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속의 나

[대학을 가다②]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라펜트l윤형진l기사입력2010-04-12

1975년 설립된 조경학과는 현재 학부, 대학원 석사과정, 박사과정, 도시과학대학원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어 다양한 수준의 포괄적인 조경계획 및 설계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본교 조경학과의 역사는 한국 조경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환경생태 중심의 교육과 디자인 중심교육을 축으로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정원, 공원, 관광 및 레크레이션 시설, 시설조경 등의 외부 공간 설계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그간 본교에서 배출된 많은 졸업생들은 관공서, 공사를 비롯해 실무 및 연구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계획과 디자인 중심교육!
학부 - 디자인 및 실무교육 강화
대학원 -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 육성
도시과학대학원 - 실무 및 정책전문가 육성

도시환경 및 경관 교육 연구 특성화
환경 생태 교육 강화로 건축 ㆍ 도시 등 관련분야와 차별화
실무지향형 디자이너/컨설턴트 교육
글로벌 시대에 대한 국제화 교육



“조경은 사회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

난 아직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한 첫 날을 잊을 수 없다. 내 목표가 무엇이고, 내가 원했던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불분명하다고 생각할 때면 항상 그 날을 회상한다.

입학식을 시작으로 나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입학식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갈망해왔던 “조경” 이라는 세례를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더욱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개그맨이 주는 웃음과 자원봉사자들이 만들 수 있는 사회의 풍요로움도 물론 고귀한 일이겠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회와 더 나아가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날이 갈수록 흑백으로 변해는 사회에 색을 입히고 싶었고, 단편적인 관계가 반복되는 가정을 화목하게 바꾸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장소, 가족들과 함께 소풍갈 수 있는 공원. 유명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배경과 비슷한 여러 공간을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고, 그 마음이 날 지금의 조경학도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조경학과에 가면 공원도 만들 수 있고, 놀이동산도 만들 수 있고, 등산로도 만들 수 있고, 좁게는 내가 사는 집 정원도 만들 수 있다고 들었다. 더 나아가 커다란 리조트도 계획할 수 있고, 어린 시절 상상화를 그릴 때 생각했던 달나라 관광도 불가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3학년인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 들 중 가능한 것과 불가능 한 것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었지만, 1학년 입학했던 당시에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 질 것만 같아서 배우는 하나하나를 놓치기 아쉬웠다. 설계를 더 배우고 싶었고,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었다. 나무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할 것 같고, 공원의 계획과 시공단계, 그리고 관리의 모든 과정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열심히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애썼다.

각 학교의 조경학과에도 물론 좋은 교수님들과 엄선된 교과과정이 존재하겠지만, 서울시립대 조경학과에서 특히 만족했던 점은 설계, 시공, 환경, 그 어떤 분야에만 편중되어있지 않게 잘 다듬어진 전공과목 교육들이 산재하였다는 것, 지금도 그 점은 훌륭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러 분야에 대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어서, 서울시립대 조경학과에서 수학하는 누구라도, 학사과정만 정상적으로 수료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에 가든지 조경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조경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답하라면 지금은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 하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영역에 걸친 지식을 얻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1학년 때 쓴 보고서를 되돌아보면 “사회에 색깔을 입히는 일” 이라고 썼고, 그 마음은 지금도 나의 조경의 정의 중 하나임이 변함없다. 조경학과 학생, 그리고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어떤 공간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으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되며, 어떻게 공간을 구성해야 가족들이 소풍 와서 소중한 오후 한때를 보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없으며 다만 땅과 함께 생각하고, 사람과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방안, 더 좋은 공간, 더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해 고민하며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한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조경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경학과에 다닙니다.” 라고 하면 보통 어떤 것을 배우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무 심고 공원 만드는 정도까지만 알아도 감사한 실정인 것이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이 어떤 것이고, 하는 일이 어떤 일이라고 설명을 했을 때, 단 한 번도 내 전공을 쓸모없다고 생각하거나 비슷하게 말 한 사람은 없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조경을 한다는 사실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학생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뿌듯해 할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내일을 준비한다.





서울시립대하면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을 빼놓을 수 없다. 졸업작품전 도우미, 취업멘토링 등의 제도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배들의 내리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30주년 기념 배봉관 앞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배봉관은 조경학과와 도시공학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로 모든 전공과목을 이곳에서 배우고 실습한다. 선배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돈을 모아 조성한 조경공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 훈훈한 공간으로 들어가 보겠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컨셉은 30주년을 모티브로 한 3분할이다. 배봉관에서 나오면 좌우 잔디밭과 가운데 보행공간을 삼등분으로 나누어 조성하였다. 양쪽의 공간을 통일해 웅장한 느낌을 더했다. 가운데 위치한 수공간은 분수가 세로로 3개가 조성되어있다. 또한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분수가 작동되는데 많은 이들이 찾는 서울시립대의 명소가 되었다.



좌우의 잔디밭은 휴식을 즐기는 목적 외에도 축제나 소규모 행사시에도 공간을 제공하여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그리고 큰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녹음을 제공하여 더운 여름에도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계획된 석재벤치의 가로줄 역시 잔디밭을 가로로 삼등분하고 있다. 바닥에 깔린 석재에서 위로 돌출되는 석재가 벤치의 역할을 하여 설계자의 세심한 의도를 알 수 있다.



식재의 경우는 주차장 주변에는 딸을 낳으면 뒷마당에 심었다는 오동나무를 심어 식재에서도 빈틈없는 면을 엿볼 수 있다. 잔디밭의 경계에는 붉은 계열의 꽃이 아름다운 배롱나무를 심어 가을역시 아름답게 장식했다. 배롱나무 밑에는 봄에 파랗게 돋아나는 맥문동을 식재하였다. 기존에 있던 큰 느티나무와 함께 사계절 아름다운 수목의 참 경관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시설물의 경우도 기존의 기성품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지 않고 이곳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 볼라드, 벤치, 가로등을 사용하여 빼어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간을 잘 이해하고 성격을 잘 분석하지 못하면 나오지 힘든 것들만이 이곳에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세심한 설계가 돋보이는 배봉관 앞 공간은 동심원의 안계동 선배가 설계를 한 장소이다. 그 외에도 많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탄생된 이곳이 장소는 서울시립대 조경학과에 있어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큰 선물과 같은 공간이다.

윤형진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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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zalo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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