고, 구체화된 계획으로 올해 7월 7일 떠나게 되었다.

파키스탄에 있는 5개의 8000m 봉우리들은 크게 보아 그랜드 히말라야에 속해 있지만, 카라코람산맥에 모여있는 K2, 가셔브룸 1봉, 브로드피크, 가셔브룸 2봉과 히말라야산맥 서쪽 끝자락에 있는 낭가파르밧으로 구분되어있다. 1856년 토마스 몽고메리원정대가 카라코람산맥 산들의 높이를 삼각측량법으로 측정하면서 karakoram의 머리글자 K를 붙여 일련번호 K1은 마셔브룸(7821m), K2(8611m), K3는 브로드피크(8047m), K4는 가셔브룸 2봉(8035m), K5는 가셔브룸 1봉(8,068m)으로 불렸다. 마셔브룸보다 K2가 높기는 하지만 인도의 스리나가르 쪽에서 보면 마셔브룸이 더 높게 보여서 K1이라 붙였다고도 하고, 두 번째 측량 조사가 이루어져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측량 당시 명칭대로 불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K2는 세계 최대 빙하인 발토로 빙하를 거슬러 올라가는데, 빙하 침식에 의해 무너져 내린 빙퇴석의 돌길과 바위와 녹은 빙하가 만들어 내는 크레바스 등 조심스레 한발 한발 옮겨야 하는 등산길은 네팔의 트래킹 등로와 차별점이 많이 있다.

방콕에서 환승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야간 도착 후, 다음 날 아침 국내선을 타고 산행 거점인 스카르두 도착 일정이 도착지 기상 문제로 취소되었다. 항공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이틀이 걸려 도착했으니, 도로 교통망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산악지대라고는 하지만 흔한 산사태와 장비 동원도 안 되어 무작정 몇 시간씩 기다리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한국의 발전과 일 처리에 고마움을 더욱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이틀을 까먹다 보니 예비 일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다시 검토하게 되었다.

트래커나 산악인들이 포터를 구하고 최종적으로 출발 준비를 하는 오지 마을인 아스콜리(3000m)는 험한 도로 때문에 지프로 이동한다. 중앙카라코람 국립공원 출입센터에서 입산신고 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노새와 포터들 이동


노새와 포터들이 운반


졸라캠프 가는 길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역은 온대, 냉대, 고산 기후가 다 나타나며 혼재되어 있거나 특이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인터넷 사전에 설명되었듯이, 햇빛 강한 한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며 건조한 사막같던 온도가, 밤에는 고산 높이에 따라 추위를 느끼게 하니,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피곤하더라도 신체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졸라캠프(3200m)에서 파유캠프(3450m)까지 21㎞. 8시간 이상 더위와 싸운 일행들이 지쳐간다. 비아호강의 시작점이자 발토로 빙하의 시작점인 코부체캠프(3800m)와 우르두카스캠프(4,050m)를 거치는 동안 트랑고타워, 무즈타그타워 등 6,000~7000m의 산군들이 풍광을 자랑한다. 우루두카스는 발토로 빙하 명봉들의 전망대로 본격적인 빙하 트레킹이 시작되며, 고로1을 거쳐 고로2캠프(4500m)에 도착하였다.


파유캠프 가는 빙퇴석 길


파유캠프 가는 무더위 길


발토로 빙하


빙하길

코브체에서 우루두카스로 가는 길에 보인 노출된 빙하


크레바스, 노출된 빙하


빙하지대 크레바스들


돌그림자로 덜녹은 빙하가 만든 버섯모양


우루두카스 캠프 출발하며

롯지나 휴게 장소가 많은 네팔 트래킹이라면 텐트 생활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음료도 쉽게 사 먹을 수 있겠다. 야영 생활도 쉽게 씻고, 샤워할 수 있다면 무슨 걱정 있겠냐만은! 고소증세로 산행을 포기할 수도 있기에 고소에서는 샤워, 머리감기 등 금기시 하는 것이 많은 편이라 이번 산행은 보름 이상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쪽 트래킹은 이물질 많은 빙하수 끓인 물, 빙하에 집을 지을 수 없기에 더욱 고마운 식당 천막, 혼자 잘 수 있는 호텔보다 귀한 텐트에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격적인 산행 6일 만에 넓은 분지의 전망 좋은 콩코르디아(4600m)에 도착하였다. 콩고르디아는 K2가 북쪽 정면으로 보이며, 오른쪽으로 브로드피크, 동쪽으로 가셔브룸 4봉을 비롯한 산군과 발토로 캉그리 등을 조망할 수 있고, 고드윈 오스틴, 발토로, 비뉴 세 빙하가 모이는 장소이다. 프랑스어에서 유래 되었다는 ‘콩코르디아’와 달리 현지인들은 ‘캉고르디아’로 호명한다고 한다. 이는 캉고르가 발트어로 돌과 얼음의 땅을 지칭하는데 의미가 있다. 즉, 왕관 형태로 둘러싼 ‘로얄 플라자’ 내지는 ‘화합의 광장’이라는 서구식 의미에 앞서 ‘빙하의 요람’으로 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콩코르디아캠프


정면의 K2와 우측면의 브로드피크


콩고르디아의 저녁


콩코르디아 캠프에서 K2 방향의 시야


텐트에서본 K2

아침에 비가 오자, 하루 휴식하고, 다음 날 K2 베이스캠프에 다녀오자는 일정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24㎞ 이상 거리를 4000~5000m 높이에서 12시간은 걸어야 한다. 날씨 조금 나쁘다고 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파키스탄 현지 가이드의 판단이라 존중하였다. 그러나 오후부터 날씨가 좋아 후회가 많았다. 산행 경험 많다고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그 지역을 잘 아는 현지인의 의견이었기도 하고, 변화 많은 산 기후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날 예상대로 13시간이 넘는 산행에 한 명은 늦게 지게에 실려 오고, 대부분이 지쳐 저녁도 못 먹었지만, K2와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 목적지에 다녀왔다는 큰 숙제를 해내었다. 모두 지쳐서 다음날 가셔브룸 1, 2봉 쪽을 가기 위한 샤그린캠프(4940m)로 가는 일정은 5700m 곤도고로라 패스를 넘기 위해 자동 취소되었다. 항공 취소로 인하여 여유 일이 없었고, 기후 이슈로 K2 베이스캠프를 당일 공략한 여파로 체력 고갈이 컸다. 어려운 패스를 넘지 않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며, 패스를 넘으려면 체력 비축이 필요했다.


K2가는 길 노출된 빙하


노출된 빙하


구름낀 K2


K2와 브로드피크봉


K2와 브로드피크


K2 베이스캠프


K2 베이스캠프에서 단체사진


빙퇴석길


빙퇴석길 등반 중

브로드피크베이스캠프

일정 변경으로 생각지 않게 4일을 야영한 콩고르디아를 떠나 곤도고로라(Ghondogoro La)를 넘기 위해 알리캠프(4965m)에서 밤 11시까지 취침 후, 야간에 표고 700m 급한 설사면을 올랐다. 반대로 하산은 800m 절벽을 내려오는 위험도가 높은 길이었다. 일행들이 고정 로프에 자일 통과만 한 채 사고 없이 내려온 것이 축복이었다. 쿠스팡캠프(4680m)에 도착하니 네팔서 데려온 한국 음식 잘하는 주방장이 하루 전 내려온 팀 일행 중 하산시 부상을 당해 일찍 내려갔다는 이야길 전하였다. 무사히 내려온 일행들이 대단해 보였다.


알리캠프


알리캠프 주변경관


알리캠프에서 야간등반 전 휴식


곤도고로라 등반
 


곤도고로라 등반 중

곤도고로라 오르는 길


곤도고로라 정상부에서


곤도고로라 패스길


곤도고로라 패스 하강


곤도고로라 패스 하강


곤도고로라 패스 넘고


곤도고로라 넘어 쿠스팡캠프 가는 길


쿠스팡캠프

쿠스팡에서 사이초캠프(3330m)까지 가는 하산길의 빙하도 대단했지만, 발토로 빙하 등 대단한 빙하에 가려진다. 풀 한 포기 보기 힘든 지형에서 사이초캠프 가까운 곳의 수목들이 눈을 번쩍이게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잘 만들어 놓은 암석원보다 더 보기 좋은 정원을 자연은 만들어 놓았다. 여러 나라의 산에 다니다 보면 사람이 흉내 내려 해도 낼 수 없는 자연의 작품을 보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이 아닌가 싶다.


쿠스팡에서 사이초 가는 빙하길


쿠스팡에서 사이초 가는 빙하길


사이초캠프 가기 전


사이초캠프 도착 전 암석원 같은 모습


자연석과 어우러진 수목들


주변 경관과 어울린 자연의 정원

후세(3050m)를 거쳐 다시 스카르두에 와서야 냄새나는 거지에서 깨끗한 일반 사람으로 탈바꿈하였다. 다음 날 장수마을로 잘 알려졌으나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한 훈자지역 탐방을 하였고, 휴식 후 낭가파르밧 트래킹을 떠났다.

훈자 성


훈자지역 전체 조망장소에서

기점인 페어리메도우(3300m)에서 산행을 시작하였지만, 산행도 하기 전에 길이 나빠 지프차와 함께 목숨을 버릴까 겁이 났다. 산행에 대한 열정은 너무 어렵게 산행한 K2와 5700m 패스를 넘어오면서 이미 반감되어 있었다. 계속 비가 내리다 보니 하산 후 다시 가야 할 지프 길이 걱정되었다. 좋지 않은 기후 탓에 잠깐 보여준 정상을 보고, 전망대에서 하산하였다. 걱정되었던 지프 길이 끊겨 많은 거리를 걸어 내려와야 했지만, 사고 위험이 줄었기에 두 다리는 힘들어도 마음은 편했다.

낭가파르밧 끊어진 지프길

낭가파르밧 끊어진 지프길


낭가파르밧 정상부


낭가파르밧빙하 하단부

파키스탄에 있는 8000m 이상 5개 산은 정상 등정은 고사하고 가깝게 베이스캠프에서 볼 수 있는 것도 6월부터 8월 사이에만 가능하다. 기후와 교통 사정 등 쉽지 않은 여정이 파키스탄의 산들이 아닌가 싶다. 한국 유명 산악인 중 파키스탄 고봉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안타까운 분들이 많이 있어, 트래킹 중 영령을 위로하였다.

지난 2월에 가족 함께 간단히 칠순을 보냈지만 건강하게 돌아와 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할 뿐이며, 과연 언제까지 산행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글·사진 _ 오희영 부회장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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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h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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