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정을 꿈꾼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신의순 회장 "그린리더 양성 목표, 지원부족은 아쉬워"전 세계가 ‘그린 홀릭’에 빠졌다. 각 나라들은 물론이고 이윤을 최우선 이념으로 정하고 있는 각국의 기업들, 여러 단체와 학교들까지 ‘녹색 운동·에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녹색 교정’을 꿈꾸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역시 이러한 흐름과 함께 생겨났다. 지난 해 설립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는 학교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푸른 마인드’를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그린인재 양성의 장
-녹색교정을 꿈꾸는 사람들
2년 만에 7배 성장, 폭발적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의 시작은 2008년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월25일, 한국그린캠퍼스 추진협의회창립총회에 그 시초를 두고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부와 환경부 등의 여러 정부부처의 정책연구를 합동으로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한 결과 1년 여 만인 2009개 11월 30일 현재의 한국그림캠퍼스협의회의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과학기술부 산하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여전히 정부부처와 함께 왕성한 연구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8개 대학의 참여로 시작한 단체는 설립 2년 만에 60여개 대학이 참여하며 그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대학에서도 그린캠퍼스의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장 신의순 교수는 “처음 8개 대학의 참여로 시작한 단체가 어느새 60여 개의 전국 주요 대학교가 참여하면서 한 단체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전국 300여 곳의 대학 중 참여비율이 20%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많은 대학의 참여를 촉구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04년 12명의 동료교수들과 함께 자대학을 대상으로 각자의 전공 분야를 대상으로 학교의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며 “조사와 연구를 할수록 이런 활동이 비단 우리 대학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단체의 설립까지 연결됐다”고 말하며 단체의 준비와 창립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을 설명했다.
신 교수의 노력은 2009년 5월 13일, 그린캠퍼스 총장 선언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됐다.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과학기술부 등 여러 정부부처의 주요인사와 참여 대학 총장은 물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그린캠퍼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신 교수는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수 년 간 고군분투하며 지내왔다”고 말하며 “나와 동료들의 노력이 결국 큰 성과로 돌아오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말로 그친 정부의 ‘녹색운동’
신 교수의 말대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성과의 공은 오롯이 신 교수를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의 몫이다. 비영리단체인 협회는 자체 활동을 통한 이익을 얻지 못한다. 말 그대로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단체는 회원들이 기부하는 협회 기금과 정부의 정책연구비용으로 운영돼왔다. 그마저도 늘 부족하기에 때로는 신 교수 자신의 사비로 활동하는 일도 다반사다.
신 교수는 “실질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보니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라며 “좀 더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활동계획이 많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좌절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실제 지난 해 정부에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동안 정부가 주야장천 ‘에코 운동·녹색운동’을 외쳐왔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아쉽게도 학교 내에서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장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 모두 ‘그린캠퍼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린캠퍼스협회와 비슷한 미국의 AASHE(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ustainability in Higher Education)의 경우 이미 1000여 개의 학교와 기관이 참여한 거대단체로 자리매김했다. AASHE는 ‘그린캠퍼스’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 대학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만들어진 단체로 처음에는 학교의 참여만을 인정했지만 현재는 각 정부기관과 여러 기업들이 ‘특별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 단체 역시 순수한 비영리 활동을 통해 미국 대학의 캠퍼스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신 교수는 AASHE의 예를 들며 그린캠퍼스협의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처음도 그렇지만 지금도 기업들의 협회 가입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칫 협회의 본질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서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의사를 전해 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AASHE의 경우에서 보듯이 궁극적으로는 협회와 정부, 기업과 지차체의 협약을 통해 좀 더 실질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협회의 기본인 비영리를 벗어나는 일은 없어야겠죠.”
신 교수는 무엇보다 AASHE의 많은 직원 수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는 직원과 연구원, 조교와 근로장학생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 50여 명이 근무하는 AASHE에 비해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신 교수는 “AASHE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그 것이 협회의 절대적인 인력부족에 대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풍부한 인적자원을 투입해 그린캠퍼스 운동을 확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그린캠퍼스의 역할
신 교수는 지난 3월에 설립한 ‘경기그린캠퍼스협의회’를 언급하며 앞으로 이같이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협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그린캠퍼스협의회는 경기도에 자리하고 있는 대학들이 참여해 경기도의 직접지원을 받아 실천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그린캠퍼스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신 교수는 “앞으로 이런 단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이렇듯 그린캠퍼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의 역할과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협회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경우 해당 지역에 친밀하고 실질적인 활동이 가능한 만큼 실천위주의 활동이 주가 돼야 하고, 한국그린캠퍼스의 역할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그린캠퍼스에 관한 큰 틀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린리더가 세계를 누비길 바라며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는 그 존재의미를 학교에서 찾는다. 협회 역시 결국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린캠퍼스를 만들어야 할 학생들의 참여는 미미한 실정이다. 협회가 태동한 연세대의 경우에도 소수의 환경동아리만이 있을 뿐, 공식적인 환경단체는 전무하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평소 생활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그린캠퍼스 조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전거 타고 다니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실생활에서 소소하게 실천하는 것들이 결국 그린캠퍼스를 만드는 일이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의식 개선을 호소했다.
상지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함은 물론 학교측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린캠퍼스 조성에 힘을 기울인 결과 국내 대학은 물론 외국에서도 롤 모델로 삼을 정도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신 교수는 상지대의 예를 들며 학교측의 지원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단 예산지원 차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그린캠퍼스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경관련 강좌의 신설은 물론 공식적인 그린캠퍼스 활동단체의 구성과 지원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협회차원에서 실시하는 ‘그린리더양성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양과 질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협회의 한 직원은 “점차 참여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에는 작년 그린리더 캠프에 참여한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협회의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의 의식변화에 있다. 신 교수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연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며 “하지만 무분별하고 지나친 발전으로 인해 후손들이 누릴 정당한 권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의 협회와 자신이 행하는 모든 노력의 최종 목적지는 학생들에게 녹색캠퍼스를 인지시켜 주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 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지키려는 조그마한 노력이 결국 훗날에 큰 선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학생들의 것이다. 집 주인이 자기 집을 깨끗이 치우고 가꾸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아끼는 것에 별 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그저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뜻있는 단체와 사람들의 노력이 있더라도 학교의 주인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과 달라질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 교수는 인터뷰 내내 “학생들의 참여를 그 무엇보다 바란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린캠퍼스를 만드는 것은 결국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출처_환경조경신문(www.hjnews.net)
- 하상원 기자 · 환경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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