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로!
[조경부서탐방] 동명기술공단 정주현 전무"책임 있는 기술력 배양에 노력하자"
동명기술공단 조경부서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부훈이다. 정주현 전무는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업무인 성과품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직원들의 성과물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발주물량이 적었던 예전만큼 성과물 하나하나를 다 챙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에서 만큼은 까다롭다는 정주현 전무.
정주현 전무는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에 이어 얼마 전에는 내년도 한국조경사회, 한국조경학회의 감사직을 맡기도 했다. 사내 한 부서의 수장임과 동시에 한 분야의 발전을 위한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동명기술공단의 정주현 전무를 만나고 왔다.
▲ 정주현 전무
동명기술공단 조경부에 대한 간략한 설명?
동명기술공단 조경부는 도시계획부서 내 조경팀으로 시작했다.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동명기술공단이지만 조경부는 내년에야 20살을 맞게 된다. 그러나 6명으로 시작했던 조경부는 현재 16명으로 확장되어 국내외 조경사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1991년 조경부서가 독립하면서 이듬해 기술사를 취득했고, 일본북해도대학 환경과학박사인 이영대 이사와 함께 3년 여간 조경부를 이끌었다.
최근 동명기술공단은 여타 엔지니어링 기업들에 비해 해외사업을 먼저 시작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 수주에 있어 조경부가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조경부는 시각적인 이미지나 마스터플랜 등의 제작에 주력함으로써 직접적인 해외수주를 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
동명기술공단의 조경부에는 5가지 특화분야가 있다. 삭도(로프웨이), 동물원, 묘지공원, 골프장, 자연생태하천이 그것이다. 특히 삭도의 경우 동명기술공단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사업들을 유치해오고 있다. 거제도, 한라산, 설악산 등의 굵직한 삭도사업 뿐만 아니라 소백산 및 속리산 삭도 사업도 최근에 계약을 따냈다.
▲ 소백산(영주) 삭도(로프웨이) 조감도 _ 능선을 따르는 레일을 계획
▲ 삭도에 관련한 많은 자료를 정 전무의 책장에서 볼 수 있었다
▲ 묘지공원 조성 사례
삭도, 조경의 업역에서는 생소하다
조경이 다루는 범위가 넓다보니 외부공간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게 된다. 사실 조경 분야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보니 그 중 특화된 아이템을 찾아야만 했다. 삭도란 분야가 기계와 설비분야가 대부분이라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주무부서가 없었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이 삭도도 경관과의 조화가 중요하고 또 주변 자연환경을 알고 어떤 노선으로 설계할지 등을 리드할 코디네이터로 조경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전기기술자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술적인 메커니즘이야 전문가와 협의하여 진행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삭도를 친환경과 반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길게 본다면 오히려 산의 환경을 적게 훼손시키는 방법이 삭도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선진 유럽 국가에서도 관광과 보존의 두 기로에서 삭도라는 수단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군데가 넘는 국립공원들이 많은데 삭도를 적절히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현재 정 전무는 동명기술공단에서 해외 출장을 가장 많이 간사람 중 하나로도 꼽힌다. 약 60번의 해외 출장을 통해 50개 나라 200개 도시를 다녀왔다. 1년에 3~4회씩 다녀온 꼴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연락을 했을 때도 정 전무는 영국에 있었다. 그런 그가 해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리 없다.
▲"책임 있는 기술력 배양에 노력하자"라고 적힌 부훈
▲직원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해외 사업을 하면서 그 나라 관습을 잘 몰라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알제리(아랍)의 설계수주를 했을 당시 별모양을 육각별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나라 차관이 그 별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지적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상당히 많이 쓰는 문양이란 생각에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아랍의 별모양은 팔각별 혹은 오각별을 쓴다. 적대국인 이스라엘의 다윗별(육각별)은 절대 쓰지 않는다.
또 알제리 신도시를 담당하면서 도시의 블록 이름을 "동네"라는 우리말로 쓰기로 하고 진행하던 중,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추진은 되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로 국내에서 진출하고 있는 나라들이 인프라스트럭처, 사회간접자본이 많이 필요한 동남아, CIS(독립국가연합-소련), 중남미, 아르헨티나, 칠레,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주로 도시기반 시설인 도로, 신도시, 철도 등이 조성되는데 조경이 단독으로 들어가는 사업은 거의 없다. "조경"이란 개념도 찾기 힘들다. 그런 현실에서 그 나라들이 환경적으로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답습하지 않도록 친환경적인 개발과 설계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경 단독 사업이 거의 드물기 때문에 타 프로젝트와 함께 협력해서 처음부터 친환경 설계 및 시공을 하도록 노하우를 전달해야 한다. 독자적인 전문 건설이나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긴 힘들기 때문에 협력업체, 타부서 등과 함께 진출해야한다.
동명기술공단 조경부만의 전략이 있다면
생태&경관, 관광&레저 4가지가 조경에서 다룰 수 있는 중요 키워드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조경학과에서 관광레저를 배우기도 한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분야다. 국가조직에 관광부가 있지만 엔지니어링에 관광부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관광학과와 조경학과가 공통분모를 찾고, 조경이 하드웨어를, 관광이 소프트웨어를 주도하고 진행하면 어떨지 생각을 한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동명기술공단이 엔지니어링/감리/CM 부문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6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동명기술공단 조경부가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1/3이 해외 사업들을 속속들이 하고 있다. 동명기술공단의 경우 2011년 80%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학은 필수다. 특히 영어는 기본이며 제 2 외국어가 필요한 시대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을 준비하길 바란다.
"앞으로는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가야한다. 조경은 숲을 봐야지 자기 나무 한그루만 키워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숲을 잘 살펴보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나 제도에도 관심을 가지고,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에도 꾸준히 참가해야 한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은 큰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 전반의 흐름과 트렌드를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 전무.
책임 있는 기술력 배양에 노력하자는 부훈처럼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을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큰 선배의 바람일 지도 모른다.
-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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