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수교수, 자연의 흐름에서 전통요소 연구해야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⑤] 서울시립대 우리경관문화연구실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0-05-06
 

최기수 교수가 오랜 동안 한국의 것을 연구하고 있는 우리공간문화연구소는 그 동안 주로 역사 및 한문학 등 문자를 통해 연구하던 한계를 넘어 최 교수 및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합류를 통해 공간에 대한 연구를 늘려갔고, 그로 인해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발굴해 냈다. 그 중 9곡 8경의 연구 등에서 국내의 수많은 8경과 현재까지 33개의 곡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최 교수는 "경과 곡"이라는 연구를 발표해 조경분야의 영역을 한층 넓힌 점을 인정받아 지난 '제5회 자랑스러운 조경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라펜트 대학 연구실 탐방에서는 조경의 업역을 넘어 다분야와의 통섭을 꾀하고 융합을 통해 조경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해 노력한 최기수 교수의 우리경관문화연구실을 소개한다.

▲ 최기수 교수

간략한 연구실 소개
'우리경관문화연구실'은 다른 조경분야와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노자가 이야기 했던 무위자연 가운데에  "모든 것에는 질서와 법칙이 있다.(하늘의 도법은 자연에 있다)"는 도법자연적(道法自然)인 성향을 띤 조경을 추구하고 있지요.
스스로 흘러가는 자연의 원리를 찾고 또 이러한 공간을 찾아내는 것 즉, 우리 경관, 우리 삶 속에서 우리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외부공간을 찾아내고 설계하는 연구들을 말합니다. 도법자연에 의한 우리의 조경, 한국적인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할 생각입니다. 

조경학, 그중에서도 "전통" 학문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1970년도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향후 진로나 학업 방향 등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분이 현재 한양대 도시공학과의 최종현 교수님입니다. 그 분도 같은 건축을 했지만, 해외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저에게 인접분야인 조경을 공부해보라고 권유를 해주셨지요.

건축과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외부공간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 저에게 로렌스 할프린의 "Cities"란 책에서 설명하는 "사람들이 외부공간을 이용하면서 발견한 움직임의 기록과 표현들을 하나의 표기법 즉, 툴로서 이용할 수 있는 '모테이션 심볼 기법'" 등은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결국 석사학위 논문도 그러한 외부공간기법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석사과정으로 미국 Iowa State University에서 공부를 했으며, 그 당시 저에게 감명을 준  사람은 James Sinatra교수였습니다. 그 후 1980년도 초에 James Sinatra교수로부터 호주의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Visiting Scholar로 초청을 받았는데, 그 당시 같이 초청을 받은 University of Georgia의 William Mann 교수로부터 조경사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William Mann 교수는 서양조경사 강의를 담당했었는데, 사실 당시에는 서양 조경에 대한 것을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가 보여준 서양조경의 슬라이드와 설명들을 통해 학문적 지식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 수업을 들으며 저는 우리의 것을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조경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이후 한국 조경사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1980년대 초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최기수 교수가 저서한 첫 번째 책은 전통과는 거리가 먼 "조경시공구조학"이다. 건축을 전공한 최교수에게 어쩌면 당연한 관심분야였을 것이다. 1982년 박사과정을 밟으며 한국 및 동양조경사에 눈을 돌렸다는 최기수 교수는 이후 한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9곡과 8경에 대해 논문을 쓰고 답사를 통해 한국 전통조경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 Edmund Bacon의 "Design of Cities"

▲ 최기수 교수의 첫 저서 "조경시공구조학"(우), 이상석 교수와 공저한 "조경시공구조학"(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나 연구 논문이 있다면
Edmund Bacon이라는 사람이 쓴 "Design of Cities"란 책을 들 수 있겠습니다. 도시공간조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책입니다.
이 사람은 Philadelphia 도시계획국의 행정 집행가였던 사람으로 공간 조성 이론에 있어 문화재 공간의 조성원리에서부터 찾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아직까지도 그 책을 보고 있고 상당히 애용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실무를 했을 당시 주택설계를 주로 많이 하면서 로렌스 할프린의 "Cities", 토마스 처치(Thomas D. Church)의 "Gardens Are For People" 등을 참고했습니다. 특히 처치의 책은 상당히 고전이라 요즘에는 보기 힘들지만 그 책을 통해 그가 주장하는 원칙은 현재 학자들보다는 무게가 있고 깊이가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전통의 중요성은 항상 인식하고 있으나, "전통"적 요소를 "설계"에 녹여내기란 쉽지 않은 작업인데.
요즘에 모든 작품들을 보면 대개 한국의 전통을 개념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통에 대한 느낌을 가지지 않고 표면적인, 앞서 공부했던 사람들의 설계 용어만 차용해 설계를 하는 것을 더러 보곤 합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9곡과 8경에 담겨있는 것들이 우리 선조들, 우리의 문화, 우리경관문화의 자연관이고 경관관이고 또 어떻게 보면 삶의 모습일 거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들을 세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며, 그런 안목이 담기지 않은 작품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현재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좀 더 우리 것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어느 대학은 아마 조경사라고 해서 서양사에서 동양사까지 하나의 과목으로 지도하는 곳도 있고, 동양과 서양 조경사를 분리하여 수업하기도 합니다. 저희 대학은 일찍이 분리되어 공부는 하고 있지만 바람이 있다면 한국조경사가 독립적인 과목으로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지요. 대학원 과정에는 일찍부터 "한국조경사"라는 과목이 있으나 학부과정에서는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접분야인 건축에서는 한국 및 서양건축사도 상당히 세분화되서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 분야도 한국의 전통성, 우리 국토의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데 바탕이 되는 전통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학생들이 선물한 광개토대왕비과 직접 만들어준 탑

▲ 논문심사가 끝난 뒤 학생이 선물해준 그림

연구실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조경이라는 학문 자체가 하나의 분야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학문입니다. 조경 설계 하나만 보더라도 하나의 학문만 가지고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근래 통섭의 학문을 추구하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바로 "조경"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우리경관문화연구실의 학생들에게 문화는 하나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이라던가. 과학적인 발달과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상 통섭·융합적인 사고를 하라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우리경관문화연구실이라고 해서 우리의 전통적인 것만 연구하는 것의 아니라 전통적인 것을 전제하고 연구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사고 또한 기르고 있지요.

앞으로의 계획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서양의 것을 우리 것으로 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데 서두에 언급한 도법자연적인 것, 어떻게 하면 한국풍토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환경조성이 될까라는 연구에 더 깊이 심취해보고 싶습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이란 말이 있습니다. "옛것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그러한 것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자"라는 뜻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저희 연구실 출신들에게 전통을 바탕으로 한 통섭과 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기수 교수는 연구실 학생들에게 석사과정 초기 1년 동안에는 꼭 학문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흥미있어 하는 무언가를 매주 발표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에는 학생의 관심분야를 알 수도 있고 논문 쓸 단계에 가서보면 어느 정도 그 방향을 지시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최 교수. 이곳이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는 방법을 갈고 닦는 최기수 교수의 "우리경관문화연구실"이다.

▲ 작년 스승의 날 때

연구생
1학기 _ 김홍곤
3학기 _ 김현미, 오진숙

박사과정
이연소, 이승희, 이영일

글·동영상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lafent@lafent.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