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지속가능한 조경의 큰별, 양병이 서울대 교수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①]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
라펜트l강진솔l기사입력2009-12-30


근대적 조경교육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지 35년여가 지났습니다. 현재는 전국 52여 대학에 조경학과가 설립되어 있고, 양적으로 세계에서 한국은 두 번째로 많은 조경학도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의 조경분야는 점증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현재입니다. 라펜트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기획에서는 조경분야 발전의 원동력이자 조경지식의 산실인 대학 연구실을 찾아가 담당교수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연구실은 ▲심층적이고 다양한 연구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조경교육의 질적향상을 도모하여 국내 조경분야 발전에 이바지한 교수와 그 연구실, ▲교육적 차원을 넘어 공공부문과 시민참여(녹색거버넌스) 를 아우르는 실천적 참교육인의 표상이되는  교수와 그 연구실을 중심(월간<환경과조경>' 올해의 조경인' 학술부문 기수상자 포함)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양병이 교수의 연구실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키를 훌쩍 넘는 책들이 놀랄 노자다. 책이 얼마나 많으면 책을 꽂아둘 장소가 없어 연구실을 그렇게 가득 메웠다고 했다.
그러나 찬찬히 돌아보면 책상에, 책꽂이에, 바닥, 테이블, 의자에 온통 책으로 덮인 양 교수의 연구실은 학자의 풍미가 물씬 느껴진다. 결국 책에 밀려 연구실보다는 회의실 구경을 더 많이 하고 오긴 했지만, 그의 열정적인 학구열의가 서울대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그 어떤 말보다 큰 교육이 될테니 진정 산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 그 곳에서 환경조경학과의 탄생부터 함께한 양병이 교수. 어떤 사람들이 이 연구실을 거쳤는지,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지 궁금하다.

양병이 교수의 연구실은 지속가능한 조경 그리고 친환경적인 조경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연구관심 분야가 그보다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수용하고 있는 편이나 큰 축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양병이 교수 연구실의 큰 특징은 오래전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연구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조경분야를 연구 하면서도 생태 및 친환경적인 부분도 함께 염두에 두고 학문을 닦고 있다. 오히려 이 분야에서는 정부의 정책보다 앞서 있다.

이 연구실의 출신 중에는 현재 한국조경학회장을 맡고 있는 조세환 회장이 있다. 그 외에도 이기의 교수, 김영대 교수, 계기석 교수, 문석기 교수, 엄붕훈 교수, 이재근 교수, 양홍모 교수, 김기원 교수, 이규석 교수, 장병관 교수, 이진희 교수, 강동진 교수, 강신겸 교수, 이관규 교수 등이 각 학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경학회장을 하고 있거나 이미 거쳐간 교수들도 많다.
연구 및 업계로는 국토연구원 최영국 박사, 김경영 원장, 전영옥 박사, 박유정 과장, 황용득 소장도 있으며, 미국, 일본 등의 해외에서도 교수와 조경가로 활약하고 있다.

                                                ▲양병이 교수


■ 현재 배출된 조경 학도는 얼마나 되는지요.
약 130여명 됩니다. 100%는 아니어도 대부분이 조경분야로 진출해 있고 인접분야(도시계획 등)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 연구실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조세환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함께 연구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란 주제로 연구를 했었지요. 이후 이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곧 학교 논문 저널에 실렸었습니다. 얼마 후 한국일보(당시 4대 일간지)의 1면 헤드라인 기사로 그때 그 논문이 실렸고, 계속해서 연구한 내용이 한국일보에 신년기사로 다시 게재됐습니다. 그리고 경향신문에서 특집기사로도 소개된 적이 있었지요.


[양병이 교수의 연구 그리고 교육]


■ 기억에 남는 논문이 있다면?
박사학위 논문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당시 제목은 "조경양식에 대한 선호도 문화간 비교 연구"입니다. 그 논문의 2chapter가 국제 학술지에 소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Landscape and Urban Planning"이라는 국제학술지와 "Environment and Behavior"라는 잡지였는데요. 이 두 곳에 논문이 실리고 난 후 남미에서부터 시작해 러시아까지 세계 각지에서 논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에 논문을 싣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The Experience of Nature"란 책이었는데 약 3페이지에 걸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책으로 공부를 하던 영국의 한국 학생이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겠다고 논문 요구 요청이 오기도 했었고 몇 년 후 그 논문이 하버드대학에서 스타이니치 교수의 수업의 교재로도 사용이 되었지요.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던 논문이어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양 교수는 학자의 길을 걷고 있으나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다양한 활약상 중에는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사)생명의 숲 이사,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등이 있다.
특히 우연히 알게된 내셔널트러스트와 인연이 닿아 현재는 공동대표까지 맡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에서 시작한 자연보호와 사적 보존을 위한 민간단체로 알려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런 운동을 통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실현되었다.

전 사회에 걸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양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 학생들에게 자주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기를 레드오션에 머무르지 말고 블루오션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줄곧 합니다. 우리 조경 분야의 기존 틀 속에서 갈 길을 찾지 말고 새로운 분야를 찾으라고 말이죠. 기존의 조경분야 내에서만 머무르면 항상 시장도 좁고 해야 할 일도 극히 한정되어 있지만 블루오션을 찾는다면 바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갈 수 있지요.
예를 들어 13~14년 전 옥상녹화연구회를 만들 때만 해도 아무도 옥상녹화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큰 시장이 형성되고 보급되고 있지요. 이처럼 조금만 일찍 개척한다면 두드러지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친환경 조경, 생태도시 등을 오래전부터 이야기 해왔습니다. 당시 조경분야는 이 분야를 조경이 아니라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의 정책으로까지 반영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앞서 생각하고 흐름이 어떻게 나갈지 미리 예측하면 충분히 블루 오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현재 우리의 블루오션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회흐름내지는, 여러 가지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지구환경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구환경과 조경을 어떻게 접목 시킬 것인지도 이슈이지요. 그런데 조경분야에서 어떻게 지구환경과 조경의 접목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야도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학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안 맥하그(Ian L. McHarg)의 "Design with Nature"란 책을 권하고 싶네요.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Robert Thayer의 "Gray World, Green Heart(지속가능한 경관론(한글판))"란 책으로, 장병관 교수와 함께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조경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의 조경가협회에서 수상한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미가 더욱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유진 오덤이 지은 "생태학"도 권유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은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문제를 이해하는데 기본 원리를 제공하는 책이어서 조경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지요.
조경분야에서 많이 읽은 책 중에서는 R.T.Forman 등의 "Landscape Ecology(경관생태학(한글판))" 등이 읽을 만합니다. 조경을 한다면 이런 기본 서적은 읽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조경분야의 책은 아닐지라도 "블루오션"이란 책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분야는 확장될 필요가 있는데도 좁은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으로 시야의 폭을 넓히기에 좋을 듯합니다. 경영분야의 책이기는 하지만 조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고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 양병이 교수가 애독서이자 추천서 “Robert Thayer의 "Gray World, Green Heart”

[사람]

■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
저는 조경을 공부한 계기가 환경대학원 설립당시 조교를 한 점이 큰 작용을 했습니다. 당시 초대 원장이셨던 노융희 교수님이 많이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때 당시 조경학과를 만들 때 오휘영 교수님께서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환경조경학과를 설립하는데 큰 노력을 하셨습니다. 이 두 분은 본인이 조경의 길을 걸어가는데 큰 버팀목이 되신 분들이시지요.
제자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자들은 저에게 항상 자극이 되고 힘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 교육자로서 조경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공부에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 외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당시 저는 영어 실력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3시간 강의에서 반절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이후 일주일에 3일은 밤을 꼬박 새가며 공부를 하고 나머지 4일은 4시간 정도 자면서 공부를 했었지요. 다음날 친구들이나 교수들을 만나면 하는 인사가 "어제 잠은 잤냐?"였지요(웃음). 그래서 공부할 때는 아주 열심히, 전력투구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잘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경 분야라는 것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목표로 하는 학문입니다. "인공환경과 자연환경을 조화시키자"라는 목표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지요. 자연을 만져나가면서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질서와 섭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고의 폭을 넓게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조경을 너무 좁은 범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불만을 가졌던 점 중에 하나로 조경이 건축이나 토목에서 하청을 받아 공사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이제 조경이 타업역과 대등한 위치에 가기 위해서는 사고의 폭을 넓히지 않고서는 대등한 위치에 갈 수가 없습니다.
요즘 신도시 마스터 플래너를 맡고 있습니다. 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사업에서 도시계획이나 건축이나 토목가들이 제 의견을 따르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 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지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일하는 폭을 넓히게 되면 도시 전체를 보는 일까지도 함께 다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시계획, 도시설계, 토목, 건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꾸준히 안목을 넓히고 스케일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 "나에게 조경은 ○○이다. " -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인생에 있어 조경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공원이나 도시환경 모두 자연을 바탕으로 한 공간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잘 깨닫지 못하면 성공적인 조경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조경은 인간의 지혜로 만들지만 하느님이 어떻게 자연을 만드셨고 그 섭리가 어떤지를 깊이 깨닫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실수하기 쉽습니다. 조경에서는 자연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 인생에서 조경은 "하나님께서 자연을 만드신 섭리와 질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양병이 교수는 조경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경분야의 인들이 국민들에게, 정부에게 조경이라는 학문이 이 시대에, 국가에 진정으로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을, 사회에 기여하는 분야라는 점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 분야가 목소리를 낼 때에도 우리의 이익보다는 사회나 국가를 위해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경관련법 개정에 있어서도 조경 분야 내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결국 인접분야 혹은 사회, 국민들의 호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를 위해 조경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양병이 교수의 생각이다. 양병이 교수가 서울 그린트러스트, 생명의숲, 내셔널트러스트 등의 활동을 하는 바탕에는 이런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인터뷰의 마지막에 양 교수는 앞으로 조경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큰 기여를 하는 분야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
박사과정 _ 김상범, 박윤정, 박종훈
석사과정 _ 안상희, 이차희, 이민수, 정승윤

 

사진 _ 나창호 기자
영상 _ P&I 시스템 박영서 PD

글·동영상 _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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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gj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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